삼성전자 실적 발표일 코스피 하락 마감 (사진= 연합뉴스 제공)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넘는 잠정 실적을 발표했지만, 8일 국내 증시는 하락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77.97포인트(2.62%) 내린 6,625.93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는 0.07% 오른 6,808.68로 출발했지만 곧 하락 전환해 낙폭을 키웠다. 코스닥도 6.16포인트(0.69%) 떨어진 892.27로 마감했다. 삼성전자 실적을 둘러싼 반도체 업황 기대와 차익 실현 매물, 미국 국채금리 상승, ETF 리밸런싱과 옵션 만기 등 수급 요인이 같은 날 시장에 겹쳤다.

분기 영업이익 107조원에도 밀린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장 시작 전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07조4천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2.5% 증가한 수치다.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105조7천533억원을 1.6% 웃돌았다. 국내 기업이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며, 영업이익률은 55.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적 발표로 반도체 업황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이를 반영해 상승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42% 내린 26만2천원에 마감했다. 호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가에 기대가 반영된 뒤 발표 당일 차익을 실현하는 ‘셀온(Sell-on)’ 매물이 나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삼성전자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던 지난 7월에도 주가는 당일 7% 가까이 급락한 바 있다. 이번에는 국내 기업 분기 영업이익 사상 최고 기록에도 주가가 하락하면서, 실적 호조만으로는 당일 매수세를 끌어내지 못했다. 다만 잠정 실적은 세부 수치를 공개하지 않아 환율 영향과 사업 부문별 실적을 두고 시장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는 설명도 나왔다.

미국 금리 상승과 반도체 대형주 동반 약세

국내 증시 개장 전 뉴욕증시에서는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며 주요 주가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66%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0.22% 떨어졌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하락률은 1.15%였다.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장중 5.36%를 넘어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30년물 금리도 5.73%대까지 올라 24년 만의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자산 투자심리 위축이 국내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반도체 대형주도 약세였다. SK하이닉스는 2.44% 내린 168만1천원에 거래를 마쳤고, SK스퀘어는 8.06% 떨어진 105만원으로 마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셀온 영향으로 투자심리가 후퇴하면서 SK하이닉스, SK스퀘어 등이 동반 하락했다”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2차전지 관련주를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주 대부분이 내렸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깜짝 실적에 힘입어 2.56% 올랐다. 주성엔지니어링은 8.08%, 원익IPS는 1.98%, 리노공업은 3.17%, 심텍은 1.41% 상승하는 등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종목은 강세를 보였다. 주요 반도체 대형주의 하락과 일부 관련 종목의 상승이 함께 나타났다.

외국인·기관 매도에 ETF 재조정까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1조9천922억원, 기관이 1조6천714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2조9천61억원, 기타법인은 7천538억원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속한 코스피 전기·전자 업종에서도 외국인은 1조5천38억원, 기관은 1조3천13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개인은 이 업종에서 2조593억원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실적 발표를 계기로 외국인 매수세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날 매매 집계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가 이어졌다.

수급 변수로는 반도체 ETF 리밸런싱과 옵션 만기,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종료가 함께 거론됐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6일 보고서에서 총 운용자산 약 19조원 규모의 반도체 ETF 7종이 8일 리밸런싱에 나선다고 짚었다. ETF 편입 비중이 상한선에 가까워진 삼성전자에 기계적인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다는 내용이다. 8일은 옵션 만기일이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를 뒷받침했던 자사주 매입도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이었다. 골드만삭스는 이런 요인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보면서도 반도체 업황 자체는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은 세부수치를 공개하지 않는 만큼 환율 영향, 사업부문별 실적을 둘러싼 시장의 해석이 일시적으로 충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점 회복 속도 차이와 다음 주 수급 변수

코스피는 7월 한 달 사이 20% 넘게 급락한 뒤에도 이전 고점과의 간격을 크게 좁히지 못했다. 원문 집계 기준 이날 종가는 6월 22일 전고점 9,114.55보다 27.30% 낮았다. 같은 기간 비교 대상으로 제시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와 대만 가권 지수는 코스피와 다른 흐름을 보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7월 29일 10,445.44까지 내렸다가 13,066.15로 올라 전고점과의 차이를 10.8%로 줄였다. 대만 가권 지수는 7월 말 39,384.85까지 떨어진 뒤 이날 49,313.44를 기록해 6월 23일 전고점 48,218.87을 넘어섰다. 올해 수익률도 대만 가권 지수는 70.26%, 코스피는 57.23%였다.

지수전고점8일 종가비교
코스피9,114.55포인트6,625.93포인트전고점 대비 -27.30%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14,655.29포인트13,066.15포인트전고점과 10.8% 차이
대만 가권 지수48,218.87포인트49,313.44포인트전고점 돌파
고점 회복 속도 차이와 다음 주 수급 변수 (자료: 연합뉴스)
고점 회복 속도 차이와 다음 주 수급 변수 (자료: 연합뉴스)

코스닥은 0.69% 하락했지만 종목별 흐름은 엇갈렸다. 참고 기사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알테오젠은 6% 넘게 하락했고, 펩트론은 플랫폼 기술평가가 상업화 본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은 채 종료됐다고 밝힌 뒤 하한가를 기록했다. 한미약품도 차익 실현 매물로 10% 넘게 내렸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주에서는 주성엔지니어링이 장중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다. 한 연구원은 “금요일 휴장과 8일과 12일 ETF 리밸런싱, 8일 옵션만기일 등에 따른 단기 수급 이슈가 개입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면서 “국내 증시 전반의 주가 흐름과 외국인 수급의 실질적인 변화는 차주부터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잠정치로 발표됐고, 이날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및 ETF 리밸런싱, 옵션 만기 등이 함께 나타났다. 한지영 연구원은 금요일 휴장과 8일·12일 ETF 리밸런싱, 8일 옵션 만기 등을 단기 수급 변수로 언급했다. 실적 세부 수치에 대한 해석과 외국인 수급 변화는 다음 주 이후 국내 증시 흐름에서 확인될 전망이라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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