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 카슨이 8일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76세인 카슨은 시인이자 고전학자, 번역가, 에세이스트로 활동하며 고대와 현대, 시와 산문을 넘나드는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캐나다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2013년 앨리스 먼로 이후 13년 만이며, 카슨은 역대 19번째 여성 수상자다.
1950년 6월 21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카슨은 고등학생 때 사포의 시를 접한 뒤 고대 그리스 문학에 관심을 키웠다. 학교에 고대 그리스어 정규 수업이 없어 라틴어 교사에게 따로 배웠고, 토론토대에서 고전학을 전공했다. 대학을 두 차례 그만둔 뒤 학업을 이어가 1981년 고전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논문은 1986년 첫 책 『에로스, 달콤씁쓸한』으로 출간됐다.
『짧은 이야기들』(1992),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1995)에 이어 『빨강의 자서전』(1998)은 그리스 신화 속 게리온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다시 구성해 카슨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남편의 아름다움』(2001)으로 여성 최초 T. S. 엘리엇 상을 받았고, 오빠를 추모한 실험적 저작 『녹스』(2010)도 주목받았다. 1996년 A.M. 클라인 상을 비롯해 맥아더 펠로우십, 구겐하임 펠로우십, 그리핀시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2020년에는 아스투리아스공상을 수상했다.
사생활을 잘 드러내지 않는 카슨은 2024년 『런던 리뷰 오브 북스』 기고문에서 파킨슨병 진단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진단 뒤 겪은 어려움에 대해 “글씨체가 엉망이 돼가는 것이었다”며 “악필의 수치심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썼다. 같은 해 발표한 『롱 노마』는 전미도서상 시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고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시 부문을 받았다. 정은귀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는 카슨을 “언어의 고고학자”라고 표현하며, 고전을 통해 잊힌 세계를 일깨우고 현재를 다시 보게 하는 작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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