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윤석열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국가안보실에 예산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올해 두 차례 국정원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 1월과 9월 국정원에서 서류와 컴퓨터 자료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당시 국정원 고위 간부를 맡았던 인사를 포함해 전·현직 직원 20명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는 국정원 예산 일부가 국가안보실에 위법하게 지원됐다는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의 고발로 시작됐다. 국정원 자체 조사 내용과 의원실이 확인한 집행 내역에는 해외에서 한국에 대한 외교적 지지를 높인다는 사업 명목과 달리 국내 인사 접촉에 지출된 정황이 담겼다.
올해 두 차례 국정원 압수수색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원과 경찰 등에 확인한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올해 1월과 지난달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서류와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 등을 확보했다. 1월 압수수색은 이번 예산 지원 의혹과 별도로, 2023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도 이뤄졌다. 당시 경찰은 선거 직전 발표된 투·개표 보안 점검 결과와 관련한 의혹을 들여다봤다.
예산 지원 의혹 수사는 지난해 10월 박선원 의원이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박 의원은 윤석열 정부 초기 국정원이 국가안보실 요청에 따라 예산을 지원했다며 국가재정법 위반 혐의 등을 수사해달라고 했다. 경찰은 의혹과 관련해 당시 국정원 고위 간부를 맡았던 인사를 비롯한 전·현직 직원 20명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예산 집행 과정에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해외 외교 지지 사업으로 편성된 예산
의원실이 확인한 국정원 자체 조사 내용에 따르면, 국정원은 2022년 7월 ‘대한 영향력 사업 계획’을 세워 국가안보실에 보고했다. 사업의 목적은 해외에서 한국에 대한 외교적 지지를 높이는 것이었다. 당시 국정원장이던 김규현 전 원장은 계획을 재가했고, 국정원은 이듬해 6월까지 약 1년 동안 모두 50차례에 걸쳐 약 1억7000만원을 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집행은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이던 김태효 전 차장 주도로 이뤄졌다고 국정원 조사 내용을 확인한 관계자들이 전했다.
국가재정법 제47조는 각 중앙관서가 다른 국가기관과 예산을 함께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박 의원은 고발장에서 국정원 예산을 국가안보실에 지원한 행위가 국가재정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윤건영 의원도 국정원 자체 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사업의 명목과 실제 집행 내역을 문제 삼았다. 국정원은 사업 계획을 세우면서 현금 전달을 하지 않고, 국정원 직원이 동반한 상황에서 집행하며, 다른 기관이나 민간과 협업할 때만 예산을 쓰도록 원칙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집행 원칙이 실제로 지켜졌는지는 경찰 수사 대상이다.
50건 중 외국인 만남은 8건
윤 의원실에 따르면 전체 50건 가운데 사업 취지대로 외국인을 실제 만난 사례는 8건이었다. 반면 38건은 내국인 접촉 자문 과제 명목으로 집행됐다. 집행 내역에는 국가안보실 자체 회의의 도시락 비용과 언론인·기업인·전직 고위 공직자·교수 등을 만난 비용이 포함됐다고 윤 의원은 밝혔다. 김태효 전 차장의 식대 지원도 주된 내용으로 지목됐다. 외국인 만남과 내국인 접촉으로 분류된 건수는 전체 집행 건수와 일치하지 않는다. 자료에는 나머지 4건의 세부 분류가 제시되지 않았다.
| 집행 내역 구분 | 건수 |
|---|---|
| 전체 사업 집행 | 50건 |
| 외국인 실제 만남 | 8건 |
| 내국인 접촉 자문 과제 | 38건 |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런 행태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대통령실과 안보실에는 엄연히 자체 예산이 있는데, 김태효 전 1차장이 국정원 팔목을 비틀어 국정원 돈을 자기 개인 카드처럼 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규현 전 원장이 사업 계획을 재가했다는 점을 들어 “김태효의 돈 달라는 요청에 최종 도장을 찍어줌으로써 공범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국가재정법 위반과 국고 손실 가능성을 함께 제기했다. 이는 의원의 주장으로, 경찰은 현재 예산 집행의 위법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자체 조사와 별도 선거 의혹
국정원은 자체 조사에서 사업이 계획과 달리 운영됐고 성과도 미미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위법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별도 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수사가 늦다며 김태효 전 차장과 김규현 전 원장에 대한 대면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공개적으로 물었다.
당시 투·개표 결과가 해킹될 수 있다는 보안 점검 결과가 선거 직전 발표됐고, 발표 시점 결정에 국정원 고위직이 관여했으며 발표 내용에도 허위가 섞였다는 것이 해당 의혹의 골자다. 이 사건 역시 박선원 의원이 제보를 바탕으로 고발장을 내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예산 지원 의혹과는 별개의 수사 사안이다.
경찰은 올해 1월과 9월 확보한 자료와 조사 내용을 토대로 국정원 예산의 국가안보실 지원 과정에 위법성이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다. 윤 의원과 박 의원은 각각 예산 집행과 수사 진행을 문제 삼고 있으며, 경찰은 관련자 조사와 자료 확인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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