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이 벽지 변색이나 장판 자국 등을 이유로 수리비를 보증금에서 일방적으로 공제하겠다고 나서면서 세입자와의 갈등이 잦아지고 있다. 이사 일정이 급박한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봐 집주인의 요구를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대법원은 임대차 기간 중 통상적인 사용으로 발생하는 마모나 노후는 임차인의 원상회복 의무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며 “집주인이 수리비를 공제하려면 해당 손상이 세입자의 고의나 과실로 발생했다는 점과 구체적인 수리비 액수를 직접 증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임대인이 단순히 낡았다는 이유만으로 보증금을 깎는 행위가 법적으로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분쟁 시 감정적인 협상보다는 법적 절차를 활용하는 것이 실질적인 해결책이라고 조언한다. 임차권등기명령을 통해 대항력을 확보한 뒤 전세금반환소송을 제기하면, 집주인의 공제 항변에 대한 입증 책임을 법정에서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입주 당시 촬영한 사진 등을 증거로 활용해 통상적인 손모임을 입증한다면 보증금 전액과 지연손해금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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