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화 주미한국대사는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미 간 정보협력 문제를 양국 외교에서 가장 어려운 현안으로 꼽았다. 미국 측의 문제 제기 이후에도 한국이 미국의 기대만큼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고 밝혀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양국 정보기관 사이에는 소통과 진전이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백악관 주요 인사들과의 고위급 협의는 원하는 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사는 대미 전략투자와 쿠팡 사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국정감사에서 답했다.
한미 현안 가운데 정보협력 문제가 가장 어려워
강 대사는 한미 관계에서 어려운 현안을 묻는 질문에 “정보협력 관련해서 제일 많이 얘기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대미) 전략투자 문제가 (1호 프로젝트) 발표 전까지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알래스카(LNG 투자 프로젝트)도 포함해서”라고 덧붙였다. 정보협력과 대미 투자를 모두 주요 현안으로 거론하면서도, 현재 가장 많이 논의되는 문제로 정보협력을 지목한 것이다.
강 대사에 따르면 한미 정보공유 문제는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이 지난달 18일 만났을 때도 논의됐다. 당시 회담에서 미국 측이 정보협력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고 강 대사는 전했다. 미국 측의 요청에 한국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아직 미 측이 기대하는 만큼 문제가 충분히 해소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양국 간 논의가 있었지만 미국이 기대한 수준으로 정리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강 대사는 정보공유 제한 논란의 당사자로 거론된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의 거취를 루비오 장관이 언급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인사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참고 보도에서도 강 대사는 정보협력 문제와 개인에 대한 지적을 구분하며, 정 장관이나 이 원장 개인에 대한 미국 측의 불신 표명은 들은 바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강 대사의 답변은 정보협력 문제에 대한 미국 측 우려가 제기됐다는 사실과 인사 문제는 별개라는 설명을 함께 담았다.
구성 발언 뒤 설명…정보기관 소통은 진행
정보공유 제한 논란과 관련해 거론된 사안은 정 장관의 북한 구성 핵시설 발언이다. 강 대사는 정 장관이 해당 발언을 한 뒤 자신에게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측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구성 핵시설) 발언에 대한 문제지, 정 장관 개인에 대한 문제 지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장관이 발언한 뒤 “통상적으로 하는 협의 채널을 통해 상대들에게 그런 얘기를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이 어떤 경위로 발언했는지 설명했고, 그 내용을 통상적인 협의 채널을 통해 미국 측에 전달했다는 취지다.
정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올해 3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나온 ‘구성 발언’을 정보 누설로 문제 삼았으며, 자신이 발언 경위를 미국 당국자와 주미 한국대사에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관련 보도에서는 미국 정보당국이 정 장관의 발언을 미국이 제공한 대북 정보의 노출로 보고 한국과의 정보공유를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강 대사는 정 장관에게서 발언 경위를 들은 사실과 미국 측에 설명한 경로를 언급했지만, 정 장관의 설명을 들은 미국 당국자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정보기관 간 협의 상황에 대해서는 진전이 있었다고 했다. 강 대사는 “정보협력과 관련해 국정원에서 계속 대응하고 있다”며 “양 정보기관 간 소통이 진행됐고, 진전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백악관과의 소통에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백악관에 대한 소통에는 한계가 있음을 시인하겠다”고 한 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주요 인사들을 자주 만나지만 원하는 정도의 고위급 협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하고 싶은 만큼의 고위급에서의 협의는 지금으로선 저도 답답할 정도로 하고 싶은 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동맹 지지 강조…전략투자와 쿠팡 사태도 언급
야당에서는 정 장관의 발언 이후 한미동맹에 이상기류가 생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강 대사는 정보협력 현안이 어렵다는 점과 동맹에 대한 미국 내 지지를 구분해 설명했다. 그는 “현안이 어렵긴 하지만, 동맹에 대한 미국 조야의 커미트먼트(commitment·약속)나 지지는, 굉장히 그 유대가, 그 뿌리가 남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대사는 정보협력 문제를 한미 관계의 어려운 현안으로 꼽으면서도, 미국 조야의 동맹 지지와 양국의 유대를 함께 언급했다.
대미 전략투자 문제에 대해서는 1호 프로젝트 발표 전까지 어려운 부분이었다고 설명하면서 알래스카 LNG 투자 프로젝트도 포함된다고 했다. 강 대사는 정보협력 외에도 한미 간 외교·통상 현안으로 거론된 ‘쿠팡 사태’에 대한 대응을 설명했다. 대사로서 한국의 법체계와 정부 대응을 미국에 설명하는 한편, 양국 협의에서는 문제를 푸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 왔다고 밝혔다.
강 대사는 쿠팡 사태와 관련해 “대사로서 우리 국민이 보기에 우리의 법체계에 대한 사실적 설명, 그래서 우리가 주권 정부로서 법 체계상 충실하게 이 사안에 대응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의 협의에선 훨씬 더 깊이 있는, 그리고 다양한 문제를 푸는 방법에 대해 지금까지 소통해왔다”고 덧붙였다. 국내에 설명해야 할 법체계와 정부 대응을 언급하는 동시에, 미국과는 해결 방법을 두고 더 깊고 다양한 소통을 이어 왔다는 설명이다.
북미 대화는 진전 확인 안 돼…동결은 실용적 접근
강 대사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은 늘 있지만, 수치로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구체적인 진전사항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화 의지가 있다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고, 그 배경을 미 국무부와 NSC를 통해 수시로 파악하고 있지만 “구체적 징조는 없다”고 설명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개최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진전이나 징후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답변이다.
강 대사는 북미 대화가 열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북한이 우리를 대화 상대로 더 이상 삼지 않겠단 입장이어서 북미 간 대화가 열리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북미 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미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남북 대화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의 개최 여부를 미 당국과 매일 하는 협의에서 다루는 주제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는 설명도 참고 보도에 담겼다. 강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 배경을 파악하고 있다고 했지만, 현재 구체적 징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북핵 동결’ 발언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우선 동결하자는 실용적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강 대사는 한반도 비핵화, 즉 북한 비핵화가 한국 정부와 미국 행정부의 변함없는 정책 목표이며 국제사회의 목표라고 밝혔다. 이를 어떻게 실현할지에 관한 논의를 한미 간 계속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동결 접근과 비핵화 목표를 함께 언급하며, 실현 방안은 양국이 계속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강 대사의 국정감사 답변에서 확인된 것은 정보기관 간 소통과 진전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 백악관 고위급 협의의 한계,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의 구체적 진전이 없다는 진단이다. 그는 정보협력과 대미 현안을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의 연계, 북한 비핵화 방안에 관한 한미 협의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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