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25일(현지시간) 비밀리에 귀국한 사실을 공개했다. 마차도는 소셜미디어에 “나는 여기 있다. 여러분과 함께”라고 적었지만 구체적인 소재지와 귀국 경로는 밝히지 않았다. 2024년 대선에서 마차도의 지원 아래 야권 후보로 출마한 에드문도 곤살레스도 망명지인 스페인에서 X에 글을 올려 귀국 사실을 확인하고 “아주 곧” 자신도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축출 뒤 10개월째 임시 정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마차도의 귀국이 차기 지도자 선출과 대선 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비밀 귀국 뒤에도 공개되지 않은 소재지와 경로
마차도는 25일 자신의 SNS에 귀국 사실을 알리는 글을 올렸지만 베네수엘라 안에서 어디에 있는지, 어떤 경로로 입국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곤살레스는 스페인에서 올린 X 게시물로 마차도의 귀국을 확인했다. 그는 자신도 “아주 곧” 베네수엘라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귀국 날짜나 이동 계획은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2024년 대선에서 야권의 후보와 지원 지도자로 함께 활동했다. 당시 마차도는 대선에 출마하기 위한 야권 예비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정권에 의해 출마가 가로막혔고, 외교관 출신 곤살레스가 대신 후보로 나섰다.
마차도는 지난해 12월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해 출국한 뒤 망명 생활을 이어왔다. 최근까지 파나마에 체류했고, 귀국 전까지 해외에서 활동했다. 당시 마차도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라면 다른 후보와 경쟁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저는 출마할 예정이지만, 물론 다른 후보들도 있을 수 있다. 저는 후보가 되려는 모든 사람과 기꺼이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귀국은 당시 밝힌 귀국 계획이 실제로 이뤄진 것이다. 앞서 마차도는 일곱 차례 귀국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일정 없는 임시 정부와 야권의 요구
마두로 전 대통령이 축출된 뒤 베네수엘라는 마두로 정권의 부통령이던 델시 로드리게스가 임시 대통령을 맡고 있다. 마차도의 귀국 시점까지 과도 정부 상태는 10개월째 이어졌고, 차기 대선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마두로가 미군에 압송·구금된 뒤 로드리게스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재임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용된 기간은 이미 지났지만, 선거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차도는 지난 9일 인터뷰에서 늦어도 내년 7월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차도의 귀국이 차기 지도자 선출로 곧바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로드리게스 임시 정부도 이에 동의했다. 미국 측은 선거에 앞서 경제를 안정시키고 법원과 선거관리위원회를 포함한 국가 제도를 재건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베네수엘라 임시 정부와의 협상으로 마차도가 안전하게 귀국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X에 “마차도 여사가 베네수엘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한 여건은 미국이 지원한 화해 협상의 직접적인 결과물”이라고 썼다. 다만 루비오는 이달 초 마차도가 원할 때 귀국할 권리가 있다고도 말했다.
미국과 임시 정부의 협상, 석유 접근권
마차도의 귀국을 둘러싸고 미국 행정부와 야권 사이에 일정 조율이 있었던 정황도 전해졌다. 여러 차례 귀국 의사를 밝힌 마차도의 계획은 워싱턴에서 마찰을 일으켰고, 미 당국자들이 귀국 일정을 늦춰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마차도의 조기 귀국을 달가워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뜻이 앞선 귀국 시도 무산에 작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에는 임시 정부와 협상해 마차도의 귀국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었다고 밝혔다. 루비오는 협상으로 이미 수백 명의 정치범이 석방됐고, 수백 명의 야권 정치인이 망명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에서 미시간주로 이동하던 중 마차도의 귀국에 관한 질문을 받고 “그녀가 자신의 노벨상을 내게 줬다. 내가 달리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가 안전하기를 바란다. 매우 좋은 여성이다. 하지만 우리는 베네수엘라에서 정말 잘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별도 인터뷰에서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며 “매주 우리는 (베네수엘라에서) 수백만 배럴의 기름을 반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임시 정부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 매장량의 5분의 1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도 맺었다. 임시 정부는 마두로 정권 시절과 달리 친미 노선으로 방향을 바꿨다.
대선 후보에서 망명 야권 지도자로
마차도는 마두로 정권에 맞서 베네수엘라 야권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2024년 7월 대선에서 마두로에 맞서 출마하기 위한 예비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직접 후보로 나서지 못했고, 곤살레스가 대신 출마했다. 당시 마두로가 3선에 성공했다는 공식 발표에는 선거 조작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됐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곤살레스를 대선 승자로 인정했다. 그는 야권이 국민이 부여한 임무에 따라 베네수엘라를 운영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밝혔다.
마차도는 마두로 축출 뒤 임시 대통령이 된 로드리게스에 대해 비판해왔다. 로드리게스가 마두로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으며, 마차도는 그를 탄압을 주도한 인물 가운데 하나라고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마차도가 베네수엘라 안에서 지지나 신망을 얻지 못했다며 지도자가 되기 어렵다고 말했고, 마차도를 배제한 채 로드리게스 임시 정부를 용인해왔다. 두 사람의 귀국 계획과 선거 요구는 임시 정부의 일정 미정 상태와 맞물려 있다.
곤살레스도 곧 귀국할 예정이라고 예고했지만 날짜는 제시하지 않았다. 임시 정부는 아직 대선 일정을 발표하지 않았고, 미국은 경제와 국가 제도 재건을 선거에 앞서야 할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마차도와 곤살레스의 귀국 및 차기 대선 관련 움직임은 앞으로 공개될 일정과 당사자들의 발표를 통해 확인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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