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이 8월 4일(현지시간) 화상으로 긴급 내무장관 회의를 열고 북아프리카의 스페인 자치령 세우타에서 벌어진 대규모 월경 사태의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를 주재한 마그누스 브루너 EU 이민 담당 집행위원은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스페인에 전적인 연대를 표명한다"고 말하고, 세우타 일대의 외부 국경 경비를 끌어올리기 위한 긴급 재정 지원을 포함한 지원책을 스페인 측에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는 재발 방지를 위한 공동 대응책 마련과 함께, 스페인의 이민 정책을 둘러싸고 회원국 사이에서 불거진 갈등을 봉합하는 데도 초점이 맞춰졌다.
세우타에서는 7월 말 단 24시간 만에 수만 명의 이주민이 모로코 쪽에서 한꺼번에 넘어오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넘어온 이들 대부분은 같은 날 스스로 모로코로 되돌아갔고 유럽 본토까지 도달한 사람은 한 명도 없어 상황은 비교적 빠르게 진정됐다. 그러나 단기간에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불법 월경이라는 점에서, 유럽은 시리아 내전이 격화하던 2015년 수준의 난민 유입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브루너 집행위원은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범죄 밀입국 조직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한 허위 정보를 꼽으면서, 스페인이 단행한 중남미 출신 미등록 이주민 대규모 합법화 조치와 이번 일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불법 체류자에게 합법적 체류 자격을 대거 부여하는 스페인의 정책이 다른 회원국들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며칠은 유럽의 회복력과 외부 국경의 안보를 가늠하는 시험대였다"며 "내 생각에는 유럽이 이 시험을 확실히 통과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사람들은 솅겐 지역에 진입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고, 국경의 안전도 신속하게 확보됐다"면서 "이제 중요한 것은 EU가 행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탈리아와 덴마크 등은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스페인 정부의 이민자 포용 정책을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스페인발 이동에 대한 국경 통제 강화를 요구해 스페인의 반발을 샀다. 사태 직후에는 EU 회원국 22개국이 EU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스페인이 외부 국경을 더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프랑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4개국은 서한에 서명하지 않았다. 하반기 EU 순회의장국인 아일랜드가 배포한 자료를 보면, 이날 장관들은 유럽 내 국경 검문 강화와 EU 국경관리 기구 프론텍스의 역할 확대를 비롯해 밀입국 알선 조직 단속, 송환 절차 강화, 제3국과의 협력 확대, 소셜미디어 감시를 통한 조기 경보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페르난도 그란데-마를라스카 스페인 내무장관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모든 국가가 "건설적인" 태도를 보였고 스페인의 신속한 대응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세우타로 넘어온 이주민이 애초 알려진 약 6만명보다 많은 7만2천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7만명이 모로코로 돌아갔다고 말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남아 있는 이들의 체류 자격은 "해결하는 과정"에 있으며 스페인에 머물 권리가 없는 사람은 전원 모로코로 송환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번 일로 솅겐 지역이 "어떤 식으로든 위협받지 않았다"며 "2차 이동은 없었으며, 그럴 가능성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세우타 당국을 인용해 약 860명의 미성년자가 모로코로 돌아가지 않고 남아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법상 망명 신청이 거부된 성인은 추방 절차를 밟지만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자는 당국이 보호 조치를 해야 한다. 세우타 자치정부는 창고 두 곳을 수용 시설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으나 이곳만으로는 아동 전원을 수용하기 어려워 본토 이민자 센터로 이송될 가능성이 있다. AFP통신은 스페인 당국자를 인용해 세우타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숨진 이주민이 75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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