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식품전문기업 선진(총괄사장 이범권)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생산 기반이 흔들려온 베트남 양돈농가에 한국형 축산 운영 노하우를 접목한 'K-축산모델'을 확산하고 있다. 기술을 이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농가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베트남은 세계 6위 돼지고기 생산국이자 소비국 기준으로는 세계 4위다. 돼지고기가 전체 육류 생산의 63~65%가량을 차지해 양돈이 축산업의 중심축을 이룬다. 인구 증가와 소득 향상으로 수요도 늘고 있다.

문제는 생산 기반의 취약성이다. 2019년 ASF가 전국으로 번지면서 약 590만 두가 살처분됐고, 국가 전체 돈군의 25%가량이 줄었다. 최근에도 ASF가 반복 발생해 농가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방역 체계와 표준화된 농장 운영의 중요성이 커진 배경이다.

선진은 사료(Feed)와 농장(Farm), 식품(Food)을 잇는 '3F 가치사슬'을 축으로 현지 사업을 꾸리고 있다. 한국 기술을 그대로 옮기는 대신 베트남의 기후와 질병 환경, 농가 운영 방식에 맞춰 다시 설계하는 방식이다. 2020년 설립한 동남아시아 축산혁신센터가 현장 데이터를 연구개발에 반영하고 이를 다시 농장에 적용하는 순환 구조를 맡고 있다.

질병이 발생하면 현장 기술 인력이 방역 체계 점검부터 농장 환경 개선, 재입식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평상시에는 예방접종과 위생관리, 생물학적 차단방역 등 표준화된 기준을 공유하고 농가 교육을 이어간다. 그 결과 경험과 관행에 기대던 농장 운영이 표준 관리 체계로 옮겨가고 있으며, 남부 지역 계약농가의 92%가 선진의 방역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실적도 축적되고 있다. 2025년 선진 베트남의 배합사료 생산량은 약 27만 톤, 비육돈 판매실적은 33만 두를 기록했다. 농장 방역 체계를 강화하는 '마이팜 디자인', 농가별 시설 개선 방안을 공유하는 'G7 워크숍', 생산성 관련 기술 세미나 '희망 콘서트' 등 기술 교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베트남 평가기관 Vietnam Report JSC가 발표한 '베트남 가장 신뢰받는 사료 기업 Top 10'에서는 5위에 올랐고,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명단에 포함됐다.

과거 한국은 유럽의 축산 기술을 들여와 산업을 키웠다. 선진의 베트남 사업은 그 과정에서 쌓은 운영 노하우를 역으로 내보내는 사례로, 기술 수용국에서 공급국으로 위치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ASF가 여전히 반복 발생하는 만큼 표준 방역 체계가 계약농가 밖으로 얼마나 확산되느냐가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선진 베트남 법인 관계자는 "ASF를 겪으며 베트남 농가들은 좋은 사료만으로는 농장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체감했다"며 "한국에서 축적한 사양관리와 방역 노하우를 현지 환경에 맞게 발전시켜 지속가능한 양돈산업 기반을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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