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오랜 기간 부양하거나 간병한 자녀가 그 보답으로 재산을 증여받았다가, 상속이 시작되자 다른 형제들로부터 유류분반환소송을 당하는 가족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은 부양의 대가로 받은 증여라도 원칙적으로 유류분 계산에 포함돼, 정작 부모를 챙긴 자녀가 재산을 다시 내놓아야 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반복돼 왔다. 개정 민법이 시행되면서 이 같은 소송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개정 민법은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이나 재산의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대가로 받은 증여나 유증을 특별수익으로 보지 않도록 했다”며 “기여의 보상으로 받은 재산은 유류분 반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게 된 것으로, 헌법재판소 결정일인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사건부터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에 사는 A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A씨는 10년 가까이 어머니를 모시며 간병해 왔고, 어머니는 생전에 고마움의 표시로 살던 주택을 A씨에게 물려줬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왕래가 뜸했던 형제들이 유류분반환을 청구하고 나섰다. 종전 법리대로라면 이 주택도 특별수익으로 계산에 들어갔겠지만, 개정법 아래에서는 증여가 부양·간병에 대한 보상이었음을 입증하면 반환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다만 이때의 기여는 자녀로서 통상 기대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특별한 것이어야 하며, 법원은 동거·간병 기간과 경제적 지원 정도, 다른 상속인의 부양 참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이번 변화의 출발점은 2024년 4월 헌법재판소 결정이다. 그동안 대법원 판례는 공동상속인이 받은 증여를 시기와 무관하게 특별수익으로 산입하면서도 유류분 사건에서 기여분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는데, 헌법재판소는 부양 상속인의 기여를 유류분 산정에 반영할 길이 없는 조항을 헌법불합치로, 형제자매의 유류분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이후 국회가 민법을 개정하면서 기여 보상 증여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명문화됐고,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유류분 권리자에서 제외됐다. 오랫동안 지적돼 온 법의 공백이 뒤늦게 메워진 셈이다.
반환 방식도 달라졌다. 올해 3월 17일 이후 개시된 상속부터는 유류분 부족액을 재산 자체가 아닌 금전으로 반환하는 것이 원칙이 되고, 가액 지급을 청구한 날부터 이자가 붙는다.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어기는 등 패륜 행위를 한 상속인에게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을 선고할 수 있는 제도도 함께 도입됐다. 제도별로 적용 시점이 다르다는 점은 주의할 부분이다. 기여 보상 증여의 특별수익 제외와 상속권 상실 제도는 2024년 4월 25일 이후 개시된 상속에, 가액반환 원칙은 2026년 3월 17일 이후 개시된 상속에 적용돼, 피상속인의 사망 시점에 따라 실제 사건에 적용되는 법리가 달라진다.
결국 소송의 승패는 입증에서 갈릴 수밖에 없다. 증여가 단순한 애정 표시가 아니라 부양·기여에 대한 보상이었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쪽이 밝혀야 한다. 동거·간병 기간, 병원비와 생활비 지출 내역, 증여 당시 피상속인이 밝힌 의사 등이 판단 근거가 되며, 증여 단계에서 계약서에 기여 보상의 취지를 명시해 두면 이후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유류분을 청구하는 쪽도 상대방의 기여 항변에 대비해 실제 부양이 이뤄졌는지, 증여 규모가 기여에 비해 과도하지 않은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청구 기한은 종전과 같다.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상속 개시와 반환해야 할 증여·유증을 안 날부터 1년, 상속 개시일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한다. 1년의 단기 시효는 증여 사실을 안 날부터 진행되는 만큼, 소송 준비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용증명 등으로 청구 의사를 먼저 표시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엄 변호사는 “개정법 이후 유류분 소송의 승패는 기여 사실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입증하느냐에 따라 갈리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재산을 증여할 때 기여 보상의 취지를 계약서에 남기고, 부양과 간병의 기록을 평소에 정리해 두는 것이 남은 가족 간 분쟁을 줄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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