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직업의 가장 큰 의미로 경제적 안정과 생계수단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엘림넷의 온라인 설문 플랫폼 나우앤서베이가 전국 만 20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업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 70.3%가 이같이 답해, 자아실현(8.3%)이나 삶의 만족(8.2%), 사회적 지위(5.5%) 등 다른 응답을 크게 앞섰다. 조사는 지난 8월 14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직업이 삶의 만족도(87.4%)와 정체성(84.6%)에 영향을 준다는 데는 대다수가 동의했지만, 정작 자신의 가치관과 잘 맞는다는 응답은 58.2%에 그쳤다. 직업이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정하는 정도와 실제 일치감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뜻으로, 많은 직장인이 만족스럽지 않은 일을 하면서도 그 영향력만은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새 직업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요소로는 급여 및 복지가 47.2%로 가장 많았고, 일과 삶의 균형이 19.1%로 뒤를 이었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우선 바뀌어야 할 것을 묻는 질문에서도 공정한 보상·인센티브 확대(30.9%)와 워라밸 강화(27.0%)에 응답이 몰려, 직업 선택 기준과 만족도 개선 요구가 사실상 같은 두 축으로 수렴하는 모습을 보였다.
성별과 연령대에 따른 차이도 뚜렷했다. 남성은 급여(49.8%)를 가장 중시한 반면 여성은 워라밸(22.7%, 남성은 17.0%)에 상대적으로 더 무게를 뒀다. 20대는 성장 가능성(16.3%)에 민감했고 50대는 급여(52.6%) 비중이 가장 높았다. 직업의 의미를 자아실현으로 보는 응답자는 가치관 부합도와 자기실현 가능성 점수가 생계수단으로 보는 응답자보다 뚜렷하게 높게 나타나, 같은 일이라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체감 만족도가 갈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삶의 만족 영향, 가치관 부합도 등 주요 지표 점수도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AI 기술 발전으로 최근 1년 사이 이직이나 직업 변경을 고민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67.1%에 달했고, 이 중 11.1%는 실제로 이직·직업 변경을 준비했거나 완료했다고 답했다. AI로 인한 직업 전망 변화가 더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상당수 직장인이 마주한 현실적 고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AI 등 신기술이 자신의 직업 전망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남성(평균 3.46점, 긍정 응답 57.6%)이 여성(평균 3.27점, 긍정 응답 48.8%)보다 낙관적이었다. 긍정에서 부정 응답을 뺀 순긍정도는 전체 응답자 기준 +34.3%포인트로, 남성 +39.8%포인트, 여성 +24.7%포인트 모두 뚜렷한 양의 수치를 나타냈다. 다만 연령대별로는 뚜렷한 경향이 보이지 않았고, AI로 인한 이직을 실제로 준비하거나 경험한 응답자일수록 AI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나우앤서베이 케빈 수석연구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AI로 인한 직업 변화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다행히 남녀 모두 자신의 직업 전망에 대해 긍정적 응답이 부정적 응답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한국 직장인에게 직업이 여전히 생계수단의 성격이 강하면서도 가치관과의 일치감은 그 영향력만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급여와 워라밸이라는 현실적 조건이 직업 선택과 만족도 개선 요구를 동시에 좌우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기업의 인사 정책도 이 두 축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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