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텍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반면 국내 바이오는 여전히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로쓰리서치는 산업보고서를 통해 과거 한·미 바이오 주가를 함께 움직이던 금리 변수 대신 빅파마의 특허절벽 대응과 국내 증시 수급 차이가 최근 양국 시장의 방향을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미국 바이오텍 지수 XBI는 최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그동안 한·미 바이오텍의 월간 수익률은 약 0.5의 상관계수를 보이며 금리와 글로벌 유동성에 비슷하게 반응해왔다. 신약 개발에 장기간 자금이 필요하고 외부 자금조달 의존도가 높은 업종 특성상 금리 민감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졌음에도 XBI가 오히려 상승하며 기존 흐름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흐름의 배경에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특허절벽이 자리한다. 머크의 키트루다와 BMS의 옵디보 등 주요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다가오면서 빅파마들이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체 개발보다 검증된 외부 자산을 인수하거나 기술을 도입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면서, 2026년 7월 말 기준 글로벌 제약·바이오 M&A 규모는 약 1936억달러로 지난해 연간 실적인 2090억달러에 근접했다.
M&A와 기술이전 확대는 거래 당사자를 넘어 유사한 파이프라인과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들의 가치까지 끌어올리는 효과를 낸다. 특정 질환·기전·임상 단계 자산에 빅파마가 지불한 가격이 비교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피인수 기업의 프리미엄이 잠재적 차기 거래 후보로 확산되는 구조다. 이 여파로 미국 바이오 시장 전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대형 기술수출 이후 ADC와 CNS 관련 플랫폼으로 기대가 옮겨붙는 흐름이 일부 나타났다.
다만 국내 바이오가 이 흐름에 온전히 올라타지 못한 이유로는 수급 구조의 차이가 꼽힌다. 국내 증시 자금이 반도체와 대형주로 쏠리면서 코스닥과 바이오 업종의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는 것이다. 미국은 기업 전체를 사들이는 M&A 비중이 높아 인수가격과 경영권 프리미엄이 주가에 즉각 반영되지만, 국내는 파이프라인·플랫폼 기술이전이 중심이어서 선급금과 마일스톤, 로열티 등 조건부 대가가 기업가치에 단계적으로만 반영된다. 이 구조적 차이가 두 시장의 온도차를 설명하는 핵심으로 보인다.
주가 부진과는 별개로 국내 바이오의 실질적인 글로벌 성과는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은 12건이며, 이 중 계약 규모가 공개된 10건의 총액은 약 17조원에 달한다. 선급금이 공개된 6개 기업 7건 계약에서는 5744억원이 유입돼 지난해 연간 선급금 총액의 약 1.8배에 이르렀다. 해외 자산운용사의 지분 투자와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연구도 늘면서 해외 자본과 국내 바이오를 잇는 통로 역시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개별 기업 중에서는 에임드바이오와 올릭스, 디앤디파마텍이 글로벌 검증 여부에 따라 향후 재평가 가능성이 있는 사례로 거론된다. 에임드바이오는 전임상 단계에서 세 건의 기술이전을 성사시켰으며, 바이오헤븐에 넘긴 FGFR3 표적 ADC ‘AMB302’는 임상 1상에서 확정 부분반응과 용량제한독성 미발생을 확인했다. 올릭스는 RNA 간섭 플랫폼 ‘OASIS’를 기반으로 일라이 릴리와 계약을 맺었고 해외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며 기술 계약이 지분투자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었다. 디앤디파마텍은 MASH 치료제 ‘DD01’ 임상 2상에서 48주 기준 MASH 해소율 62.5%, 섬유화 개선율 50.0%를 기록하고 CSR을 수령해 글로벌 기술이전을 추진 중이다.
결국 한·미 바이오의 주가 격차를 단순히 기술 경쟁력 차이로만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에서는 특허절벽이 촉발한 M&A가 바이오 자산가치를 빠르게 주가에 반영하는 구조인 반면, 국내에서는 취약한 수급과 기술이전 중심의 거래 구조가 반영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게 이번 보고서의 진단이다. 향후 K-바이오 재평가 역시 업종 전체보다는 차별화된 플랫폼과 임상 성과를 확보하고, 기술이전 이후 마일스톤과 로열티 수취까지 이어지는 개별 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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