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경, 명절 대목 노린 편법 가격인상·표시위반 현장 적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일대에서 원산지 표시를 속이거나 가격을 편법으로 올려 받는 사례가 잇따라 적발됐다. 지방자치단체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이달 들어 성수품 유통 현장을 대상으로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으며, 벌써 여러 건의 위반 행위를 확인해 행정처분과 형사 입건 절차를 진행 중이다. 매년 명절을 앞두고 되풀이되는 원산지 둔갑과 편법 가격 인상이 올해도 여지없이 적발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사경은 명절을 앞두고 수요가 몰리는 한우, 굴비, 배, 사과, 밤 등 성수품 판매업소를 중심으로 현장 점검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산으로 표시해 놓고 실제로는 수입산 농산물을 섞어 판매하거나, 원산지 표시 자체를 아예 하지 않은 채 판매대에 올려놓은 사례가 대표적인 적발 유형으로 꼽힌다. 일부 정육점에서는 수입산 소고기를 한우로 둔갑시켜 팔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국내산 배와 수입산 배를 한 상자에 섞어 담아 판매하거나, 원산지 표시판을 상품 진열대 뒤편에 감춰두고 눈에 잘 띄지 않게 배치한 경우도 있었다.
특사경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위반은 성수품 물동량이 몰리는 시기에 특히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평소보다 유통 물량이 두세 배 이상 늘어나면서 중간 유통 단계에서 원산지 표시가 뒤섞이거나 누락되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 대형 전통시장에서는 도매상 단계에서 이미 원산지 표시가 불분명한 상태로 소매점에 물건이 넘어온 사례도 확인됐다. 이 때문에 특사경은 소매점뿐 아니라 도매시장과 산지 유통업체까지 점검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가격 관련 위반도 함께 드러났다. 명절 대목을 노려 선물세트 구성품 중량을 슬쩍 줄이면서 가격표는 그대로 두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 방식의 편법 인상 사례가 여러 건 확인됐다. 또 일부 상점은 미리 붙여둔 정상가 스티커 위에 할인가 스티커를 덧붙여 손님에게는 싸게 사는 것처럼 보이게 했지만, 실제로는 평소보다 오히려 비싸게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마트 매대에서는 추석 이벤트 명목으로 ‘20% 할인’ 문구를 붙여 놓고도, 할인 전 기준가를 평소보다 미리 올려놓아 실질적으로는 가격 차이가 거의 없었던 사례도 적발됐다.
한 지자체 특사경 관계자는 “명절 직전에는 소비자들이 시간에 쫓겨 가격과 원산지를 꼼꼼히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틈을 노려 표시를 속이거나 가격을 부풀리는 상술이 매년 반복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도 성수품 취급 업소를 대상으로 상시 점검반을 편성해 현장을 돌고 있다”며 “적발 건수는 연휴가 가까워질수록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마지막 주까지 단속 강도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적발된 업소는 원산지 표시 관련 법령과 농수산물 품질관리법에 따라 형사 고발되거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한 경우에는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표시를 아예 하지 않은 경우에도 과태료가 부과된다. 가격 표시를 속인 경우에는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처리될 수 있다는 게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위반 정도가 반복적이거나 규모가 크다고 판단되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이 병행되기도 한다.
실제 피해를 본 소비자 사례도 확인된다. 서울에 거주하는 최모 씨(48)는 추석 선물용으로 구입한 한우 세트가 실제로는 수입산이 일부 섞여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신고에 나섰다. 최씨는 “포장지에는 분명 국내산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확인해보니 수입산이 섞인 혼합육이었다”며 “명절이라 급하게 사다 보니 꼼꼼히 못 봤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게 씁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강모 씨(52)는 재래시장에서 산 밤이 중국산인데도 국내산이라는 안내판 아래 진열돼 있었다며 “가격이 국내산 시세와 똑같아서 의심 없이 샀는데 알고 보니 원산지가 달랐다”고 전했다. 경기도에 사는 이모 씨(39)는 온라인으로 주문한 배 선물세트의 실제 중량이 상세페이지에 적힌 것보다 적었다며 “박스는 그대로인데 낱개 크기가 작아진 걸 뒤늦게 알아차렸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명절 성수품은 평소보다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유통 과정에서 원산지 세탁이나 편법 가격 인상이 벌어질 유인이 커진다”며 “구매 전 원산지 표시판과 가격표를 반드시 대조해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농산물 유통 전문가는 “원산지 표시는 소비자의 알 권리이자 국내 농축산업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표시 위반이 적발되면 해당 업소명과 위반 내용을 지자체 홈페이지 등에서 공개하는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성수품 특성상 한번 유통이 끝나면 추적이 어려운 만큼, 사전 점검과 즉시 신고 체계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당국은 추석 연휴 직전까지 단속을 이어갈 방침이다. 전통시장뿐 아니라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명절 선물세트도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온라인의 경우 상세페이지에 표기된 원산지와 실제 배송된 상품의 원산지가 다른 사례도 일부 확인돼, 특사경은 온라인 유통 채널에 대한 표본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새벽배송이나 당일배송으로 판매되는 선물세트는 현장 확인이 어려운 만큼, 배송 전 상품 사진과 표시 라벨을 별도로 보관해두는 것이 분쟁 발생 시 도움이 된다는 조언도 나온다.
소비자가 원산지 표시 위반이나 가격 편법 인상을 발견했을 때는 관할 지자체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신고할 수 있다. 신고 시에는 구매 영수증과 제품 사진, 표시 라벨 등을 함께 제출하면 확인 절차에 도움이 된다는 게 관계 기관의 안내다. 성수품을 구입할 때는 원산지 표시판과 실제 상품, 가격표의 단위 중량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권장된다. 특히 선물세트는 겉포장과 실제 내용물의 원산지가 다를 수 있어 구성품 하나하나의 표시를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도 함께 안내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