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지단·전 식중독 위험, 보관 온도와 시간이 갈랐다

추석 연휴 차례상을 물린 뒤 남은 전과 나물, 탕국을 그대로 식탁 위에 두는 집이 적지 않다. 명절 특유의 넉넉한 인심과 바쁜 손길 속에서 음식은 조리된 뒤에도 몇 시간씩 상온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몇 시간이 식중독 발생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는 게 보건당국과 식품안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중독균은 대체로 5도에서 60도 사이 온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증식한다. 이 구간을 흔히 '위험 온도대'라고 부른다. 실온이 25도 안팎인 초가을 명절 기간, 조리된 음식이 이 온도대에 2시간 이상 머물면 세균이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한다는 것이 식품위생 분야의 일반적인 설명이다. 특히 실온이 30도를 넘는 낮 시간대라면 그 한계는 1시간 안팎으로 더 짧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추석 음식 상당수가 이 위험 온도대에서 오래 버티는 성질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전과 산적은 기름에 튀기거나 부친 뒤 실온에서 식히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 자체가 세균 증식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 나물류는 데친 뒤 무쳐서 상온에 두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분과 양념 속 미생물이 늘어날 위험이 커진다. 탕국이나 산적처럼 육류와 어패류가 들어간 음식은 상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몇 년간 발표한 식중독 통계를 보면 9월과 10월, 명절이 낀 시기에 살모넬라균이나 황색포도상구균에 의한 집단 식중독 신고가 다른 달보다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난다. 특히 나물무침이나 잡채처럼 여러 재료를 손으로 섞는 음식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이 균은 사람의 손이나 피부에 흔히 존재해 조리 과정에서 옮겨가기 쉽고, 한번 증식하면 가열해도 독소가 파괴되지 않아 더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다.

한 식품영양학 전공 연구위원은 "명절 음식은 대량으로 한꺼번에 조리해 식히는 시간이 길어지는 구조적 특징이 있다"며 "조리 직후 뜨거운 상태에서 바로 실온에 방치하기보다 소분해 빨리 식히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전이나 튀김류는 겉은 바삭해 보여도 속까지 완전히 식지 않은 채 쌓아두면 냉장고에 넣어도 내부 온도가 천천히 낮아져 위험 온도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여러 겹으로 쌓아둔 전은 가운데 부분이 가장 늦게 식기 때문에 넓은 그릇에 한 층씩 펼쳐 식히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사례도 있다. 지난해 추석 연휴 직후 응급실을 찾은 최모 씨(45)는 차례를 지낸 다음 날 상온에 하루 가까이 놓여 있던 전과 나물을 먹고 복통과 설사 증상을 겪었다. 최씨는 "명절 음식이 아까워서 냉장고에 넣지 않고 밥상보만 덮어뒀는데 그게 문제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기 김모 씨(52)도 성묘를 다녀온 뒤 차 안에 두었던 산적을 저녁에 데워 먹고 밤새 구토와 발열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김씨는 "차 안이 그늘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낮 동안 온도가 많이 올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명절 연휴 기간에는 소화기 관련 응급실 방문이 평소보다 늘어나는 경향이 보건당국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기본 원칙은 명확하다. 조리한 음식은 가급적 2시간 안에 먹거나 냉장 보관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냉장고에 넣을 때는 음식을 완전히 식힌 뒤 밀폐 용기에 나눠 담아야 하며, 뜨거운 상태로 한꺼번에 많은 양을 넣으면 냉장고 내부 온도가 올라가 다른 음식까지 상할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된다. 냉장 보관 음식은 통상 3~4일 안에 섭취하는 것이 권장되고, 그 이상 보관해야 한다면 냉동 보관으로 전환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냉동 보관한 전이나 나물도 한 달을 넘기지 않고 소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덧붙인다.

전과 나물처럼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재가열 시 속까지 충분히 익혀야 한다는 점도 강조된다. 겉만 데우고 속은 차가운 상태로 먹으면 표면 온도만 오르고 내부 세균은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탕국이나 국물류는 한소끔 끓여 다시 식힌 뒤 보관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다. 전자레인지로 데울 경우에는 중간에 한 번 뒤집거나 저어 열이 고르게 퍼지도록 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있다.

차례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위생 관리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한 식품위생 관련 협회 관계자는 "명절 음식은 여러 사람이 함께 손질하고 조리하는 경우가 많아 손 씻기와 조리도구 구분 사용이 소홀해지기 쉽다"며 "생선이나 고기를 다루던 칼과 도마로 나물이나 과일을 손질하면 교차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냉장고에 넣기 전 음식을 얕은 용기에 펼쳐 담아 식히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실질적인 예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조리 전후로 손을 30초 이상 비누로 씻고, 채소와 육류·어패류용 도마를 따로 두는 것만으로도 교차 오염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묘나 나들이를 위해 음식을 포장해 이동하는 경우에는 보냉 가방과 아이스팩을 활용해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 권장된다. 야외에서 오랜 시간 음식을 꺼내둔 채 방치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어패류나 육류가 포함된 전, 산적류는 상온 노출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험이 커지는 만큼 이동 전후 온도 관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차량 트렁크나 실내에 음식을 두고 장시간 이동할 경우 여름 못지않게 온도가 올라갈 수 있어 보냉 장치 없이 방치하는 것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식중독 증상은 보통 음식을 섭취한 뒤 수 시간에서 하루 이틀 사이 복통, 설사, 구토, 발열 형태로 나타난다. 증상이 가볍게 시작되더라도 탈수나 고열이 동반되면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어린이나 고령자,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증상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어 자가 판단으로 대처하기보다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설사 증상이 있을 때는 지사제를 임의로 복용하기보다 수분과 전해질을 충분히 보충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 의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보건당국은 매년 추석과 설 연휴를 전후해 식중독 예방 수칙을 안내하고 있다. 명절 음식은 손을 자주 씻고 조리한 뒤 바로 식혀 냉장 보관하며, 보관 기간을 넘긴 음식은 아깝더라도 폐기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원칙이 반복해서 강조되고 있다. 아울러 남은 음식을 여러 차례 나눠 데워 먹기보다 한 번에 필요한 양만 덜어 데우는 것이 세균 증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도 함께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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