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한우세트 줄줄이 인상… 체감 물가 부담 커져

추석을 앞두고 장을 보러 나선 소비자들의 표정이 무겁다. 올해도 어김없이 과일과 한우를 중심으로 한 선물세트 가격이 지난해보다 오르면서 명절 물가 부담이 예년보다 커졌다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온다. 마트 진열대 앞에서 가격표를 몇 번씩 확인하고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번 추석 성수품 가격은 사과와 배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폭염과 병충해 피해로 작황이 부진했던 데다 올여름에도 이상 기후로 인한 낙과 피해가 겹치면서 상품성 있는 과일 물량 자체가 줄었다는 것이 유통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제수용으로 많이 쓰이는 크기가 큰 사과와 배는 물량 확보가 쉽지 않아 도매가격이 지난해보다 두 자릿수대 상승률을 기록한 품목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지 출하량 자체가 줄어든 탓에 등급이 낮은 상품까지 웃돈을 주고 사가는 경우도 생겼다는 것이 산지 유통인들의 전언이다.
한우 선물세트 역시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다. 한우 사육 마릿수가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등심, 갈비 등 인기 부위를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세트 가격이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마트와 백화점들은 예년과 비슷한 구성의 선물세트를 내놓고 있지만, 실제 판매가는 소폭에서 많게는 두 자릿수 비율까지 오른 상품이 적지 않다는 것이 유통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우 사육 마릿수 감소는 사료값 상승과 번식우 감소가 겹친 결과로, 단기간에 공급이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소비자 물가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 가운데 신선식품 부문은 명절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오르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는 상승 폭이 예년보다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과일류는 기상 여건에 따라 작황이 크게 좌우되는 품목이라 가격 변동성이 크고, 명절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는 체감 상승률이 통계 수치보다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물가 동향 점검에서 명절 성수품 가격이 농축산물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짚은 바 있다.
농업경제 분야 연구위원은 "기후 변화로 인한 작황 불안정성이 반복되면서 명절마다 과일값이 요동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생산 단계에서의 안정적인 물량 확보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우는 사육 두수 감소와 사료비 부담 등 구조적 요인이 겹쳐 있어 단기간에 가격이 안정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명절 대목을 앞두고 예약 판매 시점부터 가격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덧붙였다.
체감 부담은 실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 씨(45)는 "매년 부모님께 드리는 한우 세트를 예약했는데 올해는 같은 등급, 같은 구성인데도 가격이 더 붙었다"며 "과일도 상품용으로 고르려니 예산을 더 늘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30대 직장인 이모 씨(34)는 "회사 거래처 선물까지 챙기다 보니 예년보다 지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중소형 과일이나 견과류 세트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의 양가 인사를 준비하던 박모 씨(29)는 "선물세트 예산을 미리 정해뒀는데 막상 매장에 가보니 같은 가격대에서 구성이 예년보다 부실해진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유통업체들은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안 상품을 내놓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실속형 선물세트 구성을 늘리고, 크기나 등급을 조정한 중저가 상품군을 확대하는 추세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산지 직송이나 소포장 상품을 통해 가격 부담을 줄인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일부 업체는 사과와 배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이 적은 다른 과일을 조합한 혼합 세트를 선보이며 대체 수요를 노리고 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과일이나 한우 선물세트를 준비할 때는 여러 유통 채널의 가격을 비교하고, 필요에 따라 조기 예약 할인이나 특가 행사를 활용하는 것이 실질적인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정부도 명절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성수품 수급 안정 대책의 하나로 주요 농축산물에 대한 할인 지원과 계약재배 물량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 비축 물량을 시장에 풀어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는 방안도 병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기후 여건에 따른 작황 변동이나 사육 구조의 근본적 변화까지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관련 부처의 설명이다.
한편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선물세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전통시장에서 개별 과일이나 정육을 구매해 직접 선물세트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 상인들의 전언이다. 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명절을 앞두고 과일과 정육 코너를 찾는 발길이 늘었다"며 "완제품 선물세트보다 가격을 직접 비교하며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찾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전통시장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나 주차 지원 등의 혜택을 함께 내놓고 있다.
가격 비교 애플리케이션이나 대형마트 간 최저가 비교 서비스를 활용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필요한 품목만 개별적으로 구매해 예산을 조절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명절 선물을 아예 상품권이나 실용적인 생필품 세트로 대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올해 추석 선물 물가는 과일 작황 부진과 한우 수급 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지난해보다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와 정부는 할인 행사와 대체 상품 확대 등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병행하고 있다.
===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통계청
한국은행
농림축산식품부
소비자단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