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 겨냥한 다양한 장르 작품들 동시 출격

추석 연휴를 앞두고 극장가가 분주해졌다. 가족 단위 관객이 몰리는 명절 특수를 잡기 위해 다양한 장르의 신작들이 같은 시기 개봉을 확정하면서 경쟁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짧게는 사나흘, 길게는 열흘 가까이 이어지는 연휴 기간 동안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한 해 흥행 판도를 가르는 분수령이 되는 만큼 배급사들의 편성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해 추석 연휴에는 사극과 코미디, 애니메이션, 오락 영화 등 서로 다른 취향을 겨냥한 작품들이 고르게 포진했다. 명절 특성상 조부모부터 어린 자녀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관람이 이뤄지는 만큼 배급사들은 특정 연령층에 치우치지 않는 가족 친화적 소재를 앞세우는 전략을 택했다. 실제로 극장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명절에는 자극적이거나 무거운 소재보다는 온 가족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 흥행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도 개봉을 앞둔 작품들의 예매 순위가 연휴 시작 전부터 요동치고 있다. 주요 예매 사이트에서는 개봉 일주일 전부터 상위권 작품이 하루가 다르게 뒤바뀌는 모습이 나타났다. 배급사들은 예매율 추이를 실시간으로 살피며 홍보 방식을 수정하는 등 막판까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한 극장 관계자는 “연휴 첫날 예매율이 이후 연휴 전체 흥행 성적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 첫날 성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추석 연휴 기간 전체 극장 관객 수는 명절 시기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평소 주말 대비 뚜렷한 증가세를 보여왔다. 다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이 보편화하면서 예전만큼 극장을 찾는 발길이 폭발적이지는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영화산업 관계자는 “스크린 독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상영관을 적절히 분산 배정하는 흐름이 최근 몇 해간 자리를 잡았다”며 “특정 작품 한 편에 좌석이 몰리기보다는 관객이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골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명절 개봉작들의 편성 시점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는 대작 한두 편이 스크린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흔했지만, 최근에는 중소 규모 작품들도 일정 비율의 상영관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관객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반응이 나오는 한편, 일부 배급사는 스크린 확보 경쟁이 오히려 치열해졌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이번 연휴 개봉작 중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 장르와 액션이 결합된 대작이 먼저 눈길을 끈다.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이 작품은 여름 성수기를 피해 추석 연휴로 개봉 시기를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급 관계자는 “여름 극장가 경쟁이 워낙 치열해 상대적으로 승산이 있다고 판단되는 명절 시장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배우들의 무대인사 일정과 시사회 반응이 화제를 모으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족 애니메이션도 명절 단골 장르로 자리 잡았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연휴 나들이 코스로 극장을 찾는 경우가 많아, 매년 추석과 설 연휴에는 애니메이션 작품이 빠지지 않고 개봉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다. 올해도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과 해외 수입작이 동시에 개봉하면서 저연령층 관객을 놓고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극장 업계에서는 애니메이션 관객의 경우 재관람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 주목해 연휴 후반부까지 상영 회차를 유지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코미디 장르 역시 명절 극장가의 스테디셀러다. 명절 특유의 가족 모임 정서와 맞물려 웃음 코드를 앞세운 작품들이 꾸준히 관객을 끌어왔다. 한 영화평론가는 “명절에는 관객이 복잡한 서사보다 편안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이 때문에 배급사들도 무거운 메시지보다는 오락성을 강화한 편집본을 명절용으로 따로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 평론가는 이어 “관객층이 다양한 명절 시기에는 러닝타임을 지나치게 길게 잡지 않는 것도 흥행에 유리한 요소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극장가에서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관객 수 회복세가 이번 연휴에도 이어질지에 관심이 모인다.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침체됐던 극장 관객 수는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흐름을 보였지만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극장업계 관계자는 “명절 연휴는 여전히 극장 매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시기”라며 “가족 단위 관람객을 잡기 위한 좌석 프로모션이나 조조·심야 할인 등 다양한 마케팅이 병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극장 매점 매출도 명절 기간 눈에 띄게 늘어난다는 분석이 있다. 팝콘과 음료 세트 외에도 명절 분위기에 맞춘 한정판 굿즈나 캐릭터 상품을 함께 판매하는 극장이 늘면서 부가 매출을 끌어올리는 전략도 병행되고 있다. 한 극장 관계자는 “연휴 기간에는 가족 단위 관객이 매점을 이용하는 비율이 평소보다 높아 관련 상품 구성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실제 관람을 계획하는 시민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두 자녀를 둔 김모 씨(41)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과 어른들이 볼 만한 작품을 하루씩 나눠 볼 계획”이라며 “연휴 동안 날씨가 궂을 때를 대비해 미리 예매를 해뒀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 씨(29)는 “명절에 본가에 내려가지 않고 서울에 남아 있는 터라 연휴 동안 밀린 개봉작을 몰아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대학생 박모 씨(23)는 “친구들과 조조 상영을 예매해 놓았다”며 “연휴 초반에는 사람이 몰릴 것 같아 일찌감치 시간을 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작품은 명절 특수를 피해 연휴 이후로 개봉을 미루는 전략을 택하기도 했다. 경쟁이 치열한 시기에 정면 승부를 벌이기보다는 연휴가 끝난 뒤 상대적으로 스크린을 확보하기 쉬운 시점을 노리는 전략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매년 명절마다 대작들이 몰리다 보니 스크린 수 확보 경쟁이 치열해 오히려 개봉일을 조정하는 작품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는 중소 배급사나 독립영화 진영에서 특히 두드러지는데, 명절 이후 관객 수요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시점을 골라 입소문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국내 극장 3사는 이번 연휴 기간 상영 시간표를 조정해 심야와 조조 상영 회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지점에서는 연휴 기간 한정으로 특별관 좌석 요금을 조정하거나 가족 단위 관객을 위한 할인 패키지를 마련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명절 연휴 동안 온 가족이 함께 영화관을 찾는 문화는 여전히 뚜렷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올해도 다양한 장르의 신작들이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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