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음식 대량 조리 가정 늘어나며 보관법 관심 커져

추석 연휴가 끝났지만 냉장고 안에는 여전히 송편과 전, 나물 반찬이 그릇째 남아 있는 집이 적지 않다. 명절 음식을 한꺼번에 넉넉히 준비하는 가정이 많다 보니 다 먹지 못한 음식을 어떻게 보관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특히 송편처럼 찹쌀로 만든 떡류는 상온에서 쉽게 굳거나 상하기 때문에 보관법에 따라 맛과 안전성이 크게 갈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떡류는 수분 함량이 높고 방부제를 넣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실온에서는 하루 이상 두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냉장 보관도 오래가지 않는다. 떡의 주성분인 전분이 냉장 온도에서 오히려 더 빨리 노화하면서 딱딱해지는 '노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냉동 보관은 전분의 노화 속도를 늦춰 떡 본연의 식감을 비교적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농촌진흥청 자료를 보면 떡류의 노화는 영하 온도보다 0도에서 5도 사이의 냉장 온도대에서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명절이 끝난 뒤 남은 송편이나 인절미를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은 오히려 떡을 더 빨리 딱딱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먹을 만큼만 냉장 보관하고, 나머지는 바로 냉동실로 옮기는 것이 식감을 지키는 데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송편을 냉동할 때는 먼저 한 김 식힌 뒤 서로 들러붙지 않도록 참기름을 살짝 발라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대로 겹쳐 얼리면 떡끼리 붙어 나중에 하나씩 꺼내 먹기 어렵다. 한 번 먹을 분량씩 소분해 밀폐용기나 냉동용 비닐팩에 담아 공기를 최대한 빼고 밀봉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기와 접촉하는 부분이 많을수록 표면이 건조해지고 냉동실 특유의 냄새가 배는 '냉동 화상' 현상이 생기기 쉽다.
보관 기간은 통상 2주에서 한 달 이내를 권장한다. 그 이상 두면 맛이 떨어질 뿐 아니라 냉동실 안에서도 서서히 산화가 진행돼 풍미가 변할 수 있다. 해동은 급격한 온도 변화를 피하는 것이 관건이다. 냉동실에서 바로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보다는 실온이나 냉장실에서 서서히 녹인 뒤 살짝 데우거나, 찜기에 젖은 면포를 깔고 찌는 방식이 떡의 쫄깃한 식감을 되살리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 조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찜기를 이용할 경우 물이 끓기 시작한 뒤 5분 안팎으로 짧게 찌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다. 너무 오래 찌면 겉면이 질척해지고 속은 오히려 딱딱한 채로 남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때는 물을 살짝 뿌린 뒤 랩을 씌워 짧은 시간 여러 차례 나눠 데우는 방식이 수분 손실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도 나온다.
전과 나물류도 보관법이 다르다. 기름에 부친 전은 냉동하면 기름이 산패해 특유의 텁텁한 맛이 날 수 있어 가능하면 냉장 보관 후 2~3일 내 소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득이하게 냉동해야 한다면 한 장씩 랩으로 감싸 겹치지 않게 보관하고, 재가열할 때는 전자레인지보다 마른 팬에 다시 굽는 방식이 눅눅함을 줄이는 데 낫다는 의견이 많다. 나물 반찬은 수분이 많아 냉동보다는 냉장 보관이 적합하며, 3~4일 안에 먹는 것이 안전하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전류를 보관할 때는 키친타월로 여분의 기름을 한 번 닦아낸 뒤 밀폐용기에 담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있다. 기름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산패가 빨라지고 냄새도 강해지기 때문이다. 나물은 물기를 최대한 제거한 뒤 보관해야 무르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강조된다. 물기가 남아 있으면 냉장고 안에서도 세균 번식이 빨라질 수 있어 조리 후 식힌 다음 물기를 짜서 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 영양학 관련 연구위원은 "명절 음식은 대체로 기름지고 염분이 높아 오래 두고 먹기보다는 적정량을 나눠 소비하는 것이 위생과 건강 면에서 모두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냉동 보관을 하더라도 육안으로 이상이 없어 보인다고 해서 무기한 안전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관 날짜를 용기에 적어두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냉동실에 넣는다고 음식이 처음 상태로 멈춰 있는 것은 아니며,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과 향이 조금씩 빠져나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명절 음식을 대량으로 만드는 가정에서는 보관 기간을 넘긴 음식을 뒤늦게 발견하고 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주부 김모 씨(52)는 "매번 명절이 지나면 냉동실 구석에서 몇 달 전 것으로 보이는 송편이 나온다"며 "올해는 소분해서 날짜를 적어두고, 먹을 만큼만 얼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 씨(34)는 "명절에 받은 전과 떡을 회사 냉장고에도 나눠 보관했는데, 언제 넣었는지 헷갈려서 결국 상한 채로 발견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자취를 하는 박모 씨(29)는 "혼자 살다 보니 명절 음식을 나눠 받아도 다 못 먹고 버리는 일이 많았다"며 "이제는 받자마자 바로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고, 스마트폰 메모에 보관 날짜를 적어두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인 단위의 관리 습관이 명절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데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건당국은 냉동식품이라 하더라도 유통기한 개념보다는 '품질 유지 기한'으로 접근할 것을 권한다. 냉동 상태라도 미생물이 완전히 사멸하는 것은 아니어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맛과 안전성이 함께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명절 음식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조리되는 경우가 많아 위생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리 도구와 손 위생을 철저히 하고, 담을 때 사용하는 용기도 미리 소독해두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한편 냉동실 안 온도 관리도 보관 품질에 영향을 준다. 냉동실 문을 자주 여닫으면 내부 온도가 오르내리면서 식품의 노화나 변질이 빨라질 수 있다. 한국식품과학회 관계자는 "가정용 냉동실은 업소용과 달리 온도 편차가 크기 때문에 문 쪽보다는 안쪽 깊숙한 곳에 음식을 보관하는 것이 온도 변화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냉동실 용량의 70% 이상을 채우면 내부 공기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온도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적정 공간을 남겨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명절 음식을 나눠 담을 때는 유리 용기보다 냉동 전용 비닐팩이나 지퍼백을 사용하는 것이 부피를 줄이고 급속 냉동에도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얇게 펴서 얼리면 그만큼 빨리 얼고 빨리 녹아 식감 손실도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명절이 끝난 뒤 냉동실 정리와 함께 보관 용기별 날짜 표기를 습관화하면 남은 음식을 안전하게 소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