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방문 대신 메신저·영상통화로 안부 전하는 청년층 늘어

연휴 첫날 아침, 서울에서 혼자 사는 김모 씨(29)는 고향에 내려가는 대신 스마트폰을 켰다. 부모님께 영상통화를 걸어 인사를 나누고, 단체 채팅방에는 이모티콘이 담긴 추석 인사 메시지를 남겼다. 예전 같으면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을 시기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김 씨는 "굳이 몸이 힘들게 이동하지 않아도 마음은 전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명절 당일 아침 일찍 영상통화로 부모님 얼굴을 보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며 "직접 내려가지 못한다는 죄책감도 예전보다 덜하다"고 덧붙였다.
추석을 앞두고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대신 메신저와 영상통화로 안부를 전하는 비대면 명절 인사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청년층의 지리적 분산, 그리고 명절 이동에 따르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으며, 특히 20~30대 젊은 세대의 독립 가구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명절마다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전통적 풍경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 인사 문화는 세대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중장년층은 여전히 전화 통화나 직접 방문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청년층은 메신저 앱을 통한 문자 인사나 이모티콘, 짧은 영상 메시지로 안부를 대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 소셜미디어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명절 연휴 기간 메신저 앱 사용량이 평소보다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가족 단체 채팅방을 통한 인사 교환이 두드러졌다. 부모와 자녀, 형제자매가 함께 참여하는 단체 채팅방에서는 명절 당일 아침부터 안부 메시지가 쏟아지고, 손자녀의 사진이나 짧은 동영상이 오가는 모습도 흔해졌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편리함만을 이유로 하지 않는다. 명절마다 반복되는 이동 피로와 경제적 부담, 그리고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자리 잡은 비대면 소통 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회학 연구위원은 "명절이 갖는 의미가 물리적 만남에서 정서적 교류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다"며 "이는 가족 형태와 생활 방식이 다양해진 사회 변화의 자연스러운 반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명절에 모이지 않으면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각자의 사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명절 방문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청년 1인 가구에게는 온라인 인사가 단절이 아닌 대안적 소통 방식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혼자 생활하는 이모 씨(34)는 "회사 일정 때문에 고향에 내려가지 못한 지 벌써 3년째"라며 "그래도 매년 명절마다 가족과 영상통화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예전만큼 서운함이 크지 않다"고 전했다. 이 씨는 "명절 음식을 직접 만들어 사진으로 공유하거나, 부모님이 차례상을 차리는 모습을 영상통화로 함께 보는 것도 나름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다만 세대 간 온도 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부모 세대는 자녀의 얼굴을 직접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고, 메신저로만 인사를 대신하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60대 박모 씨는 "손주들 얼굴을 직접 안아보고 싶은데 화면으로만 보니 아쉬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아예 연락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가족상담 전문가는 "온라인 인사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성과 진심이 전달되는지가 중요하다"며 "형식보다 소통의 질을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짧은 이모티콘 하나로 끝내기보다는 안부를 묻는 한마디, 그리고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함께 갖는 것이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도 이런 흐름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메신저 플랫폼들은 명절 시즌에 맞춰 안부 인사 전용 이모티콘이나 영상 메시지 기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부 서비스는 손편지 느낌을 살린 디지털 카드 기능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서비스 이용량은 명절 연휴를 전후로 평소 대비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플랫폼은 세뱃돈이나 용돈을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기능도 함께 선보이며 명절 풍속의 디지털 전환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통적인 명절 풍속과 현대적 소통 방식이 공존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차례나 성묘처럼 직접 참여가 필요한 의례는 유지하되, 평소 안부 인사나 근황 공유는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이른바 '혼합형' 명절 문화가 확산하는 추세다. 문화 관련 협회 관계자는 "명절의 본질적 의미인 가족 간 정을 나누는 방식이 다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명절을 어떻게 보내야 한다는 정형화된 틀보다 각 가정의 사정에 맞는 방식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인사 문화가 확산하더라도 정서적 유대감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짧은 메시지 한 줄보다는 통화나 영상을 통해 목소리와 표정을 나누는 방식이 관계 유지에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가족 관계에서 소통 방식의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에는 가족상담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거론된다. 특히 노년층 가족 구성원이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자녀 세대가 영상통화 방법을 미리 알려주거나 함께 연습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올해 추석 연휴에도 이동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화상 인사, 메신저 안부 전달 등 다양한 방식의 비대면 소통이 이어지고 있다. 명절을 쇠는 방법은 달라졌지만, 가족 간 안부를 전하려는 마음만큼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명절 선물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부모님 댁으로 바로 배송하는 서비스 이용도 함께 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