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가 6일 열린 산업통상부 국정감사에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대미 전략투자를 놓고 맞섰다. 국민의힘은 호남에 집중된 반도체 예산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문제 삼아 ‘호남 몰아주기’와 ‘통상참사’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업이 서남권의 전력·용수 여건을 고려해 투자 계획을 세웠고, 대미투자 협상에서도 정부가 합의 범위를 지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반도체 투자 결정 과정에 기업 관계자를 증인으로 부를지, 비공개 대미투자 보고 내용이 외부로 유출된 경위를 조사할지도 쟁점이 됐다.
호남 반도체 예산과 투자 입지 공방
국민의힘 조지연 의원은 3대 메가프로젝트 예산 약 3조원 가운데 호남 반도체 예산이 1조원을 넘지만 대구·경북 반도체 예산은 148억여원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지역 성장을 형평성 있게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예산 편성 대로면 '호남 1극 성장'을 위한 프로젝트”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투자가 특정 지역에 쏠렸다는 점과 기업의 투자 결정에 정부가 관여했는지를 함께 따졌다.
| 항목 | 자료에 나온 규모 |
|---|---|
| 3대 메가프로젝트 예산 | 약 3조원 |
| 호남 반도체 예산 | 1조원 초과 |
| 대구·경북 반도체 예산 | 148억여원 |
| 서남권 반도체 투자 계획 | 800조원 |
서남권 반도체 투자 계획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 6월 각각 400조원씩, 모두 800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 생산공장 4기를 짓겠다고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이후 광주 군공항 일대가 입지로 확정됐고, 정부는 이를 3대 메가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공장 2기를 짓는 1단계 사업을 중심으로 산업단지 조사를 진행하고 설계와 기반공사를 준비 중이다. 정부 계획은 내년 초 착공, 2029년 공장 준공, 이듬해 양산이다.
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용인 반도체 공장이 모두 완공되면 용수 여유분이 8만톤(t)에 그친다고 언급하며 서남권의 물과 전력 여건을 설명했다. 박 의원은 “삼성과 하이닉스가 물과 전기가 있는 서남권을 선택한 것이지 (정부가) 팔을 비튼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당 송재봉 의원도 “정부가 얼마를 투자해라, 어디에 지으라 요구한 적이 없지 않으냐”며 전국 여러 지역에서 소재·부품·장비와 생산공장, 패키징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 자율성과 국감 증인 채택
반도체 투자 과정에 대한 검증 방식도 국감 초반부터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 등 기업 관계자를 불러 투자 결정과 입지 선정 과정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지영 의원은 당일 출석한 증인이 한 명뿐이라며 증인도 참고인도 없는 국감으로 사업을 제대로 점검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참고 기사에 따르면 이 회장과 최 회장은 지난달 22일 의결된 1차 증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업의 투자 계획과 정부 지원 내용을 확인할 자료가 충분히 제출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서지영 의원은 남부권 반도체 벨트와 3대 메가프로젝트 관련 자료 24건을 요구했지만 21건이 제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구자근 의원은 기업들이 영업 비밀을 이유로 자료를 내지 않고 있다며, 국비가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기업 투자와 정부 지원 경위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삼성·SK 측 증인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과정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 간사 장철민 의원은 야당이 이재용·최태원 회장 출석을 요구한 것 외에 사업 담당자를 증인으로 요청한다는 입장은 듣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장 의원은 담당자 증인 요구까지 포함해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국감에서는 최고경영자 출석 여부뿐 아니라 실무 담당자 증인 채택과 자료 제출을 둘러싼 여야 협의도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기업의 투자 판단과 정부의 정책 추진 사이에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고, 민주당은 증인 요구의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미투자와 알래스카 LNG 사업 논란
대미투자 협상에서는 알래스카 LNG 사업을 둘러싼 미국 측 발표와 정부 설명이 다르다는 점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은 한국 정부가 지난 40년 동안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착수하지 않았던 사업인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500억 달러 투자를 확정된 것처럼 홍보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를 “초유의 통상 참사를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윤한홍 의원도 대미투자액 2000억 달러와 호남 투자 계획을 함께 거론하며 미국의 투자 압박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부의 설명은 달랐다.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는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법 절차를 전제로 알래스카 LNG 사업 검토에 착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참고 기사에 따르면 정부는 투자 여부와 규모가 정해지지 않았고, 상업적 합리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미국 측 발표가 한미 합의 범위를 넘어섰다며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에게 이의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국감에서 김 장관은 “(대미투자) 2호와 3호는 알래스카 프로젝트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대미 전략투자 1호 사업인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도 투자 사업의 실효성과 자금 집행을 둘러싼 점검 대상이다. 참고 기사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일 이 사업을 확정했다. 총사업비는 223억 달러이며, 6.4GW 규모 발전소를 지어 인근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계획이다. 2029년 1단계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2032년 전체 설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사업 확정을 발표한 당일 첫 투자금 24억 달러를 미국에 송금했다. 국민의힘은 대미투자 사업의 경제성 평가와 투자 타당성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고, 정부는 사업별 투자 조건을 설명하며 알래스카 사업과 다른 투자 사업을 구분했다.
비공개 보고 유출 공방과 위원장 중재
대미투자 관련 국회 비공개 보고회의 녹취록이 외부로 유출돼 보도된 문제도 여야 공방으로 이어졌다. 민주당 간사 장철민 의원은 비공개 보고 뒤 녹취록이 유출돼 기사화된 일을 문제 삼으며 상임위 차원의 고발과 수사 촉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을 비공개로 보고받고 감시하기로 한 상임위 결정이 훼손됐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국민의힘 간사 구자근 의원은 여야를 구분하지 않고 경위를 되짚어봐야 한다며 민주당의 조치 요구에 동의했다.
김성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양당 간사와 협의해 수사 촉구 결의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앞서 위원장은 산업부에 대면보고 등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비공개 보고 유출에 유감을 표했다. 반도체 증인과 자료 제출을 둘러싼 이견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미투자 보고의 보안 문제에는 여야가 조사 필요성에 동의했다. 의원들 사이에 언성이 높아지자 김 위원장은 “언행을 순화해 발언해주길 부탁한다”고 중재하기도 했다.
국감에서는 호남 반도체 투자 예산과 입지 선정, 기업 관계자 증인 채택, 대미투자 사업의 조건과 비공개 보고 유출 경위가 함께 다뤄졌다. 반도체 산업단지는 정부 계획상 내년 초 착공해 2029년 공장을 준공하고 이듬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미투자와 관련해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법 절차를 전제로 사업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위원회는 유출 경위 조사와 재발 방지 방안을 양당 간사와 협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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