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심의 대상이 된 정유사 가격 담합 의혹 (사진= 연합뉴스 제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부터 미국-이란 전쟁 직후까지 약 4년간 휘발유·경유·등유 가격 정보를 교환하고, 전쟁 이후에는 판매가격을 두 차례 합의했다는 의혹을 받는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가 공정거래위원회 심의 절차에 들어갔다. 공정위 사무처는 두 회사의 가격 담합과 정보교환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피심인들에게 송부했다고 7일 밝혔다. 심사관은 두 회사의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해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의견을 냈다. 담합으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은 약 44조1천억원으로 추산됐다. 다만 심사보고서는 심의에 앞서 심사관이 조사한 위법 사실과 제재 의견을 담은 문서로, 최종 판단은 공정위 위원회에서 이뤄진다.

전쟁 전후 약 4년간 가격 정보 교환 의혹

공정위 심사관은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2022년 2월부터 미국-이란 전쟁 직후인 올해 3월까지 휘발유·경유·등유의 입금가와 확정가, 판매 정책 정보를 주고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입금가는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제품을 공급할 때 우선 적용하는 가격이고, 확정가는 전월 거래에 최종 적용되는 가격이다. 심사관은 가격과 판매 정책에 관한 정보 교환이 약 4년간 이어졌다고 봤다.

공정위 사무처가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피심인들에게 송부하면서 심의 절차가 시작됐다. 심사보고서는 심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위법성 및 제재 의견을 담는다. 이는 위원회의 최종 의결과는 구별되는 절차다. 심사관은 두 회사의 행위가 가격담합과 정보교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참고 기사에 따르면 심사관은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1호의 가격담합과 제9호의 정보교환 담합에 해당한다고 봤다.

공정위 카르텔조사국 오행록 국장은 전쟁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급변한 점이 정보교환의 계기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전쟁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급변한 점이 정보교환을 시작하게 된 계기로 작용한 것 아닌가 보고 있다"며 "과점 체제이지만 2개 사의 점유율이 50% 정도여서 시장경쟁 질서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정위 조사에서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담합 가담은 확인되지 않았다.

입금가와 확정가가 주유소 거래에 미치는 영향

정유사와 주유소 등 거래처는 사후정산제도에 따라 석유제품을 거래한다. 각 주유소는 정유사가 먼저 정한 입금가를 적용해 제품을 공급받고, 정유사는 다음 달 초 전월 거래에 최종 적용할 확정가를 정한다. 이어 입금가와 확정가의 차액을 정산하면 거래가 마무리된다. 입금가와 확정가가 정해지는 방식은 주유소의 판매 가격과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격에도 이어지는 구조다.

정유사는 이와 별도로 특정 기간 판매가격을 할인하거나 일정 기간 같은 가격을 보장하는 등의 판매 정책을 시행한다. 이런 정책도 소비자 구매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공정위 심사관이 정보 교환 대상으로 본 항목에는 입금가와 확정가뿐 아니라 판매 정책도 포함됐다. 공정위는 미국-이란 전쟁 이후 두 회사가 판매가격인 입금가를 두 차례 명시적으로 합의했다는 혐의도 있다고 봤다. 참고 기사에 따르면 합의 대상 가격은 정유사가 주유소와 도매업체에 공급하는 입금가다.

공정위가 설명한 거래 구조에 따르면, 제품을 공급받을 때 적용하는 입금가와 익월 초 확정되는 가격 사이에는 사후 정산 과정이 있다. 따라서 주유소는 제품을 받은 뒤에도 확정가 결정에 따른 차액을 정산한다. 정유사의 가격 결정과 판매 정책이 주유소 거래뿐 아니라 소비자 구매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건에서 함께 다뤄지고 있다.

4개 정유사가 시장 약 98% 차지

국내 휘발유·경유·등유 시장은 정유사가 원유를 수입·정제해 만든 제품을 직접 공급하거나 주유소·도매업체 등을 거쳐 판매하는 구조다. 지난해 기준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4개 회사가 시장의 약 98%를 차지했다.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의 점유율을 합하면 49.1%다. 공정위는 두 회사의 가담만 확인했으며, 나머지 두 회사의 담합 가담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구분수치
SK에너지 시장점유율28.1%
HD현대오일뱅크 시장점유율21.0%
GS칼텍스 시장점유율23.3%
에쓰오일 시장점유율25.5%
4개 회사 시장점유율98%
SK에너지·HD현대오일뱅크 합산 점유율49.1%
관련 매출액44조1천억원
관련 매출액 하루 평균300억원

심사관은 이번 행위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을 약 44조1천억원으로 추산했다. 하루 평균으로는 약 300억원 규모다. 참고 기사에서는 관련 법령의 부당 공동행위 과징금 부과 기준율을 적용했을 때 최대 부과 가능 금액을 4조6천300억원으로 계산했다. 이는 과징금 부과 의견에 따른 최종 제재액이 아니라 기준율을 적용해 산정한 최대 가능 금액이다. 공정위는 심의 절차를 거쳐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공정위 조사에 앞서 검찰도 두 회사의 가격 담합 혐의를 수사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 수사 결과와 관련해 두 회사 임직원이 공정위 현장 조사 일정을 미리 파악하고 전산 자료와 메신저 대화를 삭제하는 등 증거 인멸에 나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오 국장은 공정위 조사 정보 관리와 관련해 "조사 정보 관리가 미흡했는지 (공정위) 감사담당관실에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공정위 내부에서 정보가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는 심사보고서를 검토하고 공정위 심의 과정에서 회사 입장과 사실관계를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SK에너지 관계자는 "공정위 심사보고서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전원회의 등 심의 절차에 성실히 임해 사실관계와 회사의 입장을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회사는 심사보고서 상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다만 이는 심의 절차의 시작 단계인 만큼 향후 심의 과정에서 사실관계와 법률적 쟁점에 대해 충실히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정보 교환과 입금가 담합 혐의도 부인했다. 회사는 "교환된 모든 정보는 이미 시장에 공개됐거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인 가능한 사후 정보로, 회사의 가격 및 판매정책 결정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며 "공정위가 미국-이란 전쟁 이후 입금가를 담합했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는 경쟁사 관계자의 일방적인 진술에 기초한 것일 뿐 담합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심사보고서 수령일로부터 8주 이내에 서면 의견을 내고 증거 자료의 열람·복사를 신청할 수 있다. 공정위는 방어권 보장 절차가 끝난 뒤 최대한 신속하게 위원회를 열어 최종 판단을 내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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