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송미령 장관 (사진= 연합뉴스 제공)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식품부 국정감사 인사말에서 농업 분야의 민감성과 보완대책을 함께 논의하겠다고 했다. 가입 여부를 정해 놓지 않았으며 국익과 민의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정부의 경제적 영향 분석에서는 가입 시 국내총생산과 제조업 생산 증가가 예상되는 한편 농림수산업 생산 감소도 전망됐다. 이날 국감에서는 CPTPP와 농지 전수조사, 농협 개혁, 수확기 쌀 수급 대책이 함께 다뤄졌다.

경제 효과 분석과 원점 재검토 지시

정부가 최근 발표한 ‘CPTPP 가입 경제적 영향분석’에 따르면 협정에 가입할 경우 발효 10년 뒤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38%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향후 15년간 제조업 생산은 연평균 최대 6조7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시장 개방에 따라 농림수산업 생산은 연평균 약 85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표전망 수치
실질 GDP 증가0.38%p
제조업 생산 증가6조7000억원
농림수산업 생산 감소8500억원

정부는 지난 8월 CPTPP 가입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6일 국무회의에서 “결론을 정해놓고 서두르지 말고 원점으로 다시 대화하라”고 지시했다. 송 장관은 7일 국감에서 농업계와 폭넓게 소통해 왔지만 우려가 여전히 크다고 설명하고, 농업계 신뢰 회복과 공감대 형성을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가입 논의 과정에서 농업 분야의 민감성과 충분한 보완대책 필요성도 함께 다루겠다고 했다.

송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원점 재검토에 가입하지 않는 선택도 포함되는지 묻자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답했다. 이어 “국익과 민의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일본의 농산물 관세 철폐율이 76% 수준으로 유지된 점을 거론하며 한국에도 CPTPP 회원국 평균인 96% 수준의 개방을 요구할 수 있는지 물었다. 송 장관은 “아마 최고 수준의 자유화율을 요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쌀·소고기 등 민감 품목과 농업계 우려

국감에서는 CPTPP 가입에 따른 농산물 시장 개방과 민감 품목 보호 문제도 제기됐다. 이개호 의원은 쌀과 소고기를 가장 민감한 품목으로 들고, 한국이 2014년 쌀 관세화를 발표할 당시 추가 양허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대국민 선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양허는 무역 협상에서 상대국에 관세를 낮추거나 없애고 시장을 개방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송 장관은 “쌀은 우리로서는 정말 초민감 품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CPTPP 가입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농업 분야의 민감성과 보완대책을 논의하겠다는 설명도 거듭했다. 영향 분석에서 농림수산업 생산 감소가 예상된 만큼, 가입 논의와 함께 농업 분야의 대응 방안을 다루겠다는 것이다.

농업·축산·수산·임업 분야 75개 단체로 구성된 CPTPP 가입 저지 농림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는 애초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기로 했던 집회를 잠정 보류했다. 집회 보류는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원점 대화를 지시한 뒤 이뤄졌다.

농지 전수조사, 관행적 위반은 양성화 추진

송 장관은 농지 전수조사의 목적이 전국 농지의 소유·이용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30년 묵은 농지 제도를 고령화 등 달라진 농촌 환경에 맞게 개편하겠다는 설명이다. 조사 과정에서 확인되는 일반적·관행적 위반은 처분하지 않고 제도 개선과 양성화를 추진하겠다는 정부 방침도 재확인했다.

참고로 농식품부는 일반적이고 관행적인 위반사항을 특별법 제정을 통해 양성화하고, 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는 합리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투기성 농지 불법 이용으로 판단되는 사례에는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으로 농지를 취득해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하는 경우, 농업법인이 부동산업을 하는 경우가 그 대상 사례로 제시됐다.

경매 등으로 농지 지분만 취득한 뒤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하는 경우도 투기로 판단되면 처분명령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처분 대상자에게는 소명 절차를 제공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송 장관은 “이번 조사가 농업인에게 부담을 주는 조사가 아니라, 불합리한 제도는 현실에 맞게 정비하고 농업인이 안심하고 영농에 전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를 일률적으로 처분하는 대신 관행적 위반과 투기성 이용을 구분한다는 방침이다.

쌀 수급·농협 개혁과 농정 과제

수확기 쌀 수급과 관련해 송 장관은 단경기 쌀값이 10㎏당 2만8419원으로 전년과 평년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단경기 쌀값은 햅쌀 출하 전 재고 쌀의 가격을 뜻한다. 농식품부는 10월 8일 예상 생산량 발표를 토대로 생산자 단체 등과 긴밀히 협의해 수급 대책을 마련하고, 수확기 쌀 수급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농협 개혁에 대해서는 농업인과 조합원의 실익을 높이는 후속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송 장관은 경제 사업 활성화와 조합 경쟁력 강화를 후속 개혁 방향으로 언급했다. 농협이 농업인·조합원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거듭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국회 논의에 따라 개혁 방안이 확정되면 조속히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농식품부는 농업인 퇴직연금 조성 방안을 연내 마련하고, 청년농의 준비·정착·성장을 단계별로 지원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청년농업학교 과정을 신설해 신규 진입을 지원한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올해 17개 군에서 내년 35개 군으로 확대하고, 지방정부 재정 여건을 고려해 국고 보조율을 40%에서 50%까지 높일 방침이다. 농산물 가격안정제는 지난 8월 시행됐으며 마늘·양파에 우선 적용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농업수입안정보험 대상 품목은 지난해 15개에서 올해 20개로 늘렸다.

농업·농촌의 인공지능 활용과 식량안보 대책도 추진 과제로 제시됐다. 올해 스마트농업 육성지구 17곳을 중심으로 기술을 확산하고, 내년부터 중소농 스마트팜 모델을 시범 보급할 계획이다. 식량안보 수준을 높이기 위한 식량안보법 제정은 국회와 협의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생산자 참여를 확대하는 수급 계획, 도매법인 평가 강화와 온라인도매법 제정 등 유통구조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10월 8일 예상 쌀 생산량 발표 뒤 생산자 단체 등과 수급 대책을 협의할 예정이다. CPTPP 가입 논의는 농업 분야의 민감성과 보완대책을 함께 다루며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농지 전수조사는 관행적 위반 양성화와 투기성 이용 처분 방침에 따라 진행한다. 농협 후속 개혁안과 농업인 퇴직연금 조성 방안도 각각 마련·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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