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이르쿠츠크 페스트 방역연구소에서 발생한 병원체 유출 의심 사고와 관련해 러시아 정부에 추가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6일 러시아에 공식 외교 문서인 ‘데마르슈’를 보냈다. 러시아 연구소 직원이 살아 있는 병원체가 든 시험관을 깨뜨린 뒤 숨졌지만, 사망 원인이 폐렴성 페스트인지, 병원체가 연구소 밖으로 확산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생물학 무기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러시아와의 정상 통화를 예고했다. 미국은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새로운 대응 조치를 보류하고 사건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데마르슈 보내 추가 정보 공식 요구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러시아 정부에 페스트 병원체 유출 의심 사고와 관련한 추가 정보를 요청하는 데마르슈를 보냈다. 데마르슈는 정부가 외교 경로를 통해 다른 나라에 공식 입장이나 요구를 전달하는 문서다. 미 국무부는 성명에서 “러시아 정부에 추가 정보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며 “또 세계 다른 국가들과도 정보 공유를 위해 공식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에 사고 경위와 감염 확산 여부 등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항을 설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한에는 이번 사고의 세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국제 보건 의무를 위반하는 일이라는 경고도 담겼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사고 뒤 러시아에 정보를 더 공개하라고 거듭 요구해왔다. 루비오 장관은 러시아가 세계와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미국 정부는 현재 확보한 정보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측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사고의 규모와 대응 필요성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우려도 미국 당국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미국은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정부 차원의 새 대응 조치를 내놓지는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황 전개를 면밀히 살피고 있으며,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엑스에 올린 글에서 “현재로서는 미국에 대한 광범위한 위협의 징후는 없지만, CDC와 관련 기관 파트너들은 준비를 갖추고 있으며, 계속 면밀히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여행 정보 서비스인 트래블거브는 러시아에 대한 4단계 여행경보가 유효하다며 러시아에 체류 중인 미국 시민에게 즉시 출국하라고 안내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 내, 특히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시민을 지원할 능력이 제한적이라고도 밝혔다.

시험관 파손 나흘 뒤 입원, 연구원 사망

사고는 지난달 25일 러시아 이르쿠츠크 방역연구소에서 발생했다. 28세 여성 직원 다리야 시필로바가 살아 있는 병원체가 든 시험관을 깨뜨렸다. 시필로바는 이틀 뒤인 27일 증상이 악화했고, 29일 입원했다. 상태가 나빠진 그는 이달 2일 병원 중환자실에서 숨졌다. 사망 원인이 실제로 긴급 치료를 하지 않으면 치명적일 수 있는 폐렴성 페스트인지, 해당 질병이 연구소 밖으로 퍼졌는지는 현재까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 감염병 관리 당국은 이르쿠츠크에서 페스트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러시아는 사망자와 접촉한 사람들에게서 고위험 병원체가 검출되지 않았고, 파악된 접촉자에 대한 의학적 관찰도 끝났다고 알렸다. 다만 사망자의 중증 폐렴 원인과 방역 조치를 촉발한 병원체가 무엇인지는 공개된 정보만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 당국은 사망자에게서 페스트 관련 미생물이 나오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보도도 나왔다.

현지 매체들은 사망자와 접촉한 약 200명이 격리 또는 의료 관찰 대상이 됐다고 보도했다. 인근 병원에도 격리 조치가 내려졌다는 보도와 함께, 같은 연구소 직원 한 명이 원인 불명의 폐렴 증상을 보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WHO는 두 번째 직원 관련 보도에 대해 러시아에 사실관계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내용은 러시아 당국이 확인한 사실로 발표된 것이 아니라 언론 보도로 제기된 의문이다. WHO는 러시아에 중증 폐렴의 원인과 공중보건 조치를 유발한 병원체, 두 번째 직원 보도에 관한 추가 정보를 요구했다.

WHO도 조사 정보 요청…미 CDC는 상황 감시

WHO는 러시아 당국과 소통하며 사망 원인과 접촉자 상황에 관한 정보를 요청하고 있다. 러시아는 WHO에 이르쿠츠크에서 최근 등록된 페스트 사례가 없다고 보고했고, 접촉자 가운데 고위험 병원체가 검출되지 않았으며 접촉자에 대한 의학적 관찰을 마쳤다고 알렸다. WHO는 이와 별도로 사망자의 중증 폐렴을 일으킨 원인과 방역 조치를 촉발한 병원체, 원인 불명의 폐렴 증상을 보였다는 두 번째 직원 관련 보도를 확인해달라고 요구했다. 러시아가 전달한 내용과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안은 구분돼 있다.

WHO는 현재 확보한 정보를 토대로 이르쿠츠크주 공중보건 위험도를 중간에서 낮은 수준으로, 러시아 전역의 위험도는 낮은 수준으로 평가했다고 전해졌다. 미국 CDC도 현재 미국에 대한 광범위한 위협 징후가 없다고 밝혔지만, 관련 기관과 함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CDC와 국무부, 질병예방대응본부(ASPR) 등도 사고 경위와 확산 가능성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에서 확인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 여행경보와 입국 제한 등 조치를 검토할 수 있는 구체적인 판단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고 보도됐다.

러시아 측도 정보 공개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6일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는 상당히 상세하게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관련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미국과 WHO는 사망 원인과 병원체, 접촉자 상황에 관한 추가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이르쿠츠크 연구소는 페스트뿐 아니라 콜레라, 탄저병, 브루셀라 등 감염병을 연구하는 시설로 알려졌다. 사망자가 접촉한 병원체가 변형됐는지 여부도 공개된 정보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생물학 무기는 아닌듯”…푸틴과 통화 예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러시아에서 발생한 페스트가 생물학 무기일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곧 충분히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측 설명에 대해 “그들(러시아 측)의 말을 들어보면 통제되고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집권 1기 당시 코로나19 확산 초기 중국에서 받았던 것과 비슷한 느낌을 러시아에서도 받느냐는 질문에는 “중국은 많은 것을 말하지 않았고, 러시아도 많은 것을 말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그들은 상황을 상당히 잘 통제하고 있다고 말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 문제를 놓고 조만간 전화 통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은 푸틴 대통령의 74번째 생일이었다. 2019년 말 코로나19 사례가 중국에서 처음 보고된 뒤 초기 확산 과정에서 중국이 관련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던 일도 기자들의 질문에 함께 거론됐다. 미국은 현재 사고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CDC는 미국 내 광범위한 위협 징후가 없다는 입장을 냈다.

미국의 요구는 사고의 구체적인 경위와 사망 원인, 병원체의 성격, 접촉자 상황을 확인하는 데 맞춰져 있다. WHO 역시 러시아에 추가 정보를 요청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미국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여행경보를 유지하면서 관련 기관을 통해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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