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른베르크 법정에서 기자회견한 나비 필라이 (사진= 연합뉴스 제공)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나비 필라이(85) 국제사법재판소(ICJ) 임시 재판관이 9일(현지시간) 독일 뉘른베르크의 나치 전범재판 법정에서 “이 상을 국제범죄의 모든 생존자들에게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필라이 재판관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 지도부를 기소한 재판이 열린 역사적인 법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그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호명됐을 당시 뉘른베르크포럼 행사 참석차 독일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수상 소식을 들은 장소와 역사적 법정이 겹친 일을 언급하며 “수상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 내가 이 역사적인 법정에 있었다는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뉘른베르크 법정서 생존자에게 상 헌정

필라이 재판관은 뉘른베르크의 사법전당 600호 법정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법정은 제2차 세계대전 뒤 나치 지도부의 전범재판이 열렸던 곳이다. 그는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국제범죄 생존자들을 먼저 언급하며 상을 그들에게 바치겠다고 밝혔다. 참고 보도에 따르면 그는 국제사법의 실무자와 수호자들에게도 상을 바친다고 말했다. 수상 소식을 들은 때가 역사적인 법정에 있던 때였다는 점을 두고는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필라이는 뉘른베르크포럼 행사 참석차 독일에 와 있던 중 수상자로 호명됐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필라이가 국제법과 평화를 증진하는 데 기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위원회는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 집단학살에 책임을 묻는 국제 사법체계를 발전시키는 데 그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필라이 재판관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상을 받을 만한지에 대한 설명보다 국제범죄를 겪은 사람들을 수상의 대상으로 내세웠다.

국제법·인권에 대한 정치적 공격 경고

필라이 재판관은 국제법과 인권이 정치적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국제법과 인권이 심각한 정치적 공격을 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이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공격을 받는 모습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고 밝혔다.

필라이 재판관은 정치 지도자들이 인권을 보호하고 전쟁을 자제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 지도자들에게는 인권을 보호하고 전쟁을 자제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ICC를 “불량 기관”이라고 비난하고 모든 회원국에 탈퇴를 촉구했다. 관련 보도는 미국 정부가 가자전쟁 관련 전쟁범죄 혐의로 이스라엘 총리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ICC에 제재를 부과했다고 전했다. 필라이 재판관은 국제사법기관을 둘러싼 정치적 압박과 국제법·인권에 대한 공격을 함께 거론했다.

반인종차별 변호부터 국제재판 활동까지

필라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넬슨 만델라를 비롯한 반인종차별 운동가들을 변호했다. 이후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CTR)와 ICC 등 국제 사법무대에서 전쟁범죄와 집단학살의 책임을 묻는 활동을 했다. 국제법 전문가로서 ICC 재판관과 유엔 인권최고대표 등을 지냈다는 보도도 나왔다. 노벨위원회는 그가 국제 사법체계의 발전에 기여한 점을 수상 이유로 들었다.

현재 필라이는 감비아가 미얀마를 상대로 제기한 로힝야족 집단학살 사건에서 ICJ 임시 재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설치한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 점령지 관련 독립 국제조사위원회 위원장도 맡았다. 위원회는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한 인권침해와 국제법 위반 의혹을 조사했다. 필라이는 자신이 위원장으로서 마지막으로 한 일이 가자지구 상황을 집단학살로 보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위원회는 지난해 9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상대로 집단학살을 저질렀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수상 소식에 농담, 가자 보고서도 언급

수상 소식을 처음 접한 직후 필라이는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축하를 받았다.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이 엑스에 올린 약 3분짜리 영상에서 그는 “이거 농담이겠지”라고 말했다. 동료들의 박수가 이어지자 “여러분이 만일 박수를 더 치면 내가 이 상을 트럼프와 나눠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의 갈채는 큰 의미를 갖는다”며 대중이 자신에게 자격이 있다고 동의하지 않는다면 상을 받기를 원하지 않게 된다는 취지로 말하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필라이는 그 발언이 자신이 인권을 지지하는 동료들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해온 점을 두고 농담을 건넸다. 가자지구 관련 조사위원회 활동을 돌아보며 “마지막으로 했던 일이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을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이라고 보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고서에 대한 주요 반응이 자신의 용기에 대한 찬사였다고 설명하면서 “왜 진실을 말하는 데에 용기가 필요한지가 놀랍다”며 법률을 해석하고 사실을 살펴 공정한 결정을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필라이는 지난달 85세가 됐다고 밝히며 새 성과를 돕는 일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그는 국제범죄 생존자들에게 상을 바치겠다는 뜻과 함께 국제법·인권 보호, 정치 지도자의 법적 의무를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는 국제재판기관을 둘러싼 상황과 자신이 참여한 가자지구 조사 활동도 함께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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