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이 10일(현지시간) 또 공격을 받아 최소 12명이 숨지고 309명이 다쳤다. 사우디 민간항공청(GACA)이 발표한 이번 피해 규모는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전쟁을 시작한 뒤 걸프 아랍국가에서 발생한 공격 가운데 가장 크다. 후티 반군의 공항·정유시설 공격이 사우디 곳곳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사우디 동부 담맘의 킹파드 국제공항 인근에도 발사체가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를 겨냥한 후티 공격에 미국이 동참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사흘간 이어진 공항 공격…이번에는 12명 사망
GACA에 따르면 10일 공격으로 숨진 사람은 사우디인 4명과 방글라데시인 2명, 미국·요르단·팔레스타인·시리아·수단·이집트 국적자 각 1명이다. 부상자는 309명으로 집계됐다. GACA는 피해 상황과 공항 시설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공항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이번 공격은 후티가 지난 5일 사우디 공항과 정유시설 등을 겨냥한 대대적인 공격을 발표한 뒤 킹칼리드 공항이 피격된 최소 세 번째 사례다.
앞선 공격에서도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GACA는 지난 6∼7일 리야드의 킹칼리드 공항과 남서부 아브하 국제공항 공격으로 3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8일에는 킹칼리드 공항을 겨냥한 공격이 두 차례 있었고, 사우디 국적자 3명이 숨졌다. 참고 보도에 따르면 첫 공격은 공항 시설, 두 번째 공격은 사우디아항공 여객기를 겨냥했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앞서 후티의 로켓발사대 3개를 파괴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 공격 시점 | 사망 | 부상 |
|---|---|---|
| 6∼7일 | 3명 | 36명 |
| 8일 | 3명 | 다수 |
| 10일 | 12명 | 309명 |

10일 공격은 사전 경고 없이 발생했고 사우디의 위협 경보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공항 목격자는 폭발 뒤 공항 내부에서 여러 명이 다친 채 쓰러져 있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다른 부상자는 공항 밖 하늘에서 무언가 날아가는 것을 본 직후 탑승구 인근 천장 일부가 무너졌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미사일은 제3·4터미널이 있는 시설을 타격했다.
후티는 보복 주장…담맘에도 발사체 낙하
후티 고위 관계자인 무함마드 알부카이티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공격이 예멘의 민간 기반시설 등을 겨냥한 사우디 공습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알부카이티는 “전 세계가 예멘의 공항과 항구, 결혼식장과 장례식장, 병원과 시장이 공격받거나 피해를 봐서는 안 되는 민간 시설이라는 점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후티 측은 지난 5일 킹칼리드 공항과 서부 해안 도시 라빅의 아람코 정유시설, 아브하 공항 등을 공격했다고 주장한 뒤 사우디 주요 시설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을 이어왔다.
사우디 동부 담맘에서도 공항 인근에 발사체가 떨어졌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 대변인 투르키 알말리키는 11일 새벽 엑스(X)를 통해 “담맘의 킹파드 국제공항 인근에 발사체가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후티가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사우디 중부 알카르지 지역에서 요격해 파괴했다고 전했다. 담맘은 사우디 동부의 주요 도시로, 이번 낙하 지점은 킹파드 국제공항 인근이다.
사우디와 후티 간 군사 충돌은 예멘 내 작전과 맞물려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과 예멘 정부군은 지난 4일 후티가 장악한 예멘 영토를 탈환하기 위한 ‘예멘의 새벽’ 작전 개시를 선언했다. 양측은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일대의 주요 거점을 탈환하는 데 나섰다. 연합군은 후티의 병력과 군사 역량을 겨냥해 작전을 벌이고 있으며, 후티는 지상에서 예멘 정부군과 교전하는 동시에 사우디 본토를 향해 탄도미사일 등으로 반격하고 있다.
공항 운영 중단에 항공편 우회·취소
GACA는 피해 상황을 살피고 시설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킹칼리드 공항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항공편 추적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리야드로 향하던 항공편은 모두 다른 공항으로 우회하거나 취소됐다. 쿠웨이트항공은 리야드 노선 운항을 취소했고, 에티하드항공과 카타르항공도 리야드 왕복 항공편 가운데 다수를 취소했다. 일부 항공편 운항 중단은 12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다른 항공편 추적사이트 집계에서는 공격 뒤 24시간 동안 킹칼리드 공항을 오가는 항공편 225편 이상이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편 운항 상황은 항공사별로 달랐으며, 공항 측은 승객들에게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항공사에 직접 운항 여부를 확인하라고 안내했다. 참고 보도에 따르면 루프트한자 그룹과 에어인디아도 리야드행 항공편을 중단했다. 미국·캐나다·독일·스페인 대사관은 자국민에게 공항 방문을 피하라고 경고했다.
공항 공격은 리야드에서 열리는 국제행사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세계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세계석유회의(WPC) 에너지 총회는 11일부터 리야드에서 열릴 예정이다. 참고 보도에 따르면 총회는 15일까지 이어지며, 당초 4월 개최 예정이었다가 10월로 미뤄졌다. 이탈리아 환경·에너지안보부 장관 질베르토 피케토 프라틴은 현장 참석 대신 화상으로 참여하기로 했지만, 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매우 신속히 대응”…국제행사 앞둔 리야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사우디의 후티 공격에 동참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최근 공격에 관해 방금 알게 됐으니 결정을 내리겠다. 매우 신속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에도 후티를 상대로 대규모 공습을 벌였다. 사우디 공항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르면서 미국이 이번 사태에 직접 군사 개입할지 주목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개입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야드에서는 이달 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국제 투자행사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도 열릴 예정이다. 참고 보도에 따르면 FII는 26일부터 나흘 동안 진행된다. 행사 주최 측은 예정대로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항공편 운항 차질과 추가 공격 가능성으로 참가자들의 이동과 안전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영국 외무부는 리야드주를 포함한 사우디 일부 지역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여행을 삼가라고 권고했다.
후티는 2014년 예멘 수도 사나를 점령한 뒤 북부 대부분을 장악해 왔다. 사우디는 이듬해 연합군을 구성해 예멘 정부 편에서 싸웠다. 지난 7월 후티가 사우디를 상대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면서 양측 충돌이 다시 격화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연합군과 예멘 정부군의 ‘예멘의 새벽’ 작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후티의 사우디 공항 공격이 이어졌고, 10일 리야드 공항 피격으로 사망자와 부상자가 크게 늘었다.
GACA는 공항 피해와 시설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항공사들은 리야드 노선 운항을 취소하거나 중단했고, 국제행사 주최 측은 예정된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으며, 사우디와 예멘에서의 군사작전과 후티의 추가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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