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추진해 온 사회적 가치 측정·보상 실험이 사회적 기업 생태계를 넘어 시장과 경제 시스템의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사회적기업월드포럼(SEWF)은 사회적가치연구원과 함께 10월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첫 생태계 리더십 교류 프로그램(ELE)을 열고, 세계경제포럼(WEF) 슈왑재단과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사회적 성과가 시장에서 보상받는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SEWF의 ELE에는 15개 국가 19개 기관이 참여한다. 참가자들은 국회와 공공기관, 기업·재단 등을 방문해 한국의 사회적 경제 관련 정책과 제도, 금융 및 시장 구조를 살펴보고 각국에서 적용할 방안을 논의한다. 행정안전부 사회연대경제국, 국회 사회혁신포럼, 한국국제협력단, 현대차정몽구재단 등도 공동 주관기관으로 참여한다.

SEWF와 사회적가치연구원은 한국의 사회적 경제 생태계 발전 과정을 다룬 공동 보고서도 냈다. 보고서는 지난 20년간의 생태계 변화를 소개하면서 한국을 완성된 모델이 아니라 정책과 시장 메커니즘을 계속 시험하는 사례로 설명했다. 사회적 경제의 제도적 기반과 민간 참여를 함께 살펴보는 이번 프로그램은 한국의 경험을 다른 국가의 정책 논의와 연결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최 회장은 12일 ELE 첫 세션에서 사회적 가치 측정과 보상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타심에만 의존해서는 팽창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할 규모를 확보할 수 없다”며 성과에 기반한 인센티브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사회적 성과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 드는 비용은 인공지능 기술 발전으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2013년 세계경제포럼 다보스포럼에서 사회문제 해결 성과를 측정하고 그에 맞춰 보상하는 사회성과인센티브(SPC) 구상을 제안했다. SK는 2015년부터 사회적 기업의 사회성과를 화폐가치로 측정해 성과에 비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회적 가치의 측정에서 보상, 나아가 시장 메커니즘으로 논의를 넓혀온 흐름이다.

10월 8일 발간된 WEF 슈왑재단과 사회적가치연구원의 보고서는 사회성과를 측정하고 공시하는 것만으로는 경제적 수요와 자금 흐름을 만들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혜택을 여러 주체가 나누지만 비용은 한쪽이 부담하는 문제, 재무제표와 투자 판단에서 사회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 점, 성과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점 등이 장애 요인으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이를 해소하려면 사회적 가치에 대한 수요를 촉진할 규제와 투자, 금융 연계, 다자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긍정적인 사회·환경적 성과가 시장과 금융 시스템에서 인정되고 측정·보상받는 경제를 임팩트 경제로 정의했다. 이번 보고서는 10월 12일부터 18일까지 방콕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도 관련 사례로 논의될 예정이다.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생태계 조성과 사회성과를 경제적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시장 개편은 서로 다른 과제지만, 사회문제 해결에 자원을 지속적으로 투입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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