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대차 종료를 앞두고 임대인이 새 임차인과 계약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면, 기존 임차인이 후임자를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임대인의 거절이 확정적이었는지,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와 손해 규모를 입증해야 한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21일 “임대인이 누구를 데려와도 계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확정적으로 밝혔다면, 신규 임차인을 실제로 주선하지 않은 경우에도 손해배상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은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 계약을 거절하면 같은 조 제3항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임대인에게 기존 임차인의 권리금을 돌려주도록 하는 제도가 아니다. 시설이나 거래처, 영업상 신용 등으로 형성한 가치를 후임자에게서 회수할 기회를 보장하는 취지다. 따라서 청구의 대상은 맡겨둔 권리금의 반환이 아니라 회수 방해로 생긴 손해다.

대법원은 2019년 7월 4일 선고한 2018다284226 판결에서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맺지 않겠다는 뜻을 확정적으로 나타낸 경우, 신규 임차인을 실제로 주선하지 않았어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불필요한 주선 절차까지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다만 임대인의 부정적인 답변이 모두 확정적 거절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임대차 종료 무렵 당사자의 언행과 구체적인 상황을 살펴 단순한 조건 협상인지, 특정 후보자에 대한 검토인지, 후보자와 무관하게 계약 자체를 거부한 것인지 판단한다. 결국 거절의 표현뿐 아니라 대화가 오간 맥락과 이후 태도가 쟁점이 된다.

임차인은 문자메시지와 전자우편, 대화 녹음, 중개 과정에서 작성된 자료 등을 통해 거절 시점과 경위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 일부 발언만 보관하기보다 날짜와 앞뒤 대화를 함께 정리해야 거절 의사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신규 임차인을 주선할 수 있다면 예외 규정에 기대 주선 절차를 생략하기보다 후보자의 자력과 계약 의사를 전달하고 임대인의 답변을 기록하는 편이 안전하다.

임대인에게 정당한 거절 사유가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법은 신규 임차인에게 보증금이나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는 경우 등을 정당한 사유로 두고 있다. 기존 임차인에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각 호의 사유가 있거나 제10조의5에 따른 적용 제외 대상인 경우에도 보호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손해배상액이 청구한 권리금 전액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제10조의4 제3항은 배상액의 상한을 신규 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 권리금 가운데 낮은 금액으로 정한다.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은 예외 상황에서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손해와 권리금 가치를 설명해야 하며, 시설 내역과 영업 자료, 감정평가 등이 입증 자료로 검토될 수 있다.

청구 시효도 유의해야 한다. 제10조의4 제4항에 따라 손해배상청구권은 임대차가 종료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해야 한다.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효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엄 변호사는 “임대인의 거절이 확정적이었는지와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며 “계약 종료 전부터 주선 노력과 거절 경위를 기록하고, 권리금 가치와 손해를 보여줄 자료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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