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 외벽에서 상영 중인 아이브 컴백 영상 (사진= 소속사 제공)

올해 서울의 밤에는 K팝 콘텐츠가 도시의 풍경으로 들어왔다. 3월 광화문 일대가 보랏빛으로 물들었고, 5월 한강에는 레몬빛 조명이 번졌다. 공연장 안에서 팬과 만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리와 공원, 호수와 건축물 등 시민과 관광객이 오가는 공간을 무대로 활용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세븐틴의 잠수교 공연, 빅뱅의 한강 이벤트, 엔시티의 석촌호수 전시와 아이브의 DDP 협업은 장소와 콘텐츠를 결합한 도시형 K팝 행사다.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은 공공공간 활용과 관계기관 협의를 맡고, 엔터테인먼트사는 콘텐츠와 팬 참여 프로그램, 글로벌 홍보를 담당한다. 행사에 따라 기업과 자치구도 참여했다. 티켓을 구매하지 않은 사람도 볼 수 있는 공간에서 K팝 콘텐츠를 접하도록 하는 방식이 서울의 여러 랜드마크로 확장되고 있다.

잠수교·한강·석촌호수로 이어진 도심 무대

도시 공간을 K팝 행사장으로 활용한 흐름은 지난해 5월 세븐틴의 잠수교 공연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세븐틴은 데뷔 10주년을 맞아 K팝 아티스트로는 처음 잠수교 위에 무대를 마련했다. 평소 차량이 오가던 다리가 하룻밤 공연장으로 바뀌었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빅뱅 데뷔 20주년 기념 한강 이벤트가 열렸다. 드론쇼와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채웠고, 달빛무지개분수는 일주일 동안 빅뱅 음악에 맞춰 연출됐다. 행사는 고양 월드투어를 앞둔 사전 팬 이벤트로 진행됐으며, 전석 무료였다.

석촌호수에서는 엔시티가 전시로 관람객을 만났다. 올해 9월 3일부터 27일까지 잠실 석촌호수 동호 일대에서 ‘NCT 브랜드 론칭 10주년 및 2026 서울패션위크 협업 기념 아트벌룬 전시’가 열렸다. 누적 방문객은 454만7000여 명으로 집계됐고, 과거 석촌호수에서 열린 국내외 공공미술 및 캐릭터 전시 가운데 가장 많은 관람객을 기록했다. 엔시티는 서울패션위크와도 협업해 지난 10년간의 활동 의상을 선보였다. 서울패션위크는 올해 처음 DDP를 벗어나 롯데타운 잠실로 무대를 넓혔다.

아이브는 이 흐름을 DDP로 옮겼다. 지난 19일 신보 타이틀곡 ‘룩스 캔 킬(Looks Can Kill)’을 선공개하면서 DDP와 협업을 시작했다. DDP 외벽 상설 미디어아트 ‘DDP 365라이트’와 연계한 컴백 영상은 11월 30일까지 상영된다. 앨범 발매일인 10월 26일부터는 특별 에디션 영상과 신곡에 맞춘 레이저쇼가 더해진다. 11월 1일까지 운영되는 홍보부스에서는 멤버들이 실제 착용한 히어로 마스크를 볼 수 있다.

DDP 협업에 담긴 서울시와 엔터사의 역할

아이브의 DDP 프로모션은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함께한 공동 사업이다. 서울시는 공공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관계기관 협의를 지원한다. 엔터테인먼트사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팬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글로벌 홍보를 맡는다. 서울시는 DDP를 K팝 공동 프로모션 거점으로 키우고, 방문객의 발길이 동대문 패션타운과 신당동, 동묘 등 인근 상권으로 이어지도록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밝힌 ‘서울라이트 DDP 2026 가을’ 집계에는 행사 기간 방문객과 주변 상권의 변화가 담겼다. 11일간 약 70만 명이 다녀갔고, 행사 기간 저녁 시간대 DDP 일대 체류인구는 직전 기간보다 39.3% 늘었다. 인근 상권의 외국인 카드 소비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8.6% 증가했다.

집계 항목수치
서울라이트 DDP 2026 가을 방문객약 70만 명
저녁 시간대 체류인구 증가율39.3%
인근 상권 외국인 카드 소비 증가율38.6%
엔시티 석촌호수 전시 누적 방문객454만7000여 명

김현우 서울시 경제실장은 “K-POP의 글로벌 영향력과 서울의 매력적인 도시공간을 결합하면 도시 자체가 새로운 문화콘텐츠이자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DDP 행사와 주변 상권을 연결하는 계획을 제시했고, 아이브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협업의 특징으로 들었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DDP에서 진행되는 만큼 일상 속에서 '룩스 캔 킬'을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티켓을 사지 않아도 만나는 K팝 콘텐츠

도심 랜드마크 행사는 콘서트나 팬미팅과 달리 티켓을 가진 팬만 입장하는 방식이 아니다. DDP와 한강공원, 석촌호수는 시민과 관광객이 오가는 공공장소다. 이 공간에 영상과 조형물, 전시, 분수 연출 등을 마련하면 공연장 방문객이 아닌 사람도 아티스트의 음악과 관련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서울에서 시작한 프로모션을 다른 도시로 넓히는 사례도 있었다. 에스파는 한강 일대 행사와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중국 선전에서 팝업을 열었다. 이후 방콕과 도쿄, 타이베이로 무대를 확장했다. BTS의 ‘더 시티 서울’은 광화문 공연을 시작으로 한 달 동안 도심 곳곳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BTS의 ‘더 시티 아리랑’은 월드투어 일정에 맞춰 도시별 행사로 이어졌다. 프로젝트는 서울에서 시작해 5월 라스베이거스, 6월 부산, 7월 런던과 뉴욕으로 확장됐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현지 호텔·리조트 38곳이 파트너로 참여했다. 런던에서는 런던 아이가 ‘아리랑’의 상징색인 붉은빛으로 조명됐고,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메인홀은 ‘아리랑’ 테마로 꾸며졌다. 국내에서는 부산이 행사를 이어받았다. 외국인 전용 결제 플랫폼 와우패스 집계에 따르면 공연 주간 부산 지역 외국인 결제액은 직전 주보다 117% 증가했다.

기업·지자체 협업과 서울아레나 계획

K팝 행사에는 지자체뿐 아니라 기업도 참여했다. 빅뱅 한강 이벤트는 쿠팡플레이가 주최하고 생중계했으며, 서울시는 수상 대형 LED 전광판과 분수쇼를 지원했다. 석촌호수에는 롯데백화점이 빅뱅 응원봉 ‘뱅봉’을 본뜬 높이 약 5m 조형물을 설치했다. 엔시티 석촌호수 전시는 송파구청과 협업해 아트벌룬을 설치한 행사였다. 서울패션위크와의 협업에서는 엔시티의 활동 의상을 선보였다.

BTS ‘더 시티 서울’에는 신세계와 삼성, 국내 주요 호텔 등이 파트너로 참여했다. 도시 행사마다 협력 주체와 콘텐츠는 달랐다.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은 공공장소 활용과 기관 협의를 지원하고, 엔터테인먼트사는 아티스트 콘텐츠와 팬 참여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기업과 자치구는 행사에 따라 전시물 설치와 행사 운영에 참여했다. 서울 밖에서는 라스베이거스 호텔·리조트와 런던의 랜드마크, 뉴욕의 터미널 등이 프로젝트 장소로 활용됐다.

서울은 대형 K팝 공연을 위한 전용 시설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2만8000명 규모의 K팝 전용 공연장 서울아레나가 개관할 예정이다. 서울관광재단 길기연 대표는 올해 초 사업설명회에서 K팝과 K드라마가 이끄는 서울 관광 호황이 영원하지 않다는 취지로 말하며 다음 사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제시한 DDP 공동 프로모션 확대 계획과 서울아레나 개관 일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재 진행 중인 아이브의 DDP 영상은 11월 30일까지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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