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조정래(83)가 3년 만에 신작 장편 소설 '서리꽃'(해냄 펴냄·전 2권)을 발표했다.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이른바 '대한민국 근현대 3부작'을 완성한 그가 사랑을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정래는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이는 자꾸 들어가고 소설을 쓸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고, 인생을 마무리해 나가면서 '독자들이 원했던 사랑 이야기를 쓰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라는 느낌이 왔다"며 집필 배경을 밝혔다.
'서리꽃'은 대학 시절 시화전을 계기로 만난 이재이와 윤소인이 이별과 재회를 거쳐 사랑을 완성해가는 이야기다. 이재이는 사업가 아버지의 뜻에 따라 미국 유학을 떠났다가 5년 만에 돌아오고, 부친의 사업 실패로 병들고 피폐해진 윤소인을 다시 살게 하기 위해 형 이재균과 은밀한 계약을 맺어 자금을 마련한다. 조정래는 "슬픈 사랑 이야기가 현실과 밀착된 사회적 문제와 깊이 연관돼있다는 것을 주제로 설정했다"며 천민자본주의의 탐욕이 건강한 시민의 삶과 사랑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그리고 인간이 이를 어떻게 재창조할 수 있는지를 다루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조정래는 자전적 이야기가 아니냐는 질문에 "저는 스물다섯 살에 결혼한 김초혜 이외의 다른 여자를 알지 못한다"며 "이 소설은 완전히 픽션"이라고 답했다. 실제 아내인 김초혜(83) 시인이 쓴 시 두 편이 소설에 인용됐으며, 두 사람은 동국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만나 1967년 1월 결혼해 내년 회혼(결혼 60주년)을 맞는다. 그는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인간이 세끼 밥을 먹고 어떤 방법으로든지 사랑을 창조하게 돼 있다. 자본주의가 아무리 험악해도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정래는 인공지능(AI) 시대 소설의 역할에 대해 "상상력은 인간이 하늘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AI가 아무리 영리해도 따라올 수 없다"며 "소설과 음악 그리고 모든 예술 분야는 인간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리꽃'이 장편 소설로는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고 밝히며 "저 스스로가 소설 앞에서 겸손해지고 싶고 제 몸에 대한 자유를 조금은 허락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단편의 세계를 다시 살려내 단편을 쓰고 수상록도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지난해 9월 복부대동맥 수술로 죽음의 문턱을 넘긴 사실을 전하며 마지막 소원이 "글을 쓰다가 책상에 엎드려 죽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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