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팔과 중국 티베트자치구 일대를 강타한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로 실종자 수가 1천3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 중 900명 가까이가 외국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27일(현지시간) 네팔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북부 바그마티주 일대에서 발생한 실종자는 826명으로 늘었으며, 이 가운데 외국인이 600명가량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실종된 외국인의 국적은 인도, 미국, 영국, 호주, 말레이시아,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등 약 28개국에 걸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티베트에서도 같은 홍수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산사태로 558명이 실종됐고, 이 중 260명이 외국인으로 나타났다. 네팔 관광부는 앞선 집계에서 티베트 참사 지역 실종자 중 최소 133명이 해발 6천638m 카일라스산 순례길에 오른 인도인이라고 밝혔다. 카일라스산은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에서 모두 성지로 여겨지는 곳으로, 힌두교에서는 시바신의 거처로, 불교에서는 수미산이 실체화된 곳으로, 자이나교에서는 첫 지도자가 해탈을 얻은 장소로 간주된다. 중국 당국은 종교적 중요성을 이유로 이 산의 등반은 금지하되, 매년 인도 외교부와 협력해 산과 인근 만사로바르 호수를 도는 순례 행사를 주관해왔다.
8천만명이 넘는 소셜미디어 팔로워를 보유한 영적 지도자 사드구루는 자신이 조직한 힌두교 단체 소속 순례자 77명이 홍수 당시 네팔·중국 국경 출입국 관리소에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말 그대로 일행 전체가 그 건물 안에 있었다"며 "모든 휴대전화가 꺼지는 등 통신이 끊겼고 도로도 막혀서 그곳으로 갈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불과 1주일 전 우리가 출입국 심사를 받던 바로 그 건물이 통째로 휩쓸렸고 인근 마을 일부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네팔 바그마티 강변의 파슈파티나트 사원 역시 힌두교, 특히 시바신 신앙의 최고 성지로 꼽히며 힌두교 신자라면 일생에 한 번은 찾으려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5세기께 세워진 이 사원은 인도 전역의 시바신 사원들과 연결된 것으로 간주되며, 근처에는 세계 최대 규모 불교 탑 중 하나인 부다나트 탑이 자리해 있다. 5세기께 지어진 부다나트 탑은 티베트 불교 문화의 중심지로 많은 불교 순례자가 모여드는 곳이며, 두 곳 모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카일라스산과 가까운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의 고사인쿤다 호수도 시바신이 독을 삼킨 뒤 목을 축였다는 전설로 신성한 호수로 불린다. 특히 오는 28일 네팔 전통 명절인 자나이 푸르니마 시기에는 수만 명의 힌두교·불교 순례자가 이곳을 찾아 목욕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수도 카트만두에서 접근이 편리해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인 랑탕 국립공원도 이번 홍수 피해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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