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앞두고 세수 확보 방안과 약자 복지 예산 배분 두고 여야 공방 예고

정부가 2027년도 예산안 편성을 마무리하고 국회 제출을 앞두면서 정기국회 예산 심의를 둘러싼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건전재정 기조를 엄격히 견지하면서도 사회적 약자 보호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한정된 재원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반면 국회 다수당을 비롯한 야당은 장기화된 고물가와 내수 부진으로 민생 경제의 활력이 급격히 떨어진 만큼 정부가 재정 지출을 과감히 늘려 경기 침체를 방어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2027년도 예산안의 핵심 줄기는 성과가 낮거나 불요불급한 지출을 과감히 도려내는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이다. 정부는 모든 재정 사업의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영기준(Zero-base) 예산 방식을 적용해 수년간 관행적으로 지급되던 민간 보조금과 중복 집행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재원은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복지와 인공지능, 첨단 바이오, 양자 등 국가 전략 기술 분야에 집중 재투자하기로 했다.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저출생 대책과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역 균형 발전 분야도 핵심 투자 대상에 포함됐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가장 첨예하게 맞붙을 최대 쟁점은 관리재정수지(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과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 흑자를 뺀 재정 수지) 적자 비율이다. 기획재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을 안정적인 범위 안에서 통제하기 위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무분별한 국채 발행으로 채무가 누적될 경우 대외 국가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치고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원리금 상환 부담을 떠넘기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야권은 이러한 긴축 재정 기조가 서민 경제의 회복 불씨를 완전히 꺼뜨리고 지자체의 재정난을 심화시킨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의 주요 경기 지표에서 자영업자 연체율이 상승하고 소상공인 폐업이 급증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정부가 곳간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은 재정의 기본 역할을 방기하는 처사라는 비판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지역화폐 국고 지원금과 청년 일자리 지원, 공공임대주택 공급 예산을 대폭 증액하지 않으면 정부 예산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입 기반 확충 방안을 둘러싼 여야의 시각차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수년간 단계적으로 추진된 법인세율 인하와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의 실질적 경기 부양 효과를 두고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정부와 여당은 민간 기업의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자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감세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서 야당은 대규모 세수 결손을 초래한 부자 감세 정책을 철회하고 비과세 감면 정비를 통해 세입 기반을 정상화해야만 늘어나는 복지 수요와 재정 지출을 감당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재정 전문가들은 가용 재원이 제한적인 상황일수록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밀하게 재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세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무분별한 양적 지출 확대는 재정 건전성에 치명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 "지출 총액을 늘리는 것보다 지원이 가장 절실한 취약계층과 고효율 미래 산업에 재원이 도달하도록 배분의 정밀도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은 정부 예산이 피부에 와닿는 체감 경기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절박하게 바라고 있다. 수도권 공단에서 정밀 금형 공장을 운영하는 박모 씨(52)는 "치솟은 원자재 가격과 고금리 대출 이자를 견디지 못해 폐업을 고민하는 동종 업체가 부지기수"라며 "정부의 정책 자금 저리 융자와 공공요금 부담 완화 같은 실질적인 자금 지원 예산이 차질 없이 반영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골목상권 자영업자의 고통도 가중되는 형편이다. 지방 도시에서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이모 씨(48)는 "손님들의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매출이 전년 대비 30% 이상 급감했다"며 "지역 상권을 살리는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 발행 지원 예산이 국회 심사에서 줄어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편성과 배분을 둘러싼 줄다리기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신규 대규모 토목 사업 착공을 최대한 억제하고 노후 인프라 안전 점검과 디지털 유지보수 사업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지역구 표심을 의식해야 하는 여야 의원들은 도로, 철도, 공항 등 지역 숙원 사업 예산의 대규모 증액을 집중 요구하고 있다. 심의 막바지마다 밀실에서 이뤄지는 쪽지 예산과 지역구 나눠먹기식 증액 관행이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되풀이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개발(R&D) 예산의 복원 규모와 배분 방식 역시 물러설 수 없는 핵심 전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획재정부는 12대 국가전략기술과 글로벌 공동 연구 중심으로 R&D 구조를 개편해 효율성을 높였다는 입장이다. 반면 과학기술계와 국회 상임위는 기초과학 연구 현장의 생태계 파괴와 이공계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신진 연구자 지원과 풀뿌리 자유공모 과제 예산을 대폭 복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연구비 부정 수급 방지와 투명성을 확보하면서도 과학기술 현장의 연구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는 합의점 도출이 필수적이다.

저출생과 고령화 극복을 위한 재정 투자는 여야 간 기본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나 각론에서는 견해차가 적지 않다.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 인상과 신혼부부 맞춤형 저리 주택자금 공급, 늘봄학교 프로그램 고도화에는 양측 모두 긍정적이다. 다만 현금성 육아수당 확대에 따른 지자체 재정 매칭 부담 비율과 보육료 단가 현실화 수준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재정 분담 논쟁이 심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소관 약자 복지 예산에서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과 생계급여 지급 기준 완화가 쟁점이다.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최약계층을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구상이지만, 복지 현장에서는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전 폐지와 긴급복지지원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한 사회복지 전문가는 "단순한 일회성 현금 살포 방식에서 벗어나 노인과 장애인 돌봄, 간병 지원, 필수의료 접근성을 하나로 묶는 통합 복지 서비스 전달 체계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 예산 분야에서는 병사 봉급 인상에 따른 초급 간부 처우 개선과 부대 복무 환경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초급 장교와 부사관의 수당 현실화 및 주거 환경 개선 요구가 거센 가운데, 북핵 위협 대응을 위한 한국형 3축 체계 고도화 등 방위력 개선비와의 균형 배분이 핵심 과제로 다뤄진다. 전력운영비 증가로 인해 첨단 무기 체계 획득 사업이 지연되지 않도록 세부 항목별 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교육 예산에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를 시도교육청에 의무 배분하는 법정 교부금) 제도의 개편을 둘러싸고 갈등의 골이 깊다. 저출생 여파로 초·중·고 학령인구는 가파르게 감소하는데 교육교부금은 내국세 규모에 연동돼 기계적으로 늘어나는 비효율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기획재정부는 교육교부금 재원의 일부를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로 전환해 재정난을 겪는 지방 대학과 직업 교육에 투자하려는 계획이지만, 전국 시도교육감들과 교원 단체는 초·중등 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 정책을 둘러싼 예산안 편성도 정면충돌이 불가피한 분야다. 무탄소 에너지(CFE) 전환을 내세운 정부는 차세대 원전 기술인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과 원전 수출 기반 조성, 수소 경제 육성에 중점 투자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기후대응기금의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태양광과 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발전 인프라 지원 예산을 정상 복원해야 한다고 맞서며 예비심사 단계부터 치열한 감액·증액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청년 고용과 취약 노동자 지원 정책에서도 고용노동부의 직업훈련 사업 구조조정과 청년 일자리 도약 장려금의 집행 실효성이 도마에 오른다. 정부는 관행적인 직접 일자리 창출 사업을 축소하고 민간 주도 직업능력개발과 맞춤형 취업 지원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면 노동계와 야당은 구직 단념 청년이 늘어나는 현실을 들어 청년 취업 준비 안전망을 확충하고 취약계층 대상 공공 일자리를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회 입법조사관은 "예산안 심의의 본질은 국가의 한정된 재정 자원을 시대적 우선순위에 맞춰 효율적이고 균형 있게 배분하는 작업"이라며 "정부의 재정 건전성 원칙과 국회의 민생 경제 지원 요구가 정밀한 타협점을 찾아내야 재정 집행의 혼선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기국회 개회와 함께 부처별 예산안에 대한 상세 분석 보고서를 작성해 각 상임위원회에 배부한다. 국회는 9월 중순부터 상임위원회별 예비심사를 거친 뒤 10월 말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가동해 종합정책질의, 경제부처 및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를 차례로 진행한다. 이어 11월 중순부터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구성해 각 사업별 감액 및 증액에 대한 본격적인 계수조정에 들어간다. 대한민국 헌법 제54조에 명시된 차년도 정부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기한은 매년 12월 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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