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와 물가 지표 속 통화정책 기로… 차주별 금리 갈아타기 전략

기준금리 조정을 둘러싼 통화당국의 고심이 깊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보유한 차주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완만한 둔화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주요국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금리 인하 시점과 폭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 증가세와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시장 불안, 환율 변동성 등이 맞물리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전환 여부는 여전히 짙은 안갯속에 놓여 있다.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동결 기조 속에서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와 채권 시장의 수급 여건에 따라 연일 출렁거리며 금융소비자들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가계대출 잔액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화당국은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대 진입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으나, 서비스 물가와 농축수산물 가격 등 생활물가의 하방 경직성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섣부른 조기 인하가 자칫 물가와 자산 시장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거시건전성 지표와 금융안정이라는 두 가지 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정식이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해진 셈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기조 역시 국내 외환시장과 채권 시장에 직접적인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미국 내 고용 및 인플레이션 지표의 등락에 따라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금리 인하 속도에 대한 시장 기대가 쉴 새 없이 재조정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변동폭이 확대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역전된 상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큰 폭의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국내 채권금리와 시중은행의 자금조달 비용 역시 불안정한 흐름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산정 체계는 이러한 대내외 거시경제 변수와 규제 환경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혼합형·주기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선반영해 일시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은행권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를 잇달아 인상하면서 실제 대출자가 체감하는 금리는 오히려 상승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은행연합회가 매달 공시하는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에 연동되는 변동금리는 예금 금리와 금융채 단기물 금리 변동을 후행적으로 반영하면서 여전히 연 4~5%대 중후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이 거세지자 주요 시중은행들은 우대금리 축소와 가산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문턱을 높이고 다주택자 대출 취급을 제한하는 등 전방위적인 속도 조절에 돌입한 상태다. 이로 인해 기준금리가 실질적으로 인하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시중은행의 대출 가산금리가 오르면서 변동금리와 고정금리의 역전 현상이 심화되거나 대출 상품 간 금리 격차가 좁혀지는 등 금융소비자들의 선택을 제약하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직장인들의 이자 상환 부담은 실질 소득 증가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가계를 압박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도권에 거주하며 수억 원대 주택담보대출을 갚아나가고 있는 직장인 최모 씨(42)는 매달 지출되는 이자 비용만 수십만 원 이상 증가해 생활비 지출을 전면적으로 줄이고 있다. 최모 씨는 기준금리가 곧 내려갈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기존 변동금리 유지를 고민해왔으나, 은행의 가산금리 인상과 변동금리 하락 지연으로 인해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들지 않아 불안감을 호소했다. 고정금리로 대환대출(갈아타기)을 하자니 중도상환수수료와 향후 추가 금리 하락 가능성이 발목을 잡고, 변동금리를 유지하자니 당장의 상환 부담이 지속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해 자금을 융통해온 30~50대 직장인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금융권의 신용평가 강화와 더불어 단기물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연장 시점에 대출 한도가 축소되거나 적용 금리가 뛰어오르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자녀 교육비 지출과 부모 부양, 노후 준비가 겹치는 40~50대 직장인들의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계 소비 여력을 직접적으로 잠식하면서 전반적인 가계 재무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더라도 은행의 조달 비용과 정책적 관리 기조가 결합되면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하락 폭만큼 곧바로 내려가지 않는 비대칭적 전달 경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시장금리는 정책금리 변화를 선반영해 미리 움직이는 경향이 있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한도 규제가 본격적으로 작용하면서 금융사들이 마진을 확보하거나 대출 공급을 억제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금리 변동 주기와 본인의 대출 상환 계획을 면밀히 대조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향후 금리 하락이 예상되더라도 은행권의 금리 산정 체계상 변동형 상품의 금리가 고정형(주기형) 상품보다 일정 기간 더 높게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주기형 고정금리는 통상 5년 단위로 금리가 재산정되는 상품으로, 초기 적용 금리가 변동형보다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아 당장의 이자 비용을 줄이는 데 유리할 수 있다. 다만 향후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하락할 경우 시장 하락분의 혜택을 즉각적으로 누리지 못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세무사는 개인의 자산 구성과 부채 구조에 따라 상환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금리 다중채무나 제2금융권 대출, 신용대출 등 금리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부채부터 단계적으로 상환해 원금 규모 자체를 줄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여유 자금이 발생할 때마다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조건이나 잔여 기간을 확인해 원금을 일부라도 조기 상환하면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방식에서 총 이자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권장된다. 금융소비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여러 금융회사의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대출 금리와 한도 조건을 실시간으로 비교하고, 더 낮은 금리의 상품으로 비대면 전환을 신청할 수 있다. 이때 기존 대출의 잔여 기간과 중도상환수수료 발생 여부, 신규 대출 시 발생하는 부대비용(인지세, 근저당권 설정비 등)을 사전에 정밀하게 계산해 갈아타기에 따른 실익을 따져보아야 한다. 대출을 갈아탄 후 절감되는 총이자액이 수수료와 제반 비용을 충분히 상쇄하는지 검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금융소비자는 금리인하요구권의 적극적인 행사도 검토해야 한다. 취업, 승진, 급여 인상, 신용점수 상승, 자산 증가 등 본인의 재무 상태나 신용도에 긍정적인 변화가 발생했을 경우 거래 은행에 금리 인하를 공식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모바일 뱅킹을 통해 증빙 서류 제출 및 심사 과정을 간소화하고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본인의 신용점수를 조회하고 변동 사유가 발생했을 때 즉각 신청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신용평가기관의 신용점수 관리와 더불어 급여 이체, 공과금 자동이체, 신용카드 실적 등 주거래 은행의 우대금리 요건을 빠짐없이 충족시키는 것도 실효 금리를 낮추는 기초적인 대안이다.

예·적금 등 수신 상품을 통한 금융 자산 운용 전략도 통화정책 전환기에는 달라져야 한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선반영해 이미 연 3%대 초중반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다. 자금의 사용 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여유 자금이라면 상대적으로 높은 만기 금리를 보장하는 장기 정기예금 상품에 묶어두는 만기 장기화 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 반면 단기 유동성이 필요한 자금은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지급하는 파킹통장이나 단기 환매조건부채권(RP),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활용해 금리 변동 위험을 분산시키는 유연성이 요구된다.

기준금리의 향방은 물가 안정 지표와 고용 시장 동향, 수도권 주택 매매 및 전세 시장 지표, 주요국 통화당국의 정책 성명서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결정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와 의사록을 통해 금융안정과 거시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을 정기적으로 공시하고 있으며,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은 은행별 예대금리차와 대출금리 현황을 매월 업데이트해 공시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는 공개된 객관적 지표와 본인의 상환 여력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며 개별 금융기관 창구 및 금융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맞춤형 부채 관리 방안을 수립해나갈 수 있다.

저작권자 © 스페셜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