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분양가와 대출 규제 속 입지·가격 경쟁력이 당락 가른다

가을 분양 성수기를 앞둔 수도권 아파트 분양 시장에 짙은 양극화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청약 통장을 쥐고 있던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청약에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분양가가 인근 구축 아파트 시세를 웃도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단기간에 계약을 마무리하는 인기 단지가 있는 반면, 대규모 미분양이나 미계약 사태를 겪으며 무순위 청약으로 넘어가는 단지가 동시에 발생하는 극단적인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발표한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민간아파트의 3.3 ㎡당 평균 분양가는 매달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공사비 갈등으로 정비사업이 지연되고 기본형 건축비가 잇따라 인상되면서 분양가 상승 압력은 갈수록 커지는 구조다. 여기에 주택 공급 지연 우려까지 겹치면서 신축 선호 현상은 유지되고 있지만, 수요자들의 지갑 사정은 고금리와 대출 규제로 크게 위축됐다. 자금 조달 여력이 줄어든 수요자들이 무턱대고 청약 통장을 던지기보다는 입지, 가격, 브랜드 가치를 면밀히 따지는 옥석 가리기에 돌입한 배경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등록된 청약 결과를 살펴보면 서울 핵심 정비사업 단지나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수도권 공공택지에는 수만 명의 청약자가 몰려들고 있다. 주변 시세 대비 확실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거나 향후 교통 호재가 뚜렷한 곳은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 가점 만점자까지 등장하는 양상이다. 반면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기 외곽 지역이나 인근 시세 대비 높은 분양가로 책정된 소규모 단지는 1순위 청약 미달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시기, 같은 수도권 권역 내에서도 입지와 가격 조건에 따라 청약 성패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연구위원은 분양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이 기대할 수 있는 안전마진(시세 차익 기대치) 유무가 청약 결과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청약 자체가 내 집 마련의 지름길로 인식되었으나, 현재는 고분양가로 인해 청약 후 입주 시점에 집값이 분양가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수요자들은 교통 인프라와 직주근접성이 확보된 지역이나 분양가 상한제로 안전마진이 보장된 단지로만 선별적으로 통장을 던지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인 30대 후반 직장인 최모 씨(38)는 최근 수도권 주요 분양 단지의 모집공고를 살펴본 뒤 청약 신청을 포기했다. 전용면적 84 ㎡ 기준 분양가가 10억 원을 훌쩍 넘는 데다 발코니 확장비와 유상 옵션, 취득세까지 포함하면 초기 자금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최 씨는 인근 구축 대단지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 봤을 때 분양가가 오히려 더 비싸다고 느껴졌다며,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켜 들어가기보다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3기 신도시 본청약이나 공공택지 물량을 기다리기로 계획을 바꿨다고 털어놓았다.

시장에서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과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가 청약 시장의 진입 장벽을 한층 높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출 한도가 축소되면서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3040 세대의 자금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계약금 10%부터 중도금 대출, 잔금 대출로 이어지는 자금 조달 일정을 맞추지 못할 경우 연체 이자 부담은 물론 계약 해지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금융 전문가들은 청약 신청 전에 본인의 대출 가능 한도와 월 상환액을 면밀히 시뮬레이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중도금 대출 이자 후불제가 적용되는 단지는 입주 시점에 수천만 원의 이자를 한꺼번에 정산해야 하므로 총 취득 비용을 보수적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브랜드와 단지 규모에 따른 선호도 격차도 두드러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가 시공하는 1천 가구 이상의 대단지는 커뮤니티 시설과 조경, 관리비 절감 효과 등에서 우위를 점하며 높은 청약 경쟁률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중소 건설사의 나홀로 아파트나 주상복합 단지는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추세다.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경기 지역에서 청약을 고민하던 40대 자영업자 박모 씨(42)는 미래 환금성을 고려하면 결국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로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씨는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비인기 단지에 넣었다가 자칫 미분양이 발생해 자산 가치가 떨어질까 두려워 가점이 낮더라도 브랜드 대단지 청약에 계속 도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3040 세대와 신혼부부라면 특별공급 제도의 개편 사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청약 제도 개편에 따라 신생아 특공, 부부 중복 청약 허용, 다자녀 기준 완화(3자녀에서 2자녀) 등이 본격 적용되고 있다. 혼인 신고 전 배우자의 청약 당첨 이력이나 주택 소유 이력으로 인한 불이익이 상당 부분 배제되면서 신혼부부의 당첨 기회가 넓어졌다. 또한 신생아 출산 가구를 위한 우선 배정 물량이 확대된 만큼, 해당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수요자라면 일반공급보다 특별공급을 우선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당첨 확률을 끌어올리는 현실적인 방안이다.

분양 전문가들은 가을 분양 시장에서 무주택자가 취해야 할 최우선 원칙으로 주변 시세와의 철저한 비교를 꼽는다. 분양가가 인근 5년 이내 신축 단지의 실거래가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인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역세권 개발, 광역급행철도(GTX) 노선 개통 등 교통 호재의 실제 착공 및 개통 예정 시점을 확인하는 일도 필수적이다. 막연한 개발 계획만 믿고 고분양가를 수용할 경우 경기 변동에 따라 장기간 자금이 묶일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입주자모집공고문에 명시된 옵션 비용과 전매제한 기간, 실거주 의무 여부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의 경우 분양가가 저렴한 대신 실거주 의무 기간(최대 5년)과 전매제한(최대 3년)이 적용된다. 따라서 전세를 놓아 잔금을 치르는 방식의 자금 조달이 불가능하며, 입주 시점에 직접 들어가 거주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만약 실거주 의무를 위반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처벌을 받거나 주택을 공공기관에 환매해야 하므로 사전에 입주 계획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비규제지역의 일반 민간택지 분양 단지는 전매제한 기간이 1년으로 상대적으로 짧지만,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여부 등 세무상 변수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번 가을 수도권에서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물량을 비롯해 경기 과천, 성남, 광명, 인천 검단 등 주요 선호 지역에서 굵직한 분양 물량이 쏟아져 나온다. 각 건설사는 계절적 성수기에 맞춰 미뤄뒀던 분양 일정을 일제히 확정하고 있다. 분양 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처럼 보이지만, 입지와 공급 가격에 따른 양극화는 한층 더 심화할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조달 계획 없이 분위기에 휩쓸려 청약에 나섰다가는 청약 통장만 날리고 재당첨 제한 규제에 묶일 수 있다.

청약을 고려하는 수요자는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통해 관심 단지의 입주자모집공고 전문을 확인하고 분양가 납부 일정과 대출 보증 조건을 대조해야 한다. 특별공급과 일반공급의 신청 자격 및 소득·자산 기준 충족 여부는 청약홈의 사전 모의계산 서비스를 통해 검증할 수 있다. 분양권 전매 및 실거주 의무 관련 세부 규정은 국토교통부 고시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 심사 결과 공고를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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