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급변하는 체온 조절 부담 줄이고 점막 건조 막는 일상 점검법

기승을 부리던 폭염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급격한 기온 변화로 인한 신체 적응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낮에는 여전히 30도 안팎까지 오르는 더위가 이어지지만, 해가 지면 기온이 빠르게 떨어져 일교차가 10도 안팎으로 벌어지는 시기가 찾아왔다. 계절이 바뀌는 길목인 8월 말과 9월 초는 인체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면역 기능이 떨어지기 쉬운 환경에 놓인다. 여름철 장기간 이어진 냉방기기 사용과 무더위로 기초 체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맞닥뜨리는 일교차는 호흡기 점막을 메마르게 하고 바이러스 침투를 용이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상청 기상관측 통계에 따르면 8월 하순부터 9월 초순 사이 내륙 지역을 중심으로 일 최저기온과 일 최고기온의 차이가 평균 8도에서 12도 이상 벌어지는 날이 급격히 증가한다. 기온 변화가 가팔라지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는 체온을 36.5도로 유지하기 위해 피부 혈관을 수축시키거나 확장하는 조절 작용을 쉴 새 없이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피부와 근육, 혈관으로 혈액이 집중되면서 면역 세포의 생성과 순환을 돕는 내장 기관과 림프계로의 에너지 공급이 일시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결과적으로 외부 병원체에 대항하는 방어 능력이 약화되면서 평소에는 가볍게 넘어가던 세균과 바이러스에도 쉽게 감염 증상이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다빈도 질병 통계를 살펴보면 매년 8월 말부터 10월 사이 급성 상기도 감염(감기)과 혈관운동성 및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 수가 전달 대비 30% 이상 급증하는 추세를 보인다. 여름 동안 체내에 누적된 열 스트레스와 찬 음식 섭취로 소화기 면역이 약해진 상태에서 차가운 공기에 호흡기가 노출되는 점이 주원인이다. 특히 30대 이상 직장인과 중장년층은 과중한 업무와 수면 부족이 겹치면서 면역력 저하 신호를 피로감 정도로 여겨 방치하다가 기관지염이나 부비동염(축농증)으로 악화시키는 경우가 빈번하다.
면역 기능이 떨어졌을 때 신체는 여러 가지 미세한 신호를 보낸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목 안쪽이 따끔거리거나 건조한 느낌이 지속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입술 주변에 단순포진(헤르페스) 물집이 생기거나 혓바늘이 자주 돋는 증상, 피부가 이유 없이 가렵고 하얗게 일어나는 현상 역시 체내 방어선이 약화됐다는 명백한 신호다. 배변 활동이 불규칙해지거나 소화불량이 잦아지고, 상처가 평소보다 잘 아물지 않으며 관절 마디가 뻐근하게 느껴지는 증상 또한 면역계 균형이 흐트러졌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신호가 나타났을 때는 단순한 휴식을 넘어 호흡기 점막 보호와 체온 유지에 집중하는 생활 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호흡기 점막은 외부 바이러스와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일차 방어벽 역할을 하는데, 환절기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는 섬모 운동 기능을 마비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섬모가 건조해지면 침투한 바이러스를 밖으로 배출하지 못해 상기도 감염이 쉽게 일어나므로 실내 습도를 유지하고 따뜻한 수분을 자주 보충해 점막의 습윤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환절기에 흔히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은 원인과 증상에 따라 대처법이 다르다. 일반적인 바이러스성 감기는 콧물, 기침, 미열, 인후통 등이 서서히 시작되어 1주일 안팎으로 호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알레르기 비염은 발열 증상 없이 맑은 콧물과 연속적인 재채기, 눈과 코 주변의 심한 가려움증이 동반되며 2주 이상 지속된다. 늦여름과 초가을에는 환삼덩굴, 쑥, 돼지풀 등 잡초류의 꽃가루가 공기 중에 급증하므로 알레르기 소인이 있는 사람은 외출 시 차단 효과가 검증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 알레르겐 흡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38도 이상의 고열이 갑자기 발생하거나 심한 근육통, 오한이 동반된다면 단순 감기가 아닌 인플루엔자(독감)나 다른 급성 감염 질환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증상 초기에 자가진단으로 일반 종합감기약만 복용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폐렴 등 2차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으므로 기저질환자나 고령층은 조기에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환절기 증상을 겪은 직장인 박모 씨(42)는 며칠간 아침저녁 쌀쌀한 공기를 쐰 뒤 목 통증과 두통에 시달렸다. 박모 씨는 "단순히 피곤해서 생긴 증상으로 생각하고 찬물을 계속 마셨는데 증상이 심해져 결국 병원을 찾았다"며 "얇은 겉옷을 챙겨 다니며 체온을 조절하고 실내 습도를 맞추기 시작하면서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은퇴 후 야외 운동을 즐기는 정모 씨(63) 역시 이른 아침 산행 도중 콧물과 기침이 멈추지 않아 불편을 겪었다. 정모 씨는 "낮 기온만 생각하고 얇은 옷차림으로 나섰다가 새벽 찬 공기에 노출된 것이 원인이었다"며 "목에 손수건을 두르고 아침 운동 시간대를 기온이 오른 뒤로 조정하면서 컨디션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환절기 호흡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체온 조절과 점막 관리를 병행하는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기온 변화가 큰 출퇴근길에는 얇은 카디건이나 바람막이 점퍼를 휴대해 기온에 따라 입고 벗는 방식으로 체온 손실을 막는다. 목 부위는 혈관이 피부 표면과 가까워 찬 공기에 노출될 경우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므로 스카프나 깃이 있는 옷으로 보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찬 음료나 얼음 섭취를 줄이고 체온과 비슷한 미온수를 하루 1.5리터 이상 나누어 마시는 습관은 호흡기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실내 환경 관리도 면역력 유지의 필수 조건이다. 실내 온도는 22도에서 24도 사이, 습도는 50%에서 60%를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에어컨 가동 시간을 줄이고 하루 최소 3회, 10분 이상 창문을 열어 환기함으로써 밀폐된 실내에 축적된 유해 물질과 오염된 공기를 배출해야 한다. 늦은 밤 찬 공기가 직접 유입되지 않도록 잠자리 창문은 닫고, 새벽녘 체온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얇은 이불 대신 적당한 두께의 침구를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면역계의 정상적인 기능을 뒷받침하기 위한 균형 잡힌 영양 공급도 중요하다. 신선한 제철 채소와 과일에 풍부한 비타민 C와 비타민 A는 점막 세포의 재생을 돕고 항산화 작용을 통해 염증 반응을 완화한다. 살코기, 생선, 두부, 달걀 등 양질의 단백질은 면역 물질인 항체를 형성하는 기본 재료가 되므로 매 끼니 적정량을 섭취해야 한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는 전신 면역 세포의 70% 이상이 집중된 곳이므로 발효식품과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해 장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전신 면역력을 강화하는 기초가 된다.
수면 관리 역시 면역 세포의 활동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수면 중에는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고 면역 호르몬을 분비하는 작용이 집중적으로 일어난다. 하루 7시간 이상의 규칙적인 수면을 취하되, 잠들기 전 스마트폰 사용이나 고강도 운동은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깊은 수면을 방해하므로 자제해야 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줄이기 위해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명상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생활 습관도 도움이 된다.
질병관리청은 9월부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사업을 순차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생후 6개월에서 만 13세 어린이, 임신부, 65세 이상 어르신은 지정된 위탁의료기관과 보건소에서 무료 접종을 받을 수 있다. 독감 백신은 접종 후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약 2주가 소요되며 면역 효과는 약 6개월간 지속된다. 유행 시기 이전에 접종을 완료해야 겨울철 호흡기 감염병 확산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권장 일정에 맞추어 접종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위생을 위해 외출 후 귀가 시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고, 씻지 않은 손으로 눈이나 코, 입을 만지지 않는 기본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