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부담 가중과 소비자 가격 전가 악순환 현장을 짚다

점심시간이 지난 서울 시내 한 이면도로 골목의 분식점 주방에서 주문 접수 알림음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주방을 홀로 지키던 가게 주인은 조리대를 오가며 연신 포장 용기를 채웠지만 표정은 밝지 않았다. 주문 건수가 늘어날수록 통장에 남는 돈이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적 구조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 주문 한 건당 떼이는 중개 수수료와 결제 수수료에 배달 대행료까지 합치면 음식값의 30% 안팎이 고스란히 빠져나간다. 여기에 매달 고정으로 지출되는 배달 애플리케이션 내 상단 노출 광고비까지 더해지면 실제 손에 쥐는 마진은 한 자릿수로 떨어진다.

음식 배달 플랫폼이 외식업 시장의 주요 유통 경로로 자리 잡은 뒤 배달 중개 수수료 체계를 둘러싼 갈등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대형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무료 배달 서비스 도입과 배달 인프라 고도화를 내세워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 간 출혈 경쟁에서 발생하는 비용 청구서는 고스란히 입점 자영업자들의 몫으로 돌아오는 양상이다. 주요 플랫폼들이 정률제 수수료 기반의 자체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실질 수수료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이는 고물가와 고금리로 이미 한계 상황에 내몰린 골목상권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되고 있다.

현장에서 마주한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깊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6년째 덮밥 전문점을 운영하는 최모 씨(44)는 배달 매출 비중이 전체의 70%를 넘어서면서 사실상 배달 플랫폼의 하청업체로 전락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최 씨는 플랫폼 중개 수수료와 배달료에 재료비와 임대료, 전기요금까지 내고 나면 하루 14시간을 일해도 가져가는 수익이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에서 이탈하면 매출이 즉각 반토막 나는 탓에 수수료율 인상 안내가 올 때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약관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최 씨의 설명이다.

이러한 플랫폼 종속 현상은 개별 자영업자의 수익성 악화에 그치지 않고 외식 물가 전반을 밀어 올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누적되는 배달 수수료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음식 가격을 올리는 선택을 하고 있다. 동일한 메뉴라도 매장 판매 가격보다 배달 주문 가격을 1000원에서 2000원가량 높게 책정하는 이중 가격제를 도입하는 음식점이 급증했다. 배달 플랫폼의 비용 인상이 고스란히 외식 상품의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의 피로감 역시 한계에 달하고 있다. 무료 배달을 표방하는 구독 서비스가 늘어났지만 실제로는 최소 주문 금액이 상향되거나 메뉴 가격 자체가 인상되어 소비자가 체감하는 혜택은 크지 않다. 직장인 정모 씨(37)는 배달팁이 무료라고 해서 주문하려고 보면 최소 주문 금액이 2만 원을 훌쩍 넘고 매장보다 메뉴 가격이 비싸 실질적인 할인 효과를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이 내세우는 혜택의 이면에 숨겨진 가격 인상이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외식물가 동향을 살펴보면 외식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지속적으로 웃돌고 있다. 가공식품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에 더해 유통 및 배달 비용의 증가가 외식 물가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소비자원의 외식 배달 서비스 실태조사에서도 배달앱 이용 시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의 차이를 경험한 소비자가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의 수익 모델이 음식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최종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악순환 고리가 통계로도 확인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달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 행위와 수수료 부과 체계에 대한 실태 점검에 착수하고 자율규제 방안을 논의해 왔다. 정부 주도로 플랫폼 기업과 입점업체 대표들이 참여하는 상생협의체가 가동되기도 했으나 수수료율 인하와 배달비 분담 방식을 둘러싼 이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플랫폼 기업은 막대한 서버 운영비와 라이더(배달 기사) 확보 비용, 인공지능(AI) 기반 배차 시스템 고도화에 따른 투자 비용을 이유로 수수료 개편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자영업자 단체는 플랫폼의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한 과도한 수수료 착취라며 법적 상한제 도입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시장 경제 전문가들은 플랫폼 산업의 혁신성과 공공성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제학 분야 한 연구위원은 배달 플랫폼이 초기에는 주문 중개라는 단순 매개체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골목상권의 생사를 쥔 핵심 유통 인프라가 됐다고 짚었다.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수수료 구조를 변경할 수 있는 독과점 환경에서는 자율적인 상생이 작동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투명한 원가 공개와 공정한 수수료 산정 기준 마련이 선행되어야 지속 가능한 외식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도 플랫폼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률 분야 한 변호사는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 및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제도적 규제 기반이 미비한 상태에서 자율규제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수수료 부과 기준과 알고리즘 노출 순위 산정 방식 등 주요 계약 조건에 대한 정보 공개 의무를 법제화해야 불공정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견해다. 이 변호사는 영세 소상공인의 단체 협상권을 보장해 플랫폼과의 협상력 격차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달 수수료 분쟁의 불씨는 플랫폼 노동자인 배달 기사들의 처우 문제와도 얽혀 있다. 플랫폼 기업들이 배달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단건 배달(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방식) 경쟁을 벌이면서 배달료 산정 기준은 한층 복잡해졌다. 기상 상황과 시간대별 할증에 따라 자영업자와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수시로 변동하지만 배달 기사에게 실제로 지급되는 기본 배달료는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플랫폼이 중간에서 수취하는 배달 대행 수수료 비중이 커지면서 자영업자, 소비자, 배달 기사 모두가 불만을 제기하는 기형적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인천 부평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52)는 배달앱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전단지 배포 비용을 줄여주는 혁신적 도구였지만 지금은 생존을 위협하는 족쇄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박 씨는 플랫폼 간의 점유율 싸움에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을 왜 자영업자의 수수료로 충당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 달 배달 매출이 2000만 원에 달해도 각종 수수료와 원가, 세금을 제하고 나면 손에 쥐는 순수익은 150만 원 남짓에 불과해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상태다.

자영업 생태계의 붕괴는 장기적으로 플랫폼 기업 자신에게도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 높은 수수료를 감당하지 못한 음식점들이 연이어 폐업하거나 플랫폼 입점을 포기하면 배달앱 내 상품 다양성과 서비스 품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소비자 이탈로 이어져 플랫폼 전체의 거래액 감소를 부르는 부메랑이 된다. 골목상권의 자영업자가 버티지 못하는 플랫폼 생태계는 결코 홀로 존속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민간 배달앱의 높은 수수료 대안으로 공공 배달앱을 육성해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을 1~2% 수준으로 낮추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화폐와의 연계를 통해 소비자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골목상권 살리기에 나서고 있으나 민간 대형 플랫폼의 자본력과 사용자 편의성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공공 배달앱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어 민간 독과점 구조를 견제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연합회가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배달앱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의 80% 이상이 배달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이 과도하다고 응답했다.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공정한 수수료율 체계 마련과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제한이 꼽혔다. 현장의 소상공인들은 플랫폼 기업의 과도한 이익 추구를 제어하고 상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플랫폼 수수료 규제와 투명성 강화 조치에 나서고 있다. 미국 뉴욕시와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대도시는 법령을 통해 배달 플랫폼의 중개 수수료 상한선을 15% 안팎으로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유럽연합(EU) 역시 디지털 시장법(DMA)과 플랫폼 투명성 규정을 통해 대형 게이트키퍼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알고리즘 노출 기준의 투명한 공개를 강제하고 있다.

플랫폼 기술 혁신이 자영업자의 희생과 소비자의 물가 부담을 딛고 서는 성장 모델은 한계에 부딪혔다. 플랫폼과 자영업자, 소비자가 공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비용 분담 기준과 투명한 수수료 체계 수립이 시급하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는 배달 플랫폼 상생 방안 마련을 위한 실무 협의를 이어가며 종합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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