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제조 유통 현장 맞춤형 솔루션 구축과 보안 관리 과제

단순한 텍스트 생성과 이미지 제작 등 실험적 단계에 머물던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중심으로 산업 현장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도입 초기 개인용 챗봇을 업무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던 수준을 넘어, 이제는 기업 내부 핵심 데이터를 학습한 자체 특화 인공지능 설루션이 사내 인트라넷과 전사적자원관리(ERP), 생산 관리 시스템(MES)에 직접 결합하는 양상이다. 주요 기업들은 단순 반복 업무의 자동화는 물론 제품 기획, 공정 최적화, 법무·세무 검토, 고객 응대 등 경영 활동 전반에 인공지능을 전진 배치하며 디지털 전환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국내 B2B 인공지능 시장의 변화는 범용 거대언어모델(LLM)을 외부 서버에서 그대로 쓰던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 내부 보안망 안에 경량화된 언어모델(sLLM)과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을 결합하는 맞춤형 형태로 빠르게 전환되는 점이 특징이다. 외부 클라우드로 사내 핵심 기밀이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을 원천 차단하면서도 특정 업종의 전문 지식과 사내 용어를 정확하게 처리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표한 산업 인공지능 도입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 도입을 검토하거나 이미 구축을 마친 기업 비율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의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금융권은 이러한 기업용 생성형 인공지능 도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시중은행과 카드사, 증권사, 보험사 등은 엄격한 망분리 규제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해 폐쇄망 기반 인공지능 인프라를 서둘러 구축하고 있다. 대출 심사 서류 검토, 복잡한 금융 상품 약관 분석, 이상 금융거래 탐지(FDS) 등 방대한 텍스트와 숫자를 정밀하게 다루는 영역에 설루션이 투입되면서 서류 심사 소요 시간이 기존 대비 대폭 단축됐다.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펀드 투자설명서와 공시 자료에서 핵심 위험 요소를 추출하거나, 고객 상담 녹취록을 실시간으로 요약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필수 고지 사항 누락 여부를 즉각 판독하는 시스템도 현장에 안착했다.

제조업 현장에서도 제품 설계와 공정 관리, 품질 검사, 설비 유지보수 등 다양한 단계에서 생성형 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십 년간 축적된 복잡한 설비 매뉴얼과 과거 정비 이력, 고장 조치 보고서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현장 엔지니어가 음성이나 모바일 메신저 문장으로 질문하면 최적의 수리 방법과 필요 부품, 교체 주기를 즉각 제시받는 체계를 갖췄다. 반도체와 배터리,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신소재 개발 과정에서 분자 구조의 물리적 특성을 예측하거나 최적의 합성 공정 변수를 추천받는 연구개발(R&D) 지원 설루션의 활용 빈도가 급격히 늘어났다. 생산 현장의 비정형 센서 데이터와 이미지 로그를 표준 텍스트로 변환해 인공지능 분석 모델과 연동하는 작업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유통 및 서비스 산업 역시 고객 데이터 분석과 마케팅 자동화에 생성형 인공지능을 전면 배치하고 있다. 수만 개에 달하는 입점 상품의 상세 설명서 작성, 다국어 번역, 고객군별 구매 성향에 맞춘 실시간 프로모션 문구 생성을 인공지능이 전담하면서 마케팅 콘텐츠 제작에 소요되던 작업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다. 소비자가 남긴 수많은 상품 후기와 고객센터 문의(VOC)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류해 잠재적인 제품 결함이나 배송 불만 요인을 조기에 파악하는 시스템도 널리 쓰이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 불만 접수부터 유관 부서 전달 및 개선 조치까지 걸리는 처리 주기가 과거 며칠 단위에서 수 시간 단위로 단축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문직 영역과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업무 방식의 근본적 변화가 관측된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사내 개발 플랫폼에 코드 생성 및 오류 검출 인공지능을 연동해 프로그래머가 작성 중인 코드의 다음 단계를 추천받거나 보안 취약점을 사전에 수정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법무 및 특허 법인, 회계법인 등 지식 집약 산업에서는 방대한 국내외 판례와 개정 법령, 감사 기준 문서를 인공지능으로 교차 검증해 기초 의견서 초안을 작성하는 시스템을 실무에 적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초 자료 조사에 투입되던 시간을 줄이고 심층 법리 해석이나 고객 전략 자문 등 고부가가치 판단 업무에 집중하는 근무 형태가 확산되는 추세다.

기업용 인공지능 기술의 진화 방향은 고비용의 범용 대형 모델 운영에서 벗어나 특정 업무 영역에 특화된 소형 모델로 집중되는 흐름을 보인다. 수천억 개의 매개변수(파라미터)를 갖춘 거대 모델 대신 수십억에서 수백억 개 규모의 경량 언어모델을 사내 서버(온프레미스)나 독립된 프라이빗 클라우드에 직접 구축하는 방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경량화 방식은 초기 하드웨어 도입 비용과 막대한 전력 소모량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도 외부 서버와의 통신이 없어 내부 기밀 유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여기에 사내 최신 문서를 실시간으로 검색해 신뢰성 높은 근거를 바탕으로 문장을 생성하는 검색증강생성 기술이 결합하면서 인공지능 특유의 그럴듯한 거짓 정보를 생성하는 환각 현상(할루시네이션)을 실무 적용 가능한 수준까지 통제하고 있다.

인공지능 설루션을 전사적으로 도입한 한 유통 대기업의 기획 부서 실무자 박모 씨(42)는 "과거에는 분기별 시장 조사 보고서와 수십 개 경쟁사의 가격 변동 동향을 취합해 엑셀과 파워포인트로 정리하는 데만 꼬박 이틀 이상 걸렸으나, 현재는 사내 인공지능에 관련 로우 데이터를 올리면 핵심 요약과 비교표가 수 분 만에 작성된다"며 "단순 취합 작업에 쏟던 에너지를 줄이고 신규 사업 타당성 검토와 프로모션 전략 수립 같은 핵심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조 대기업 생산기술 부서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 이모 씨(37) 역시 "공장 라인에서 설비 알람이 발생했을 때 예전에는 수백 페이지짜리 영문 설비 매뉴얼과 과거 정비 대장을 일일이 찾아보느라 라인 정지 시간이 길어졌으나, 이제는 사내 인공지능 시스템에 고장 코드와 증상을 입력하면 즉시 과거 유사 수리 사례와 권장 조치 절차가 화면에 뜬다"며 "설비 고장 복구 시간이 절반 가까이 단축돼 공정 가동률 유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도입 현장의 업무 효율화 성과와 별개로 기업 내부 데이터 관리와 보안 거버넌스 구축은 필수적인 선결 과제로 꼽힌다. 사내에 축적된 문서 가운데 작성 시점이 오래돼 폐기된 규정이나 부정확한 정보, 부서별 기밀 문서가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베이스에 무분별하게 혼재될 경우 잘못된 결과물이 출력되거나 직급별 열람 권한을 넘어서는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인공지능 시스템을 가동하기에 앞서 사내 문서의 정확도를 검증하는 데이터 정제(클렌징)와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등 개인식별정보를 자동으로 가명·익명화하는 마스킹 작업을 선행하고 있다. 직원의 직급과 소속 부서에 따라 인공지능이 참조할 수 있는 문서 범위를 통제하는 역할 기반 접근 제어(RBAC) 체계 구축도 활발하다.

소프트웨어 전문가는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도입할 때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실질적 장벽은 인공지능 모델 자체의 연산 성능보다 사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의 정합성과 체계적인 보안 구조"라며 "정제되지 않은 내부 문서를 그대로 인공지능에 연결하면 왜곡된 분석이 나오거나 민감한 사내 기밀이 의도치 않게 노출될 수 있으므로 전사적 데이터 거버넌스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입 초기 단계부터 부서별 보안 등급을 엄격히 분리하고 인공지능이 생성한 모든 답변에 참조한 내부 문서의 원문 링크와 출처를 명확히 표시해 실무자가 검증할 수 있는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데이터 보안 전문가 역시 "생성형 인공지능은 입력된 질문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외부 서비스와의 무분별한 연동은 심각한 보안 취약점을 초래할 수 있다"며 "사내 전용 인프라 내에서만 데이터가 순환하도록 통제하고 정기적으로 인공지능 입출력 로그에 대한 보안 감사를 진행하는 내부 통제 절차가 병행돼야 안전한 활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산업 현장 내 직무 환경 변화에 발맞춘 인력 재교육과 조직 문화 개선 움직임도 뚜렷하다. 인공지능이 생성한 결과물을 맹목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오류나 편향을 짚어내는 비판적 검증 역량과 함께 업무 목적에 맞게 인공지능에 정밀한 지시를 내리는 프롬프트 작성 능력이 임직원의 필수 직무 소양으로 자리 잡았다. 주요 기업들은 전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직무별 맞춤형 인공지능 활용 실무 교육 과정을 정례화하고 사내 업무 개선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등 시스템 도입에 따른 현장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 도입으로 절감된 단순 업무 시간을 고부가가치 연구나 고객 서비스 개선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직무 재설계 작업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기업 내 인공지능 도입 확산 추세에 맞춰 비정형 데이터 처리 보안 가이드라인과 생성형 인공지능 보안 취약점 점검 기준을 보완해 공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컴퓨팅 인프라 지원 사업과 기업 특화 인공지능 모델 개발 실증 과제를 운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중소·중견 제조 기업을 대상으로 제조 데이터 표준화 및 인공지능 설루션 보급 지원 사업과 기술 자문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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