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구입만 해도 형사처벌 대상…긴급 삭제 지원 절차 가동

스마트폰 화면 속 사진 몇 장이 불과 수초 만에 정교한 허위 영상물로 둔갑해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되는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범죄가 일상을 침범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나 모바일 메신저에 일상적으로 올린 일상 사진이 범죄의 표적이 되면서 피해 연령대도 미성년자부터 성인까지 전 방위로 넓어지는 양상이다. 기술의 발전이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도구로 변질되자 수사기관과 입법부는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긴급 삭제 지원 체계를 가동하는 등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특정인의 얼굴이나 신체를 음란물과 결합하는 딥페이크(Deepfake·인공지능 기반 합성 기술) 기술은 과거 일부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합성 수준을 넘어섰다. 누구나 손쉽게 설치할 수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이나 자동화 대화형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지인의 사진을 합성하는 행위가 일상화된 탓이다. 사진 속 인물의 표정과 각도를 정밀하게 분석해 실제 촬영물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영상이 생성되면서 무차별적으로 전파되는 실정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허위 영상물 관련 범죄 신고 건수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는 흐름을 보인다.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 서버를 둔 폐쇄형 보안 메신저 단체 대화방을 이용해 허위 영상물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사례가 집중적으로 적발됐다. 특히 또래 집단 내에서 장난이나 호기심으로 시작한 합성이 중대한 인격 살인형 범죄로 번지면서 학교와 가정 등 지역 사회 전반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행 법체계는 딥페이크를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처벌 기준을 강화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사람의 얼굴이나 신체를 대상으로 한 허위 영상물을 편집·합성·가공하거나 이를 배포한 자는 징역형에 처해진다. 과거에는 유포할 목적이 입증되어야 처벌이 가능했으나 법 개정을 통해 유포 목적이 없더라도 허위 영상물을 제작한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이 정비됐다.
나아가 허위 영상물을 단순히 시청하거나 소지·구입·저장한 사람에 대한 처벌 규정도 신설됐다. 불법 촬영물과 마찬가지로 합성된 음란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다운로드해 소지하거나 메신저 대화방 등에서 시청한 경우에도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범죄 수익을 노리고 영리 목적으로 허위 영상물을 제작해 유통한 경우에는 가중 처벌이 적용돼 법정 최고형에 이르는 중형이 선고된다.
수사 현장에서는 디지털 성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해 위장수사 제도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폐쇄적인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신분을 숨기고 접근하거나 위장 신분을 생성해 수사하는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를 적극 활용 중이다. 경찰관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범죄 현장에 접근해 증거를 수집하는 방식은 불법 대화방의 운영자와 핵심 유포자를 특정하고 공급망을 원천 차단하는 데 주효한 역할을 한다.
합성 영상물의 특성상 한 번 온라인 공간에 올라가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기 때문에 유포 즉시 신속하게 삭제하는 조치가 필수적이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피해 접수 시 상담과 함께 해당 불법 촬영물 및 합성물의 유포 경로를 추적해 긴급 삭제를 지원한다. 피해 영상물의 디지털 지문을 추출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게 전달하고 검색 결과에서 제외하거나 원천 삭제하도록 요청하는 방식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에 대해 긴급 전자 심의를 도입해 신속 차단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통상 수일이 소요되던 심의 기간을 대폭 단축해 24시간 상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불법 영상물이 발견되는 즉시 통신망 사업자에게 접속 차단이나 삭제 시정을 요구한다. 플랫폼 사업자가 이러한 시정 요구를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행정 제재와 형사 고발 조치가 뒤따른다.
법조계에서는 기술 발전에 따른 범죄 양상에 맞서 법 적용 범위가 한층 엄격해졌다고 설명한다. 형사 전문 변호사는 "과거에는 호기심에 합성 사진을 내려받거나 지인과 공유하는 행위를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제는 단순 소지나 시청만으로도 형사 입건 대상이 된다"며 "특히 메신저 링크를 통해 접속해 자동 저장되는 캐시 파일 형태라 하더라도 고의성이 인정되면 처벌을 피하기 어려우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보보안 및 기술 분석 전문가들은 합성 기술의 탐지 난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사전 예방과 제도적 통제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구위원은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이 고도화되면서 사람의 눈으로는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며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이미지나 영상물에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표기와 함께 전자적 방식의 식별 정보를 의무적으로 삽입하는 워터마크 표시 제도의 정착이 범죄 억제에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피해를 인지했을 때의 초기 대처 방식은 2차 피해를 줄이고 가해자를 특정하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 허위 영상물이 게시된 인터넷 주소(URL)와 게시물 화면, 메신저 대화 내용, 단체 대화방 참여자 명단 등을 캡처해 증거를 확보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캡처 시에는 브라우저 상단의 주소창 전체와 작성 일시, 작성자의 식별 정보가 명확히 드러나도록 저장하는 것이 유리하다.
가해자와 직접 대화해 영상을 지워달라고 요구하거나 메신저 방을 바로 나가는 행위는 증거 인멸의 빌미를 줄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 증거를 확보한 후에는 즉시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이나 112를 통해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고,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삭제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센터를 통한 접수는 무료로 진행되며 유포 현황 모니터링과 사후 추적 관리까지 종합적인 피해자 보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일상에서 합성 범죄 피해를 겪은 사례는 심리적 고통뿐만 아니라 대인 관계 단절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대학생 최모 씨(22)는 "지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온 내 일상 사진을 합성해 불법 대화방에 유포했다는 사실을 알고 극심한 불안과 불면증에 시달렸다"며 "경찰 신고와 함께 삭제 지원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 추가 확산을 막았지만 여전히 새로운 공간에 사진이 남아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남아 심리 상담을 지속해서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자녀를 둔 학부모들 역시 메신저나 누리소통망 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인지하고 사전 예방 교육에 나서야 한다. 학부모 정모 씨(46)는 "중학생 자녀의 얼굴 사진이 합성되어 또래 대화방에서 공유되는 사건을 주변에서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며 "자녀의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신원이 불분명한 상대방과의 친구 맺기나 사진 공유를 자제하도록 가정 내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 규칙을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성 강화도 디지털 범죄 근절을 위한 핵심 축으로 꼽힌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인터넷 사업자는 불법 촬영물 및 허위 영상물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용자가 불법 영상물을 게시하지 못하도록 사전 필터링 기술을 적용하고, 유통 방지 책임자를 지정해 정기적으로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법적 기준이 마련됐다.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와의 수사 공조 체계도 점진적으로 정비되는 추세다. 해외에 본사를 둔 서비스의 경우 국내법 적용과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한계가 있었으나, 각국 사법당국과의 국제 형사사법공조 조약과 인터폴 공조를 활용해 핵심 피의자 송환 및 서버 자료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해외 주요 정보기술 기업들과의 핫라인을 구축해 불법 영상물에 대한 삭제·차단 요청이 지체 없이 처리되도록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피해자는 형사 고소와 별개로 가해자를 상대로 인격권 침해 및 불법행위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치료비와 위자료뿐만 아니라 삭제 지원을 위해 개별적으로 지출한 비용 등에 대해서도 배상을 청구하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이나 한국성폭력위기센터 등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무료 법률 상담과 소송 대리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 상담 및 삭제 지원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전화(02-735-8994)나 온라인 상담 게시판을 통해 365일 상시 신청할 수 있다. 긴급 신고는 경찰청(112) 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1377)를 통해 24시간 접수가 가능하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디지털 성범죄 안심지원센터에서도 심리 상담, 법률 지원, 의료비 지원 등을 연계한 통합 피해 구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