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단축과 안전 강화 나선 스마트 건설 기술 도입

공장에서 건축물의 주요 골조와 내장재, 전기 배선, 배관을 미리 제작한 뒤 현장으로 운송해 블록처럼 조립하는 모듈러 건축 공법이 건설업계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건설 현장의 인력난 심화와 숙련공 고령화, 안전사고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주요 건설사들이 기존 현장 타설 중심의 습식 공법에서 벗어나 공장 제작 기반의 건식 공법 도입을 대폭 늘리는 추세다. 국토교통부는 공공 발주 물량을 중심으로 스마트 건설 기술 적용을 독려하고 있으며 민간 정비사업과 상업용 빌딩, 기숙사, 호텔 등 다양한 영역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모듈러 공법은 현장 작업을 최소화해 공사 기간을 최대 50%까지 단축하고 현장 안전사고 위험을 대폭 낮추는 대안으로 꼽힌다.

국내 건설사들은 자체 제작 공장을 설립하거나 전문 제작 기술을 보유한 벤처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며 모듈러 시장 주도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초고층 모듈러 시공 기술과 내화 설계를 고도화하면서 국내외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특히 모듈러 공법은 공장에서 균일한 품질 관리를 거쳐 부재를 생산하기 때문에 기후나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아 하자 발생률을 낮출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도심지 밀집 지역에서 공사를 진행할 때 발생하는 분진과 소음 민원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발주처들이 모듈러 방식을 선호하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스마트 건설 동향 자료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 규모는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가파른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 현장 타설 방식과 비교했을 때 모듈러 공법은 기초 토목 공사와 상부 구조물 제작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 전체 공정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공장에서 모듈 유닛을 완성한 상태로 트럭을 통해 운반하므로 현장에서는 레고 블록을 쌓듯 양중과 접합 작업 위주로 공정이 진행된다. 이러한 제작 방식의 변화는 현장 투입 인력을 30% 이상 줄이는 효과를 낸다.

대한건설협회 통계에 따르면 건설업 취업자 중 50대 이상 비중은 전체의 60%를 넘어섰으며 청년층 신규 유입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인력 수급 불균형과 인건비 상승은 공사비 원가 부담으로 직결되는 상황이다. 건설사들은 공장 자동화 로봇과 디지털 트윈 기술을 모듈러 생산 라인에 접목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빌딩정보모델링(BIM, 건축물의 자재·공정·설계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3차원 디지털 모델)을 기반으로 한 정밀 설계를 통해 공장 오차 범위를 밀리미터 단위로 제어하는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모듈러 건축의 또 다른 강점은 탄소 배출량 감소와 자원 재활용성이다. 자재를 정밀하게 재단해 공장에서 조립하므로 현장 폐기물 배출량이 기존 방식 대비 60% 이상 감소한다. 해체 과정에서도 유닛을 분리해 재사용하거나 자재를 재활용하기 용이해 친환경 건축 인증 획득에 유리하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으로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공장 대량 발주를 통한 자재 구매비 절감 효과도 크다. 최근에는 탄소중립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해외 개발 프로젝트에서 모듈러 공법을 필수 입찰 조건으로 내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택 분야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플랜트, 군사 시설 등 특수 목적 건축물로의 확장도 활발하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신속한 서버 가동이 사업 수익성과 직결되는 만큼 공기 단축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표준화된 규격의 모듈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결합하는 방식으로 공기를 수개월 앞당길 수 있어 정보기술 기업들의 발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재난 구호 시설이나 임시 주거 단지, 대학교 기숙사 등 신속한 공간 확보가 필요한 분야에서도 모듈러 방식이 최적의 대안으로 활용된다.

현장에서는 안전사고 예방 측면에서 모듈러 도입에 대한 체감 효과가 크다고 평가한다. 고소 작업과 거푸집 설치, 콘크리트 타설 등 위험도가 높은 공정이 공장 실내 작업장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국토안전관리원 안전 통계에 따르면 건설업 중대재해의 절반 이상이 추락 및 낙하물 사고에서 발생한다. 모듈러 공법은 현장 내 고소 작업 일수를 절반 이하로 줄여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데 기여한다. 공장 내부 작업장은 날씨와 무관하게 안전망과 자동 크레인 설비가 상시 작동해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용이하다.

전문가들은 모듈러 기술이 건설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핵심 매개체라고 설명한다. 건설 분야 전문가는 "숙련공 부족과 현장 안전 규제 강화라는 이중고를 극복하기 위해 제조업 기반의 건설 자동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다"라며 "설계부터 조립까지 전 과정을 전산화하는 모듈러 공법은 건설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초기 투자비용과 공장 가동률 확보가 숙제로 남아 있지만 표준화된 설계 지침과 공공 발주 인센티브가 뒷받침된다면 시장은 더욱 빠르게 재편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연구원 관계자 역시 "모듈러 공법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건설을 전통적인 수작업 시공업에서 첨단 제조업으로 변모시키는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라며 "공장에서 정밀 제작된 유닛의 결합력을 높이는 구조 접합 기술과 내진·차음 성능 검증 기준이 안착하면서 민간 아파트 시장에서도 모듈러 적용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 표준화와 대량 생산 체계가 갖춰지면 기존 습식 공법 대비 공사비 경쟁력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모듈러 주택 현장에서 거주한 입주민들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모듈러 공법으로 조성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박모 씨(42)는 입주 전 가졌던 조립식 주택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전했다. 박 씨는 벽간 소음이나 외풍이 일반 철근콘크리트 아파트와 비교해 전혀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실내 마감 상태가 균일해 생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공사 기간이 짧아 주변 도로 통제나 소음 피해 없이 단지가 빠르게 완성되는 모습을 직접 지켜봤다고 덧붙였다.

모듈러 시공 현장을 총괄한 현장 관리자 김모 씨(51)는 "기존에는 날씨가 궂으면 콘크리트 양생 문제로 공사가 지연되기 일쑤였지만 모듈러 현장은 공정 일정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어 공사 관리가 수월하다"라며 "현장 인력도 대규모 철근·형틀 작업자 대신 양중 크레인 기사와 접합 전문 인력 중심으로 운용되어 인력 관리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유닛 간 접합 부위의 누수와 결로를 방지하는 실링 작업만 정밀하게 관리하면 완성도 높은 건축물을 단기간에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기술 고도화를 통해 층수 제한이라는 한계 극복에 집중하고 있다. 과거 모듈러 건축은 5~6층 이하의 저층 건물에 머물렀으나 최근에는 13층 이상의 중고층 공동주택 시공 기술이 실증을 마쳤으며 20층 이상의 고층 복합빌딩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건물 높이가 올라갈수록 바람과 지진 등 횡하중에 견디는 구조적 안정성이 요구되는데, 이를 위해 강철 기둥과 콘크리트 코어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듈러 공법이 개발되어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접합부 내화 기술과 차음 구조 역시 국가 성능 인증 기준을 통과하며 거주 쾌적성을 확보했다.

해외 시장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중동과 동남아시아, 북미 등 주요 신흥국과 선진국에서는 주택 부족 문제 해결과 대형 인프라 건설을 위해 한국형 모듈러 기술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지 기후 조건을 반영한 단열 설계와 모듈러 유닛의 효율적 해상 운송 기술이 접목되면서 수출 품목으로서의 가치도 입증받고 있다. 부재를 컨테이너 규격에 맞춰 설계하고 현지 조립 라인을 구축하는 패키지형 수출 모델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스마트 건설 기술과의 융합은 모듈러 공법의 생산성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리고 있다. 공장 내 유닛 조립 공정에 인공지능(AI) 기반 비전 검사 시스템을 도입해 미세한 균열이나 배관 결함을 사전에 탐지한다. 또한 현장 조립 단계에서는 로봇 크레인과 위치 추적 센서를 활용해 조립 오차를 실시간으로 보정한다.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매립된 모듈러 부재는 준공 이후 건물 유지관리 단계에서도 균열이나 누수 여부를 지속적으로 감지해 건축물의 생애주기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원자재 공급망과의 연계도 고도화되고 있다. 철강업계는 모듈러 전용 고강도 경량 형강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으며 석고보드와 단열재 생산업체들은 공장 맞춤형 일체형 복합 패널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자재 표준화는 유닛 제작 시간을 단축하고 물류비용을 줄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대형 건설사와 중소 자재 협력사 간의 협력 생태계가 구축되면서 모듈러 밸류체인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제도적 지원도 확대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는 스마트 건설 활성화 방안을 통해 모듈러 건축물에 대한 용적률 완화와 발주 인센티브 기준을 정비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공주택 발주 물량 중 모듈러 주택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민간 참여형 공공주택 사업에서도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조달청 역시 모듈러 건축물을 혁신 조달 품목으로 지정해 공공기관의 수요 창출을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모듈러 건축 시장은 연간 8% 이상의 복합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0년까지 수백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 생산성 정체 현상을 겪고 있는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주요국은 정부 차원에서 공장 제작 건축 공법(OSC, 탈현장 건설) 도입을 법제화하거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은 국내에서 검증된 시공 실적을 발판 삼아 글로벌 모듈러 시장에서 수주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건설 현장 생산성 혁신과 안전 강화라는 산업적 요구에 발맞춰 모듈러 공법의 적용 범위는 주거용을 넘어 상업시설과 인프라 분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주요 대형 건설사들은 모듈러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며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소 건설사들과 전문 엔지니어링 기업들 역시 독자적인 모듈러 기술을 개발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주요 거점 도시에서 중고층 모듈러 공공주택 실증 단지 건립 사업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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