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부산 메가 이벤트부터 국립현대미술관 특별전까지 관람 동선과 핵심 관전 포인트

늦더위가 물러가고 나들이하기 좋은 가을철로 접어들면서 전국 주요 국공립 미술관과 대형 비엔날레가 하반기 미술 애호가들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9월은 국내외 시각예술계의 역량이 집약되는 이른바 미술 주간이 자리 잡은 시기로, 수도권뿐만 아니라 영남과 호남 등 전국 곳곳에서 세계적 수준의 현대미술 축제와 거장들의 회고전이 잇따라 막을 올린다. 특히 올해는 단순한 평면 회화 중심 전시를 넘어 인류세의 기후 환경 문제와 인공지능 기술의 진화, 지역의 역사적 서사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실험 미술이 대거 등장해 관람객들에게 한층 깊이 있는 문화적 경험을 제공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오는 9월 초부터 시작되는 미술 주간을 맞아 전국 300여 개 전시 기관과 연계해 대규모 할인 혜택과 특별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국내 미술 축제의 대표 격인 광주비엔날레는 이번 가을 새로운 담론을 던지며 관람객을 찾는다. 광주 중외공원 내 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해 양림동 일대의 역사문화 거점 공간들을 하나의 거대한 예술 공간으로 연결하는 구성이 특징이다. 전 지구적 기후 위기와 생태적 공존, 소수자의 연대 등을 소리와 공간 설치, 미디어 아트 등 공감각적 방식으로 구현한 작품들이 대거 전시된다. 주 전시관 외에도 광주 시내 근현대 건축 유산과 골목길에 자리 잡은 국가별 파빌리온(국가관) 전시가 대폭 확장돼 도시 전체를 산책하듯 관람할 수 있다. 전시 관람 동선이 실내외에 걸쳐 길게 이어지는 만큼, 사전 예매와 함께 전시관 간 셔틀버스 운행 시간표를 미리 숙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부산에서도 항만 도시의 지리적·역사적 특수성을 품은 부산비엔날레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부산현대미술관과 원도심의 유휴 산업 공간, 영도 일대의 근대 건축물들이 전시장으로 탈바꿈한다. 항만과 물류, 이주와 피란의 역사를 간직한 부산의 공간적 정체성을 현대 예술가들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대형 설치 작업들이 집중 배치된다. 전시 공간이 부산 서남권과 구도심 곳곳에 분산 배치된 만큼 관람객은 부산의 원도심 풍경과 예술 작품을 동시에 마주하는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누릴 수 있다. 폐공장과 선박 수리 공간을 활용한 전시 구역은 산업 유산 특유의 거친 질감과 첨단 영상 설치가 어우러져 젊은 세대와 가족 단위 관람객의 발길을 이끈다.
수도권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서울관, 덕수궁관, 과천관 등 각 관별 특성을 살린 굵직한 기획전을 9월부터 차례로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동시대 글로벌 현대미술의 최전선을 보여주는 대규모 국제 기획전과 함께 미디어 작가들의 신작 프로젝트를 전면에 내세운다. 첨단 디지털 기술과 알고리즘이 현대인의 일상과 감각 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작품들이 중앙 전시마당과 대형 전시실을 채운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한국 근현대 서화 및 자수 예술의 흐름을 조명하는 특별 회고전이 열려 고즈넉한 궁궐 가을 풍경과 어우러진 전통 미학의 깊이를 전한다. 과천관은 야외 조각공원과 연계한 한국 현대조각사 조망 전시를 마련해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대형 입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역시 서소문본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획전을 가동한다. 현대 사회의 비가시적 네트워크와 데이터 노동, 가상현실 속 신체성을 다룬 미디어 특별전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서소문본관뿐만 아니라 북서울미술관, 남서울미술관 등 분관 네트워크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체험형 현대미술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전시장 내 문턱을 낮추기 위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전시물과 쉬운 말 해설 오디오 가이드를 대폭 확대해 배리어프리(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관람 환경을 강화했다. 관람객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별도 기기 대여 없이도 전문적인 음성 전시 해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지역 거점 미술관들의 기획전도 풍성하다. 대구미술관은 한국 근현대 추상회화의 거장들을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과 함께 지역 청년 작가들의 실험적 신작을 조명하는 기획전을 동시 개막한다. 대구미술관 특유의 웅장한 천장고를 활용한 대형 회화와 설치 작업들은 수도권 전시와는 또 다른 공간감을 선사한다. 전남도립미술관은 남도 수묵화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변용해 세계무대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의 대형 미디어 협업 전시를 선보이며, 대전시립미술관은 과학 인프라와 예술을 접목한 융복합 비엔날레 형태의 기획전으로 과학도시 특유의 정체성을 부각한다.
전시 기획 전문가들은 이번 가을 전시들이 공간과 관람객 간의 상호작용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 전시기획자는 "올가을 전국 주요 전시는 미술관이라는 닫힌 화이트큐브를 벗어나 도시의 역사와 자연, 유휴 산업시설로 확장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작품을 눈으로만 보는 수동적 감상에서 벗어나 직접 소리를 듣고 공간을 이동하며 체감하는 능동적 관람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 학예연구사는 "전국 비엔날레와 미술관들이 환경과 기술이라는 동시대 공통 화두를 각 지역의 고유한 공간적 맥락에 녹여내고 있어 동일한 주제라도 지역마다 전혀 다른 감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을 전시 관람을 계획하는 시민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직장인 김모 씨(42)는 "해마다 가을이면 미술 주간을 활용해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지방 비엔날레를 찾는 여행을 계획한다"며 "올해는 광주와 부산의 비엔날레 전시 공간이 도시 곳곳으로 확장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차표와 인근 미술관 통합 관람권을 미리 예매했다"고 말했다. 주부 박모 씨(38)는 "수도권 주요 미술관들의 전시 예매가 조기 마감되는 경우가 많아 사전 예약 일정을 수첩에 적어두고 있다"며 "스마트폰 앱을 통한 도슨트 해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아이들과 함께 편안하게 전시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전시를 효율적으로 관람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수적이다. 비엔날레나 대형 기획전은 전시장 면적이 넓고 출품작 수가 수백 점에 달하기 때문에 반나절 만에 모든 작품을 섭렵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 주요 전시관의 대표 작품과 동선을 공식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하고, 하루에 둘러볼 구역을 나누어 여유 있게 일정을 구성하는 것이 좋다. 특히 광주나 부산처럼 도심 곳곳에 야외 파빌리온이 분산된 전시는 대중교통 노선과 셔틀버스 배차 간격을 사전에 확인해야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입장권 구매 혜택도 꼼꼼히 챙길 필요가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코레일 등 유관 기관은 미술 주간 동안 KTX 승차권과 비엔날레 입장권을 결합한 할인 패키지를 판매하며, 주요 비엔날레 간 상호 통합 할인권 제도도 운영된다. 국공립 미술관의 경우 문화가 있는 날이나 다자녀 가족 할인, 모바일 앱 사전 등록 무료 관람 등 다양한 감면 혜택이 적용된다. 전시장 내 안전과 쾌적한 관람을 위해 일부 대형 전시는 시간대별 입장 인원을 제한하는 사전 예약제를 병행하므로 방문 전 온라인 예매 현황을 확인해야 한다.
각 전시 기관은 관람객 편의를 위해 현장 도슨트(전시 해설사) 운영 시간표를 온라인을 통해 공지하고 있다. 전문 도슨트 프로그램은 평일과 주말 오전, 오후로 나뉘어 정기적으로 진행되며, 주요 작품의 제작 배경과 현대미술의 난해한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는 전시관 입구의 QR코드를 스캔해 개인 이어폰으로 바로 청취할 수 있도록 지원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전국 미술관 인근의 문화 예술 거리와 연계된 도보 여행 코스를 발굴해 공식 여행 정보 포털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