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회원 혜택 확대와 신선식품 당일 배송으로 품질 격차 승부

초저가 상품을 앞세운 해외 직구 플랫폼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유료 멤버십 개편과 빠른 배송망 확충을 중심으로 방어선 구축에 나섰다.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국경을 넘나드는 초저가 물량을 당해내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배송 속도와 품질 보증, 사후 관리라는 토종 플랫폼의 고유한 강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이른바 씨커머스(C-Commerce,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이용자 수가 급증하자 국내 주요 유통 기업들은 충성 고객을 묶어두는 락인(Lock-in,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소비자를 묶어두는 효과) 전략을 전면 재정비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의 증가율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성장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 비중이 늘어나자 토종 이커머스 기업들은 기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멤버십 회비 이상의 혜택을 돌려주는 페이백 정책과 무료 배송 기준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내 대형 유통 플랫폼들은 무료 배송과 무료 반품을 기본 조건으로 내걸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이용권, 음식 배달 할인, 제휴 금융 혜택을 한데 묶은 결합형 멤버십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매달 지불하는 구독료 이상의 현금성 포인트나 쿠폰을 지급해 플랫폼 이탈을 방지하려는 계산이다. 특히 신선식품과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주문 후 반나절 만에 문 앞에 상품을 전달하는 당일 배송과 새벽 배송 지역을 지방 주요 도시로 대폭 넓히고 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풀필먼트(Fulfillment, 물품 보관·포장·배송·재고 관리를 총괄하는 통합 물류 관리) 센터의 고도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의 수요 예측 시스템과 무인 자동화 로봇을 도입해 물류 처리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신선도가 생명인 농축수산물과 냉장 가공식품의 경우 생산지 직송 방식과 콜드체인(Cold Chain, 저온 유통 체계)을 결합해 해외 플랫폼이 물리적으로 넘볼 수 없는 영역을 굳히고 있다.

유통업계 연구위원은 "해외 직구 플랫폼이 제공하는 가격적 이점은 분명하지만 배송 기간이 최소 수일에서 수주까지 걸리고 품질 불량이나 가품 문제 발생 시 교환과 환불이 까다롭다는 치명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짚었다. 연구위원은 이어 "국내 기업들은 신선식품의 선도 보장과 즉각적인 교환 및 환불 체계를 앞세워 신뢰도 측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려는 방향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실용성과 편의성으로 갈리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 씨(41)는 공산품의 경우 간혹 해외 직구를 이용하지만 가족 먹거리나 당장 필요한 기저귀와 생필품은 국내 이커머스 유료 멤버십을 통해 구매한다고 전했다. 박 씨는 결제 후 다음 날 아침까지 상품이 도착하지 않거나 파손됐을 때 즉시 환불이나 재발송이 이뤄지는 사후 서비스 때문에 월 회비를 지불하더라도 국내 쇼핑몰을 주력으로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보호원 조사에 따르면 해외 직구와 관련된 소비자 불만 상담 건수는 최근 1년 사이 급격히 증가했다. 배송 지연이나 미배송, 제품 파손, 연락 두절 등이 주된 상담 사유로 꼽혔다. 특히 어린이용 완구나 화장품, 안전 인증이 필요한 전기·전자제품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되거나 안전 인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례가 지속해서 적발되면서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커졌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이 같은 불안 심리를 파고들며 안전 인증 강화와 철저한 입점 업체 검증 제도를 강조하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의 안전 기준을 통과한 상품만을 선별해 판매하고 입점 셀러의 정산 주기 단축과 정품 보증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식이다. 품질 이슈가 발생했을 경우 전액 환불은 물론 추가 보상금을 지급하는 품질 보증 책임제를 도입하는 플랫폼도 늘고 있다.

배송 경쟁의 양상도 단순한 속도전을 넘어 배송 시간대의 세분화와 맞춤형 수령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주문 당일 오후나 야간에 받아볼 수 있는 당일 배송망을 광역시뿐 아니라 중소 도시까지 촘촘히 뻗어나가고 있다. 주문 마감 시간을 자정이나 새벽까지 늦추면서도 아침 식사 전 배송을 완료하는 물류 네트워크를 갖추기 위해 대규모 물류 인프라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물류 및 유통 협회 관계자는 "국내 물류망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밀도와 정확도를 자랑하기 때문에 해외 플랫폼이 단기간에 국내 수준의 자체 직배송망을 구축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했다. 협회 관계자는 "토종 이커머스가 구축한 당일 및 새벽 배송 인프라는 단순한 속도 경쟁을 넘어 소비자 일상에 깊숙이 파고든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충성 고객의 이탈을 막는 핵심 방벽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3040 세대 직장인들의 이용 패턴도 정교해졌다. 초저가 공산품과 의류, 단순 생활 소품은 해외 직구를 통해 구매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품질과 신선도가 중요한 식료품, 뷰티 제품, 안전성이 요구되는 유아용품은 국내 플랫폼의 멤버십 혜택을 이용해 안전하게 소비하는 교차 이용 행태가 뚜렷해진 것이다.

이에 맞춰 국내 기업들은 자체 브랜드(PB) 상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중간 유통 마진을 줄여 대형 제조사 브랜드 상품보다 저렴하면서도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자체 상품을 대거 확충해 가격 경쟁력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유료 멤버십 회원에게만 PB 상품 추가 할인이나 무료 배송 쿠폰을 전용으로 지급하며 고객 묶어두기 효과를 배가시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당국도 해외 온라인 플랫폼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해소를 위한 법 제도 정비에 착수했다.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와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 강제를 통해 해외 사업자도 국내 플랫폼과 동일한 법적 책임을 지도록 유도하는 움직임이다. 토종 이커머스 업계는 이러한 제도적 변화에 발맞춰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신속한 분쟁 처리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플랫폼 간의 제휴와 합종연횡도 한층 활발해지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전통 유통 대기업과 온라인 전용 이커머스 기업이 손을 잡고 온·오프라인 통합 멤버십 포인트를 출시하거나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마이크로 풀필먼트(Micro-Fulfillment, 도심 내 소형 물류 거점을 활용한 초고속 배송 시스템)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플랫폼 간 출혈 경쟁 속에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혜택의 실효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자동 갱신되는 유료 멤버십의 이용 약관과 실제 배송 지연 시 보상 정책, 환불 규정의 세부 조항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소비 패턴에 맞는 멤버십을 선별해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은 올 하반기에도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한 무료 배송 적용 품목 확대와 물류 거점 최적화 작업을 계획대로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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