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광역 거점도시 1시간 연결망 확충과 균형 발전 전략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지방 소멸 위기가 국가적 난제로 자리 잡은 가운데 지역 거점도시를 하나로 묶는 초광역 메가시티 구축과 이를 뒷받침할 광역교통망 연계 사업이 균형 발전의 핵심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토 면적의 12% 남짓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리고 경제와 일자리, 문화 인프라가 편중되는 일극 체제가 지속되면서 비수도권의 인구 유출과 지역 경제 침체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청년층의 지속적인 수도권 이탈을 차단하고 지역 스스로 자립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초지자체 단위의 분절된 대응을 넘어 인접 대도시와 중소도시를 단일 생활권과 경제권으로 묶는 초광역 공간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메가시티 구상의 성패를 가르는 물리적 기반이자 선결 조건은 주요 거점 간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광역교통망의 신속한 확충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지역 간 인구 이동 및 생산성 격차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청년 인구 이동 격차는 일자리와 정주 여건, 특히 출퇴근 접근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 대도시권 내부에서도 중심 도시와 외곽 배후 도시를 잇는 대중교통 인프라가 취약해 인적 교류와 산업 간 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중교통 통행 시간이 길어질수록 주민의 생활 반경이 제약되고 기업 역시 물류비용과 우수 인력 확보의 어려움으로 비수도권 투자를 기피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병목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는 초광역권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거점도시 간 30분에서 1시간 내 이동이 가능한 광역철도 및 급행버스체계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지정했다.
부산·울산·경남권을 비롯해 충청권, 대구·경북권, 광주·전남권 등 주요 권역에서 추진 중인 광역철도망 구축 사업은 지역 경제의 판도를 바꿀 핵심 동력으로 평가받는다. 부울경 권역의 경우 동해선 광역전철 개통에 이어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와 동남권 순환 광역철도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가덕도신공항과 부산항 신항, 울산의 자동차·조선 국가산단, 경남의 정밀기계·방위산업 벨트를 유기적으로 잇는 물류·교통 축이 형성되고 있다. 대전과 세종, 충북 청주를 연결하는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사업 역시 행정수도 기능 강화와 오송 바이오밸리,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잇는 첨단 연구개발 생태계 확장의 기반이 되고 있다. 거점 간 이동 시간이 대폭 단축되면 개별 도시가 각자 보유한 산업 역량과 연구 시설을 공유해 단일 규모의 거대 경제 생태계를 가동할 수 있게 된다.
광역교통망의 확충은 단순히 이동의 편의를 넘어 광역 노동시장 형성과 주거 선택권 확대라는 구조적 변화를 유발한다. 수도권이 거대한 지하철 및 광역급행철도망(GTX)을 매개로 거대한 경제 공동체를 유지하듯 지방에서도 광역철도가 완공되면 주민들은 일터와 주거지, 여가 공간을 광역 단위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특정 대도시 중심부로의 인구 과밀과 지가 급등을 완화하는 동시에 주변 중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의 배후 주거 기능을 활성화해 지역 전체의 인구 감소 속도를 늦추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한다. 교통 결절점에 복합환승센터와 상업·문화 시설이 들어서면서 발생하는 역세권 개발 효과는 지역 내 일자리 창출과 세수 증대로 직결된다.
익명의 도시계획 전문가는 "지방 메가시티 정책의 핵심은 행정구역의 물리적 통합보다 주민과 기업이 실제로 체감하는 물리적 시간의 단축에 있다"며 "주요 거점 도시 간 1시간 통핵권이 구축되지 않으면 메가시티는 서류상의 구상에 머물게 되며, 고속철도망과 연계된 촘촘한 간선·지선 광역철도가 뒷받침되어야 산업 집적과 혁신 인재 유치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통망이 연결되면 거점 국립대학과 지역 연구기관, 테크노파크 등 혁신 거점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여 산학협력의 효율성이 대폭 향상된다는 점도 강조된다.
그러나 지방 광역교통망 연계가 순탄하게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제도적·재정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와 막대한 사업비 분담 구조다. 현행 국가재정법상 대규모 인프라 사업은 경제성 분석(B/C) 중심의 평가를 거쳐야 하는데, 인구 밀도가 낮고 교통 수요가 적은 지방 노선은 경제성 기준을 충족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현행 제도는 수도권처럼 이미 수요가 집중된 곳에 인프라가 추가 공급되는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역 균형발전 지표의 가중치를 현실화하고 광역교통 인프라의 정책적 필요성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평가 체계 개편이 시급한 이유다.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 부담과 운영비 분담을 둘러싼 갈등도 해결해야 할 주요 현안이다. 현행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광역철도 건설비의 30%를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며 개통 이후 발생하는 막대한 운영 적자 또한 지자체가 떠안아야 한다. 재정자립도가 20~30% 안팎에 불과한 비수도권 지자체들로서는 수천억 원에 달하는 건설비와 연간 수백억 원의 운영비를 감당하기 벅찬 구조다. 지자체 간 노선 선정과 정차역 유치를 둘러싼 이해관계 대립으로 기본계획 수립이 장기간 지연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실제로 창원에서 부산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박모 씨(46)는 "두 지역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버스와 지하철을 여러 차례 갈아타야 해 왕복 3시간 가까이 소요된다"며 "출퇴근 광역철도가 뚫려 이동 시간이 40분대로 줄어든다면 굳이 주거지를 이전하지 않고도 지역 내 다양한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유성구에서 충북 오송의 제약 연구단지로 통근하는 정모 씨(52) 또한 "광역버스 노선은 배차 간격이 길고 도로 정체에 취약해 자가용 운행이 불가피하다"며 "정시성이 보장되는 철도망이 연결되어야 수도권이나 타 지역 인재들이 지방 근무를 기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역교통망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과 병행해 광역 환승할인제 도입과 대중교통 요금체계 통합이라는 소프트웨어 개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수도권의 경우 통합환승할인제를 통해 대중교통 이용 편의를 극대화했으나 비수도권 메가시티 권역은 시·도 간 환승 손실보전금 정산 문제로 통합 요금제 도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광역버스와 도시철도, 시내버스가 단절 없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환승 거점 중심의 모빌리티 환승센터를 확충하고 수요응답형 교통수단(DRT) 등 지선 교통망을 촘촘히 엮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익명의 교통정책 연구위원은 "철도망을 깔아놓는 것만으로는 교통 혁신이 완성되지 않으며, 철도역에서 목적지까지 이어지는 라스트 마일(최종 목적지 도달 구간) 연계 교통이 촘촘해야 주민들의 자가용 의존도를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다"며 "초광역 특별지자체나 광역교통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 노선 조정과 환승 손실 보전 문제를 신속하게 조율하는 거버넌스 체계가 확립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자체 간의 소모적인 주도권 다툼을 중재하고 초광역 단위의 통합 교통 계획을 총괄 지휘할 컨트롤 타워의 법적 구속력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제4차 대도시권 광역교통시행계획에 따라 권역별 주요 광역철도 및 BRT(간선급행버스체계) 노선의 설계와 인허가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초광역권 협력사업에 대한 특별교부세 지원과 지자체 간 기금 조성을 유도하는 행정적 지원책을 가동 중이다. 기획재정부와 관계 부처는 지방 메가시티 핵심 철도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선안을 검토하며 지자체별 재정 여건에 맞춘 차등 국비 지원 기준을 논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