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협력 시범사업 긍정 평가에도 중심 병원들 인력 유지 한계 호소

올해 말 종료를 앞둔 정부의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구축 시범사업이 위기에 놓인 소아 의료 현장을 회복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제도가 안정적으로 안착하고 필수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서는 수가 체계 개편과 기본보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가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시범사업을 수행 중인 중심 병원 15곳 가운데 53.3%가 소아의료체계 회복에 시범사업이 큰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중심 병원 15곳과 사업에 함께 참여한 병원 10곳 등 총 25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구축 시범사업은 중증도에 따른 환자 분산과 지역 내 의료기관 간 연계를 통해 소아 진료 공백을 줄이고자 도입됐다. 야간이나 휴일에도 진료가 가능한 중심 병원을 축으로 인근 참여 병원들이 협력망을 이뤄 응급 환자 이송과 진료 연계를 분담하는 구조다. 현장 의료기관들은 중증 소아 환자의 신속한 전원과 진료 연계 측면에서 사업의 긍정적인 효과를 체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야간·휴일 응급실 과밀화를 완화하고 경증 환자가 1·2차 의료기관으로 분산되면서 상급병원의 중증 응급 환자 수용 역량이 개선된 점이 주요 성과로 꼽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급감으로 전국 주요 병원의 소아 응급실 야간 진료 제한이 잇따랐으나, 협력체계 도입 이후 참여 권역 내 전원 의뢰와 회송 실적이 점진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현행 시범사업의 재정적 지원과 수가 구조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특성상 전문 인력 확보와 시설 유지에 막대한 고정 비용이 들어가지만, 현행 보상 수준으로는 운영 적자를 메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단순 행위별 수가 가산 방식만으로는 진료량이 적은 야간 및 휴일 진료의 유지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문제의식도 깔려 있다.

현행 건강보험 수가 체계는 진료 행위 건수에 비례해 보상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기본으로 한다. 저출생 기조로 소아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진료 건수 자체가 감소해 고정비 보전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24시간 당직 전문의와 간호 인력 인건비, 소아 전용 응급 의료 장비 유지비 등은 환자 수와 무관하게 상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의료 인프라 유지를 위한 기본보상 체계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지역 내 필수의료 진료망을 유지하려면 환자 수와 무관하게 24시간 진료 대기 인력과 병상을 유지할 수 있는 기본 운영비 성격의 재정 지원이 필수적이다"라며 "진료 연계와 협력에 따르는 행정적 부담을 덜어주는 현실적인 수가 보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지역별 소아 인구 규모와 배후 진료 역량에 따라 차등화된 공공정책수가 지원이 병행되어야 지속 가능한 협력망이 유지된다"고 밝혔다.

소아 의료 공백을 겪는 환자 보호자들 역시 체감 가능한 진료망 유지를 호소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김모 씨(38)는 "야간이나 주말에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 진료받을 수 있는 지역 병원이 줄어들어 늘 불안하다"며 "지역 내에서 치료가 완결될 수 있도록 병원들이 진료를 포기하지 않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두 자녀를 양육 중인 이모 씨(41) 역시 "열이 40도까지 올라도 인근 병원에서 수용을 거부해 여러 병원을 전전한 적이 있다"며 "어디서든 신속하게 연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안전망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시범사업이 올해 말 만료됨에 따라 정부와 의료계의 제도 보완 논의는 더욱 중요해졌다. 보건복지부는 참여 의료기관의 운영 실적과 진료 연계율, 응급 이송 데이터 분석을 거쳐 시범사업 종합 평가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의료기관의 기본 대기 비용을 보전하는 지불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고 본사업 추진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스페셜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