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집

“자네가 나이가 좀 있지.” 짧은 한마디가 오십 줄에 접어든 한 여성의 가슴을 후려쳤다. 20여 년간 쌓아온 경력도, 30여 개의 자격증도 ‘나이’라는 두 글자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정솜결 작가의 『나는 50세에 다시 태어났다』가 작가의집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우울증과 화병으로 3년간 집 안에 스스로를 가둬 두었던 중년 여성이 아파트 계단을 한 층씩 오르고 블로그에 글 한 줄을 남기면서 시작한 인생 2막의 기록이다.

이 책이 여느 중장년 자기계발서와 다른 지점은 시작 장면에 있다. 성공담이 아니라 막막함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18층까지 오르겠다고 다짐했지만 2층에서부터 숨이 가빠졌고, 두 시간 만에 겨우 집에 닿은 날에는 현관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고 적었다. 그 순간을 미화하지 않고 눈물을 닦은 뒤 곧바로 설거지를 시작했다는 담담한 묘사가 이어진다. 컴퓨터 전원이 켜지기까지 10분을 기다려야 했던 기계치였던 그가 처음 쓴 블로그 글은 “안녕하세요. 정솜결입니다”라는 단 한 줄이 전부였다.

그 한 줄에서 시작된 변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번졌다. 다섯 달 만에 블로그 이웃이 5,000명으로 늘었고 103명이 신청한 첫 무료강의를 열었으며, 넉 달 만에 오픈채팅방에는 1,000명이 모였다. 이 여정에서 저자는 60대에 AI 동화작가로 변신한 은퇴자, 80세에 새벽 독서 모임을 이끄는 어르신을 만나며 핸디캡이라 여겼던 나이를 다르게 바라보게 됐다고 말한다. “반세기를 살아온 경험, 실패와 성공을 모두 겪어본 지혜, 그리고 무엇보다 진정성. 이것들이야말로 온라인에서 제가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이었습니다.” 나이를 약점이 아니라 축적된 자산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은 비슷한 처지의 독자에게 실질적인 위로가 될 만하다.

책에는 오픈채팅방 개설과 운영, 무료강의 설계, 중장년 눈높이에 맞춘 소책자 제작, 외부 강사 섭외, 신청 현황 공개를 통한 참여 유도, 요일별 정례 일정으로 기대감을 쌓는 방법 등 넉 달 만에 1,000명을 모은 과정이 단계별로 정리돼 있다. “저도 1년 전까지는 블로그가 뭔지도 몰랐습니다”라고 스스로 밝히는 저자이기에, 제시된 노하우가 막연한 조언이 아니라 직접 부딪히며 얻은 경험칙으로 읽힌다.

책은 두려움 속에서 찾은 희망, 온라인에서 만난 인생의 멘토들, 오픈채팅방이라는 새로운 무대, 돈을 벌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다, 후배들에게 전하는 용기의 메시지까지 여섯 개 장으로 구성됐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자신의 하루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고백한다. 극적인 반전보다는 반복되는 일상을 어떤 마음으로 견뎌내는가가 진짜 변화였다는 뜻으로 읽힌다. 재취업의 벽 앞에 선 중장년, 경력 단절 이후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구체적인 지침이자 담백한 응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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