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의 이사 약속만 믿고 명도소송을 취하하면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 소송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할 수 있다. 법원 조서에 인도 날짜를 남기면 약속 불이행 시 별도 소송 없이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어, 취하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4년 전국 1심 법원에 접수된 건물인도·철거 소송은 3만3,200건으로, 전년 3만5,593건보다 6.7% 감소했다. 같은 해 처리된 3만6,657건 중 1만2,736건(34.7%)은 판결 전에 소 취하 또는 취하 간주로 종결됐다. 판결로 끝난 1만9,985건 가운데 원고 승소는 1만7,609건(88.1%)이었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임차인이 이사 날짜를 제시하며 취하를 요청하더라도, 소를 취하하면 해당 소송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판결 전 취하라면 새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기존 절차에 들인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반면 본안 종국판결 뒤 취하하면 같은 소송을 다시 제기할 수 없으며, 항소심에서 소를 취하하면 1심 승소 판결도 효력을 잃을 수 있다. 이는 항소를 취하해 1심 판결을 확정하는 것과 다르다.

임차인의 퇴거 약속은 재판상 화해나 조정으로 법원 조서에 남기는 방법이 있다. 화해조서와 조정조서는 확정판결 또는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어, 약속한 인도 날짜를 지키지 않으면 새 소송 없이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다. 당사자 간 합의가 어려운 경우 법원의 화해권고결정도 가능하며,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안에 이의신청이 없으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긴다.

조서에는 인도 날짜뿐 아니라 밀린 차임과 관리비의 보증금 공제 및 잔액 반환 시점, 시설물 원상회복 범위도 정해 두는 것이 좋다. 임차인의 말만으로 소송을 끝내기보다 집행 가능한 합의 내용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엄 변호사는 “소 취하는 짐이 모두 빠지고 열쇠를 넘겨받아 인도가 끝난 것을 확인한 뒤 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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