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으로 물가가 오른 것은 감수해야 할 작은 대가라며 로스앤젤레스(LA)와 샌디에이고가 파괴되도록 두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이란전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이란이 두 도시를 공격해도 감수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캘리포니아주 정치권은 대통령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으며 반발했고, 백악관은 이란의 핵 위협을 저지하지 않았더라면 미국 도시들이 위협받았을 것이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후보 일부도 발언과 거리를 뒀다.
물가 부담을 ‘작은 대가’로 말하며 두 도시 언급
현지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네브래스카주 그랜드아일랜드에서 열린 집회 연설에서 이란전으로 연료와 비료 등 물가가 오른 상황을 언급했다. 집회는 피너클 뱅크 엑스포 센터에서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으로 (물가가) 조금 높다”며 “이는 치러야 할 작은 대가”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를 안전하게, 우리나라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치러야 할 작은 대가”라고 덧붙였다.
그는 연설에서 “그들은 도시 하나를 파괴(take out)할 수도 있다. 그들이 LA를 파괴하게 놔두라. 샌디에이고를 파괴하게 두라(Let 'em take out Los Angeles, let 'em take out San Diego)”고 말했다. 당시 발언에서 ‘그들’이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명시되지 않았다. 다만 이란전의 필요성과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을 설명하는 흐름에서 두 도시가 언급돼, 이란의 공격을 가정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부에서는 미국 도시가 공격당하는 일을 국가 안보를 위해 감수할 만한 작은 대가처럼 표현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을 “치러야 할 작은 대가”라고 했고, 이어 도시 파괴 가능성과 LA·샌디에이고를 언급했다. 두 도시는 캘리포니아에서 인구 기준으로 가장 규모가 큰 도시들이다.
| 도시 | 캘리포니아 인구 순위 |
|---|---|
| 로스앤젤레스 | 1위 |
| 샌디에이고 | 2위 |
뉴섬 “수정헌법 25조 발동할 때” 주장
발언이 알려진 뒤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정치인들이 잇따라 반발했다.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주지사는 의회전문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며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할 때”라고 주장했다. 뉴섬 주지사는 별도의 유튜브 영상에서도 “이건 단순히 무분별한(mad) 말이 아니라 매우 위험하고 정신 나간(deranged)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JD 밴스 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와 공화당 지도부를 향해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을 하라”고 촉구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의 권한을 부통령 등이 대신하는 절차와 요건을 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면직·사망·사임하거나 신체적·정신적 이유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때 대통령 본인의 의사로 권한을 넘길 수 있다. 대통령의 의사와 관계없이 직무를 정지하는 절차도 있다. 이 경우 부통령과 내각 과반이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문서를 의회에 보내야 한다. 대통령의 의사에 반해 이 조항이 강제로 적용된 사례는 아직 없다.
LA 출신인 민주당 알렉스 파디야 상원의원은 엑스에 “당장 수정헌법 25조”(25th Amendment NOW)라고 썼다. 민주당 소속 캐런 배스 LA 시장은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부가 LA를 공격하도록 제안했다”며 “우리 도시를 겨냥한 그의 발언은 위험하며 우리의 안전을 잠재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드 글로리아 샌디에이고 시장도 “우리는 결코 '치러야 할 작은 대가'가 아니다”라며 “우리 도시를 당신의 무모한 전쟁 발언에서 빼라”고 촉구했다.
백악관은 “이란 핵 보유를 저지하지 않았다면” 해명
논란이 확산하자 백악관은 엑스 계정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위협을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백악관은 “환각 상태 미디어가 현실에 전혀 근거하지 않은 채”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언론을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 보유를 저지하지 않았더라면 미국 도시들이 위협받았을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발언의 취지가 이란의 핵 위협을 막지 못했을 때 미국 도시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을 말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쪽에서도 발언에 선을 긋는 목소리가 나왔다. 캘리포니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 짐 데스먼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강력히 반대한다. 어떤 미국 도시도 희생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보도에서는 데스먼드가 미국의 국익을 지켜야 한다고 하면서도 국군통수권자의 첫 번째 책임은 미국 국민과 국토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어떤 미국 도시도 버려질 수 없고 어떤 미국 가정도 부수적 피해로 취급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의 공화당 전략가 롭 스터츠먼은 이번 발언이 선거를 앞둔 공화당 후보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는 어젯밤 네브래스카에서 지지층을 결집하려 했지만 이번 사태의 핵심 서사는 어려운 선거전을 치르는 공화당 후보들이 다시 한번 대통령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화당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당의 대통령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중간선거 앞두고 다시 나온 직무 정지 요구
이번 논란은 중간선거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불거졌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발언 논란이 알려진 6일 조기 투표가 시작됐다. 원문은 이번 발언이 선거에서 공화당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는 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소개됐으며, 이곳 선거에 나선 공화당 후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거리를 뒀다. 뉴섬 주지사는 민주당의 잠재적 대선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수정헌법 25조 발동 요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말기인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 사태 당시에도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하원에서 관련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실제 조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기 행정부 들어서는 지난 4월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며 수정헌법 25조 적용을 주장했다. 대통령의 의사에 반한 강제 적용이 이뤄진 적은 없다는 점도 이번 논란과 관련해 함께 언급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백악관은 이란의 핵 보유를 막지 못했다면 미국 도시가 위협받았을 것이라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정치인과 일부 공화당 후보는 반대와 우려를 표했고, 뉴섬 주지사 등은 수정헌법 25조를 거론했다.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재까지 자료에 담긴 후속 일정은 선거와 조기 투표 외에 별도로 제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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