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공방으로 이어졌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역사적 사건을 영화화하는 데 창작의 제약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작품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는지를 장관이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영화 내용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출연 배우와 제작진을 향한 신변 위협에는 문체부가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도 거듭 밝혔다.
국민의힘은 작품의 역사적 재현과 창작의 자유에 대한 정부 입장을 따져 물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상 콘텐츠의 고증 자문 지원을 제안했다. 허진호 감독 등 제작진의 국감 출석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무산됐다. 영화가 다룬 사건과 정부의 창작물 비개입 원칙, 배우 안전 조치, 공적 자금이 투입된 작품의 고증 지원이 이날 질의의 주요 쟁점이었다.
역사 왜곡 여부 놓고 여야 질의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은 역사적 사건을 영화화하는 일이 창작의 무제한적 자유 영역에 해당하는지를 최 장관에게 물었다. 최 장관은 “상상력과 창작에는 제약이 있어선 안 된다”고 답했다. 작품의 내용이 역사적 왜곡에 해당하는지를 묻는 질의에는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국민과 관객이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작의 자유에 관한 원칙을 밝히면서도 영화의 구체적인 역사적 평가를 정부가 내리지는 않겠다는 취지다.
최 장관은 정부가 창작물의 내용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사전 검열이 엄격하게 금지되는 우리나라에서 정부는 창작물 내용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화 내용에 왜곡이 있다면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만약에 심각한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느끼시는 분이 있다면 사법적 절차가 마련돼 있다”고 답했다. 영화의 내용에 관한 판단과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이용할 수 있는 절차를 구분해 설명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내용의 영화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뒤 실제 역사적 사건을 재구성한 부분을 놓고 역사 왜곡 논란이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영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관여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주장했고, 이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도 창작의 자유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책임을 두고 공방이 이어졌다. 국감에서는 작품에 대한 평가와 정부가 창작물에 관여할 수 있는 범위가 함께 다뤄졌다.
창작자 보호와 정부의 역할 공방
윤 의원은 최 장관이 영화 출연 배우들의 안전 문제를 제기한 일을 두고 배우만 두둔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지적했다. 최 장관은 창작의 결과물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에 문체부 장관이 나서지 않으면 누가 대응하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영화 내용에 대한 평가와 출연자에게 가해지는 물리적 위협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내놨다. 참고인 출석이 아닌 증인·참고인 명단 자체를 두고도 여야가 맞섰지만, 이날 국감에서 영화 제작진의 설명을 직접 듣는 절차는 성사되지 않았다.
최 장관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린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제가 SNS에 쓴 글은 영화에 대한 평가가 문화예술인 개인의 신변 위협으로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차원”이라며 “더 큰 사태로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예방 조치, 안전 조치를 강구하기 위해 노력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 장관은 5일 SNS에서 “영화에 대한 평가는 자유이지만, 창작자에 대한 신변 위협은 민주주의의 파괴”라고 밝혔다. 유해진 등 배우들의 자택 앞 시위와 광고 활동 방해 행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참고 기사에 따르면 일부 보수 단체는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영화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작품과 관련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 장관은 관계 당국에 출연 배우 등의 안전 조치를 요청한 바 있다. 국감에서 윤 의원은 역사적 사실 왜곡 문제를 함께 언급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최 장관은 창작자 보호와 물리적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 문체부 장관의 역할이라고 답했다. 이날 질의는 작품의 역사적 평가를 정부가 내리는 문제와 창작자에게 가해지는 위협에 정부가 대응하는 문제를 나눠 다뤘다.
공적 자금 작품 고증 자문도 논의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작품에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경우 전문기관의 고증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기준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국사편찬위원회 등 역사 전문기관의 자문을 투자 심사 단계에서 받을 수 있게 하고, 자문 결과를 작품에 반영할지는 창작자가 결정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관객이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구분할 수 있도록 작품에 관련 내용을 고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최 장관은 역사 고증 자문 지원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객관적으로 필요한 역사의 어떤 고증에 관한 문제는 자문을 의뢰한다면 지원을 해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부분은 좀 더 강화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다만 별도의 역사 고증 심사 기준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지는 않았다. 임 의원의 제안은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역사 소재 콘텐츠의 자문 절차를 마련하자는 것이었고, 최 장관의 답변은 창작자의 자문 요청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영화 내용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둘러싼 논의와 고증 자문 지원은 이날 국감에서 각각 다뤄졌다. 최 장관은 앞서 정부가 창작물의 내용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고증과 관련해서는 자문 요청이 있을 때 지원하는 방안을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임 의원은 자문 결과의 반영 여부를 창작자가 판단하도록 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국감에서 제기된 내용은 고증을 의무 심사로 삼겠다는 결정이 아니라, 전문기관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질의와 답변이었다.
제작진 출석 무산…펀드 투자 경위도 질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허진호 감독 등 ‘암살자(들)’ 제작진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재정 문화체육관광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출석 요청은 무산됐다. 앞서 국감 쟁점으로 거론된 허 감독의 출석 문제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최대석 박정희기념재단 이사 겸 박정희학술원 이사장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라고 국감 전 보도됐다. 이날 국감에서는 제작진을 상대로 작품의 제작 의도나 고증 과정을 직접 묻는 자리는 마련되지 않았다.
영화 투자 과정에 정부나 정치권이 개입했는지를 두고도 질문이 나왔다. 최 장관은 ‘암살자(들)’에 투자한 펀드가 모태펀드가 아니라 지난 정부 때 만들어진 자펀드라고 설명했다. 해당 펀드는 운용사들이 자체적으로 수익률을 판단해 투자를 결정하며 정부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여당 의원들이 영화에 대한 정부 모태펀드 투자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최 장관은 투자 펀드의 성격과 결정 주체를 들어 반박했다.
국감에 앞서 이재정 위원장은 5일 SNS에 영화 관람 사실을 밝히고 논란에 대한 입장을 냈다. 그는 영화가 역사를 왜곡한 것이 아니라 정치권이 영화를 왜곡했다고 주장하며, 작품에 대한 공세와 창작자·배우를 향한 폭력적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영화계 단체들도 작품 비판과 해석을 넘어 창작자와 출연 배우를 정치적 공방의 표적으로 삼거나 신변을 위협하는 행위에 우려를 나타냈다. 국감 당일에는 최 장관이 정부의 창작물 비개입 원칙과 창작자 보호, 역사 고증 자문 지원에 관한 입장을 답변했다.
최 장관은 영화 내용에 대한 판단은 국민과 관객의 몫이며, 심각한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경우 사법적 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창작물의 내용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하는 한편, 역사 고증 자문을 요청하는 경우 지원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국감에서는 영화 제작진의 출석은 이뤄지지 않았고, 작품을 둘러싼 역사적 평가와 창작자 안전, 고증 지원 문제가 질의와 답변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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