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초소에 설치된 대남 확성기 (사진= 연합뉴스 제공)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군사분계선(MDL)에서 북한군이 월선했을 때 한국군이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으로 대응한 데 다시 반발하며, 전 국경선에 새로운 대응수단을 임무 대기시키고 대남 확성기도 수일 안에 대기상태에 두겠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김 부장이 청와대 국방정책특별보좌관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전날 발언에 대응해 경고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김 부장은 국경선 요새화 공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히면서 남측이 “실수”라도 하면 모든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이번 발언은 김 부장이 전날 담화에서 이달 중 전 국경선의 대남 확성기 방송 가동을 예고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김 부장은 남부 국경 요새화 공사 현장을 시찰한 뒤 한국군의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문제 삼았고, 한국 측은 김 의원을 통해 북한의 사과와 책임을 요구했다. 북한은 관련 담화와 현장 시찰 소식을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등 대내 매체에는 싣지 않았다.

전 국경선 대응수단 임무대기 예고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김 부장이 “한국 청와대국방정책특별보좌관이라는 자가 21일 주제넘은 반응을 내놓은 데 대해 또다시 다음과 같은 경고를 보냈다”며 담화 내용을 전했다. 김 부장은 “전 국경선에서 우리의 새로운 대응수단들은 임무대기태세에 들어갈 것이며 대한국확성기들도 수일안으로 대기상태에 들어가게 된다”고 밝혔다. 새로운 대응수단이 무엇인지, 어느 지역에 어떤 형태로 배치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 부장은 국경 요새화 공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우리의 주권이 행사되는 영내에서 우리의 목적에 따르는 국경 영구화 공사는 어김없이 성과적으로 계속될 것”이라며 “국경이 요새화되면 조한(남북) 사이의 군사적 충돌 위험은 현저히 낮아질 것이며 많은 복잡한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도발’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반응을 하는 것”이라고 했고, 한국이 본의든 아니든 실수라도 범하면 “그때에는 모든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부장은 대응수단과 확성기를 실제 가동한다고 발표한 것이 아니라 각각 임무 대기와 대기상태에 들어간다고 표현했다.

MDL 경고사격 반발하며 요새화 지속 주장

김 부장의 발언은 북한군의 MDL 월선에 대응한 한국군의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둘러싼 반발과 이어져 있다. 원문에 따르면 김 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북한군의 월선에 대한 한국군 대응을 문제 삼았고, 남측의 경고사격에 거듭 반발했다. 북한은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정당한 주권 행사라고 주장하며 이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한국 측 대응을 북한의 작업을 방해하고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행위라는 취지로 비난했다.

김 부장은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과 관련해서도 책임을 부인하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의혹투성이의 사고를 자초해 피를 흘리고도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남의 집 울바자(울타리)를 세우는 일에도 철면피하게 간섭하는 그 뻔뻔스럽고 몰상식하며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저능아”라고 남측을 비난했다. 원문은 이 발언이 지뢰 폭발의 책임을 다시 회피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 부장은 국경선 요새화가 완료되면 남북 사이의 군사적 충돌 위험이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한국이 실수하면 모든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경고를 함께 내놨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부장은 21일 남부 국경 요새화 공사 현장도 찾았다. 참고 보도는 박정천 북한 국방성 고문과 리일환 노동당 비서, 인민군 총참모부 주요 지휘관들이 김 부장과 함께 현장의 주요 지점을 시찰했다고 전했다. 이 시찰 소식과 김 부장의 담화는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등 대내 매체에는 실리지 않았다. 원문은 북한이 국경선 긴장 고조 상황을 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김병주 의원 비난에 공방 확대

김 부장은 청와대 국방정책특별보좌관인 김병주 의원을 직접 거론하며 비난을 쏟아냈다. 김 의원은 2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남 확성기 가동을 예고한 김 부장을 “뻔뻔하고 낯 두꺼운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하고 북한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 부장은 이에 “지금 정권의 ‘달구지’에 몸을 실은 자들만큼 어리석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것들은 처음 본다”며 “청와대 국방정책 특별보좌관이라는 자는 횡설수설 말고 입을 당장 닥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적반하장이라는 표현을 두고도 김 의원에게 반박했다. 그는 “적반하장이란 말의 뜻도 모르고 송사리 같은 자가 무책임하게 지껄이고 있다”며 “총 한 방 쏘지 않은 사람들에게 총질해대며 도발을 한다고 떠드는 것을 보고 적반하장이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북한의 대남 도발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고, 김 부장은 한국군의 경고사격을 문제 삼으며 북한의 조치를 정당한 반응이라고 했다. 양측의 발언은 각각 소셜미디어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됐다.

김 부장은 남측 정부 관계자들을 향해 “청와대와 정부의 관리들은 하나같이 판에 박은 듯이 닮고 뺀 천치들”이라고도 비난했다. 또 남측이 계속 트집을 잡고 억지를 부리면 집권 당국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취지로 경고했다. 원문에 따르면 김 부장은 대남 확성기 가동과 새 대응수단의 대기태세를 예고하는 동시에 국경 요새화 공사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담화에서 확성기 가동 시점은 ‘수일 안’으로 제시됐지만, 구체적인 날짜와 실제 방송 재개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대외 담화와 전문가들의 분석

김 부장의 담화와 현장 시찰 소식이 북한 대내 매체에 실리지 않은 점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군인과 군인 가족의 동요를 막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군인과 군인 가족의 위기 동요 확산을 방지하려는 의도”라며 “속내는 남측만 자제하면 대응태세, 확성기 대기상태 같은 것이 필요 없으니 우리 측에 (경고사격 등을) 간접적으로 자제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대외적으로 경고 수위를 높이면서도 관련 내용을 주민에게는 알리지 않은 배경에 관한 양 교수의 해석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국경 요새화의 목적을 정전협정에 따른 감독·통제를 막으려는 움직임과 연결해 설명했다. 임 교수는 “정부나 유엔사가 정전협정을 근거로 비무장지대 내 북한의 장벽공사나 군사행위를 감독·통제할 법적 명분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며 “기존 MDL을 일방적 불변의 영구적 국경선으로 밀어붙이는 작업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문은 대기태세라는 표현과 요새화 완료 뒤 충돌 위험이 낮아질 것이라는 김 부장의 발언을 들어, 실제 군사적 충돌은 피하면서 공사를 마무리하려는 상황 관리라는 분석도 전했다.

김 부장은 21일 담화에서 이달 중 전 국경선의 대남 확성기 방송 가동을 예고한 뒤 22일에는 확성기를 수일 안에 대기상태로 두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발표한 것은 대기태세와 대기상태 진입 계획이며, 확성기 방송을 실제로 언제 재개할지와 새 대응수단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국경 요새화 공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은 이번 담화에서도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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