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정부가 지난 17일 폭력 사태 이후 추가 충돌을 막겠다며 주요 도시의 집회를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오는 24일에는 노동조합을 제외한 시위를 가능한 한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2일 정보기관 수뇌부와 안보 회의를 한 뒤 “앞으로 며칠간 시위가 없어야 한다는 게 총체적 권고”라고 말했다. 시위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당국의 금지령에 맞선 집회도 파리에서 이어졌다. 정부는 보안 인력을 지난주보다 20% 늘리겠다고 예고했고, 파리 경찰은 24일 행진 경로를 일부 허용하면서도 도심 진입은 막겠다고 밝혔다. 노조와 함께 행진을 준비한 노란 조끼 운동 측은 “우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마크롱 “평온 회복 우선”…24일 시위 제한 방침
마크롱 대통령은 22일 정보기관 수뇌부와 안보 회의를 연 뒤 시위를 계속하려는 이들이 노조라면 지역 행정관이 대체 경로를 제시하고, 노조가 아니라면 가능한 한 모두 금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평온을 되찾는 게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오는 24일 이후 예정된 전국 시위에 대응할 ‘다음 단계 조처들’을 정하기 위해 23일 핵심 부처 장관들과 안보 회의를 주재하겠다고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7일 사태를 두고 “지난 토요일 공화국을 무너뜨리려는 목적의 극좌 집단에 의한 정치적이고 폭력을 선동하는 행위가 있었다”고 말했다.
시위 규모와 폭력 사태를 둘러싼 집계도 나왔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내무부는 지난 17일 하루 동안 55만여 명이 약 110건의 시위에 참여했다고 집계했고, 프랑스 노동총연맹은 참가 인원을 80만 명으로 추산했다. 같은 날 경찰과 헌병대 등 약 6만 명이 투입됐다고 원문은 전했다. 정부는 추가 집회에 대비해 보안 인력을 더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장디디에 베르제 내무부 차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난주보다 20% 많은 수준으로 (보안 인력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항목 | 수치 |
|---|---|
| 17일 내무부 집계 시위 참가자 | 55만여 명 |
| 17일 노동총연맹 추산 시위 참가자 | 80만 명 |
| 17일 경찰·헌병대 투입 인원 | 약 6만 명 |
파리·리옹 등 집회 금지…법원 결정 뒤 시위 이어져
각 지역 당국은 22일 파리와 리옹, 릴, 그르노블, 툴롱, 루앙 등에서 계획된 시위를 금지했다. 파리 경찰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엘리제궁과 상·하원 의사당 등 주요 국가기관 시설을 비롯해 루브르 박물관, 샹젤리제, 바스티유 광장, 레퓌블리크 광장, 레알 등에서 집회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경찰 소식통은 주최 측이 폭력과 기물 파손을 막을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금지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리옹 당국도 “현 상황을 볼 때 심각한 공공질서 위반이 우려된다”며 프랑스전국학생연합(UNEF)이 계획한 행진을 금지했다.
시위 금지령이 내려진 날에도 파리에서는 수천 명이 거리로 나섰다. 주최 측은 경찰의 금지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했고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법원 결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 현장에는 “최루 가스가 없어도 우리 미래는 암울해 보인다”고 적힌 현수막도 등장했다. 파리와 리옹 등지에서는 지난 19일부터 사흘 밤 연속 부분 야간 통금이 시행됐다. 프랑스에서 시위할 권리는 헌법으로 보장돼 있어 당국의 금지 조치가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외신은 전했다.
노조·학생 단체 24일 집회 예고…도심 행진 두고 대립
학생 단체들은 24일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그동안 학생 시위에 동참해온 노란 조끼 운동 측도 이날 파리에서 행진을 하겠다고 밝혔다. 마르세유와 리옹은 24일 모든 시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리옹이 주도인 오베르뉴론알프주는 성명을 통해 17일 사태를 고려해 지방 행정관이 24일 리옹시의 모든 시위에 금지령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파리 경찰은 시위대가 바스티유 광장에서 출발해 파리 동부를 행진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상점과 공공시설이 밀집한 도심에는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노조와 함께 행진을 조직한 노란 조끼 운동 측은 경찰이 제시한 경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운동가 가엘 키랑테는 “시위할 권리는 지켜져야 한다.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억압과 잔혹성만 보여준다”고 말했다. 대학생 마티 아베르상크는 “우리는 계속 시위하고 조직하며 시위할 우리의 권리를 관철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폭력 사태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24일 집회가 예정된 상황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마주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지난 17일 시위에서는 상점 약탈과 방화가 잇따랐다고 현지 보도는 전했다. 프랑스 내무부 발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경찰 1천여 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7명은 중상을 입었다. 로랑 누녜스 내무장관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관 한 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같은 보도는 하루 동안 1천500여 개 상점이 피해를 봤다고 전했다. 정부는 약탈과 폭력 행위에 대한 처벌 방침을 밝히며 추가 폭력에 대비한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박물관 휴관·아트페어 조기 폐막…국채 금리도 상승
집회가 예정된 24일을 앞두고 문화시설과 업체들도 대응에 나섰다. 프랑스 문화부는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등 파리 주요 박물관을 24일 하루 폐쇄하기로 했다. 국제 아트페어 아트 바젤 파리는 예정된 일정보다 이틀 이른 23일 폐막하기로 했다. 파리 도심의 명품 상점 등은 기물 파손과 약탈에 대비해 유리창에 나무판을 덧대고 경계를 강화했다. 낭트에서는 시위 이후 대형 문화·전자제품 판매점 프낙이 약탈 피해를 입었고, 일부 대학은 학생들의 건물 점거와 시설 파손으로 문을 닫았다고 현지 선교사가 전했다. 이동이 어려워진 생나제르 거주 한인 유학생들이 주일예배에 참석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린 사례도 있었다.
프랑스 국채 시장에서는 10년물 금리가 장중 5.145%까지 올랐다가 5.11%로 다소 내려왔다. 원문 보도는 여전히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10년물 금리가 미국 10년물 금리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은 2013년 이후 처음 발생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안전자산 선호로 독일 국채가 상승하면서 프랑스와 독일의 10년물 금리 차는 1.7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는 유로존 부채 위기 때인 2011년 이후 가장 큰 격차다.
| 국채 지표 | 수치 |
|---|---|
| 프랑스 10년물 금리 장중 고점 | 5.145% |
| 프랑스 10년물 금리 이후 수준 | 5.11% |
| 프랑스·독일 10년물 금리 차 | 1.78%포인트 |
학생 시위는 지난달 고등학생들이 과밀 학급과 노후 교육시설, 냉난방 설비 부족을 문제 삼으며 시작됐다고 프랑스 현지에서 활동하는 최호진 선교사는 전했다. 시위는 대학가와 노동조합, 일반 시민 집회로 번졌고 17일 낭트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최 선교사는 “학생들이 제기하는 문제에는 공감하는 시민들과 교인들이 많다”며 정당한 시위와 약탈·방화 행위는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에서는 경찰이 일부 행진 경로를 허용했지만 도심 진입을 제한했고, 시위 주최 측은 그 방침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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