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일부 지역에 야간 통금이 시행됐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프랑스 전역에서 교육 여건 개선 요구로 시작한 시위가 공공부문 투자 부족과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집회로 번진 뒤, 공공시설 방화와 상점 약탈 등 폭력 사태로 이어졌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19일(현지시간) 비상대책 회의를 마친 뒤 각 지역에 이르면 이날부터 통행금지를 도입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통금은 전국 일괄 시행이 아니라 지역별로 결정하는 부분 조치다. 파리 일부 지역과 북부 도시들에 야간 통금이 내려졌고, 니스는 미성년자의 도심 통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당국은 주말 시위에서 경찰에 구금된 사람이 2천330여 명에 이르고 최소 3천 개 상점이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시위 대응을 둘러싼 책임론과 추가 집회 예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프랑스 정부는 치안 인력을 늘리고 약탈품의 온라인 재판매 차단에도 나섰다.

지역별 통금과 집회 금지…치안 조치 확대

르코르뉘 총리는 통행금지가 부분적·지역적으로 제한될 것이며 시행 여부는 각 지역 당국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통금의 목적 중 하나는 사람들뿐 아니라 상점과 같은 재산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사태 선포를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단계에서는 일부 지역의 통행금지가 더 적합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에 따라 지역별로 통금 시간과 제한 대상이 다르게 정해졌다.

파리 경찰은 레퓌블리크 광장 일대와 상업지구인 레알 일대에 19일 밤 11시부터 20일 새벽 6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경찰은 조처를 엄격하게 시행하기 위해 경찰력을 배치한다고 설명했다. 북부의 릴·두에·와티니·드냉 등 4개 도시에서는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부분 통행금지가 시행된다고 총리실이 전했다. 니스의 에릭 시오티 시장은 온라인 영상 메시지에서 미성년자의 도심 통행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마르세유 시 당국은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 공공 집회를 금지했다.

지역·조치시작종료
파리 일부 지역 통금23시06시
북부 4개 도시 통금20시06시
마르세유 공공 집회 금지12시20시

교육 시위에서 생활비 항의로…상점 피해 최소 3천 곳

시위는 열악한 교육 여건에 항의하는 고등학생들의 집회에서 출발했다. 이후 공공부문 투자 부족과 높은 물가에 대한 불만이 더해지며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했고, 지난 주말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참고 보도에 따르면 대학생과 노동조합, 교사 등도 집회에 참여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가 경찰과의 충돌, 방화와 약탈로 번졌다. 파리에서는 상점 유리창이 깨지고 차량이 불탔으며, 리옹에서는 관광 안내소가 화재로 파괴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리모주의 시청 건물에 불이 나 건물 대부분이 파괴됐다는 현지 보도도 있었다.

제랄드 다르마냉 법무장관은 주말 동안 경찰에 구금된 사람이 2천330여 명이며 이 가운데 70%가 성인이라고 밝혔다. 세르주 파팽 상무장관은 최소 3천 개 상점이 피해를 입었고 피해 규모가 수억 유로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매업연합도 지난 주말 피해 상점이 3천 곳에 육박한다고 전하며 “소매업 부문은 잇단 위기로 이미 취약해진 상황에서 또다시 혼란의 최전선에 섰다”고 밝혔다. 당국의 집계와 별도로 상업계도 피해 규모를 전하고 있지만, 각 발표의 기준과 집계 시점은 자료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상무부의 안 르에낭 디지털 담당 차관은 빈티드와 이베이, 아마존, 메타, 틱톡 등 온라인 플랫폼에 장물 거래 차단과 재판매자 기소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상점 피해가 커진 상황에서 온라인을 통한 약탈품 판매를 막기 위한 요청이다. 정부가 발표한 피해 상점 수와 소매업연합의 설명은 모두 3천 곳 안팎을 가리키지만, 파팽 장관은 피해 규모가 수억 유로에 이를 가능성도 언급했다.

대응 실패 지적에 사임 의사…내무장관은 유임

로랑 뉘녜즈 내무장관은 폭력 사태 대응 실패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고 밝혔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반려했다. 뉘녜즈 장관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책임을 통감한다. 발생한 피해를 볼 때 내가 사임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엘리제궁은 경찰과 치안 당국의 지휘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장관을 유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폭력 사태로 이어진 대응 계획과 정보 실패와 관련해 투명성을 보장할 조처를 하라고 지시했다.

주말 시위의 규모와 행태를 당국이 잘못 예측했고 현장에 지나치게 적은 인력을 배치하는 등 사전 대비가 부족해 통제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뉘녜즈 장관은 르코르뉘 총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약탈과 기물 파손을 막기 위한 조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 투입하는 경찰과 보안요원 수도 더 늘리겠다고 했다. 정부는 대응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통금과 집회 제한, 경찰력 증원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르코르뉘 총리는 이날 내년 대선을 앞두고 “극좌 세력이 우리나라 전역에 깊은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며 극좌 세력 책임론을 이어갔다. 반면 유럽연합은 폭력 사태를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면서도 프랑스에서 평화롭게 시위할 정당한 권리는 보호돼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도 폭력 사태를 규탄하고 프랑스로 여행하는 자국민에게 “향후 수일간 추가 시위, 일부 경우에는 추가 폭력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루브르 운영 차질…추가 시위와 대통령 순방 일정

파리 루브르박물관은 19일 시위자 수십 명이 유리 피라미드 입구를 막아서면서 예정대로 문을 열지 못하고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참고 보도에 따르면 박물관 안에 있는 문화예술 교육기관 에콜 뒤 루브르 소속 학생들이 시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한 달 넘게 교육 여건 개선을 요구해 온 고등학생들에게 연대한다는 뜻을 밝히고, 경찰의 강경 대응과 정부의 교육 예산 삭감에도 항의했다. 학생들은 출입구 앞에 피켓과 현수막을 설치해 방문객 출입을 막았다.

시위가 더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노란 조끼’ 운동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돌아오는 토요일인 24일 ‘2막’을 열겠다며 추가 시위를 예고했다고 외신 보도가 전했다. 물가 급등과 사회 불평등에 항의해 2018년 11월 시작된 노란 조끼 운동은 몇 달간 이어졌고, 이번 주말 시위에는 학생들의 동참 요청을 받은 운동 참가자들도 참여했다. 프랑스 주요 노동조합들은 다음 달 5일 파업과 시위를 예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가 벌어지기 전날인 16일 밤 부인 브리지트 여사와 파리 서쪽 낭테르의 공연장에서 열린 셀린 디옹 콘서트에 참석해 비판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은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 일정으로 중동 순방에 나섰다. 이날 쿠웨이트에 도착해 메샬 알아마드 알자베르 알샤바 군주와 만났으며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 카타르도 방문할 예정이다. 엘리제궁은 순방 목적을 석유와 경유 공급 확보 및 유가 안정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전장보다 0.12%포인트 오른 4.9%였고, 독일 국채 10년물과의 금리 차는 1.4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정부는 지역별 통행금지와 경찰력 증원으로 주말 폭력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파리 일부 지역 통금은 20일 새벽까지 이어지고, 북부 4개 도시의 통금도 같은 날 새벽 끝날 예정이다. 노란 조끼 운동의 24일 시위 예고와 주요 노동조합의 다음 달 5일 파업·시위 일정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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