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걸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조교수 (사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제공)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에서 학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신형걸 박사가 2026년 10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조교수로 임용됐다.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 내부를 살펴보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신경질환 연구로 확장해 온 신 교수는 의료 현장의 질문을 공학으로 풀고 두 분야의 언어를 잇는 ‘번역자’의 역할을 강조한다.

신 교수는 2016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를 졸업한 뒤 이종호 교수의 지도 아래 석·박사 통합과정에서 뇌영상 기법을 연구해 2022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존스홉킨스 의대 영상의학과 피터 반 자일(Peter van Zijl)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2024년부터 이번 임용 전까지 신경과와 의공학과 전임연구원(Research Associate)으로 재직했다. 앞으로 존스홉킨스와 연계된 케네디크리거연구소에서도 연구를 이어가며 뇌영상 기술의 의학적 활용을 넓혀갈 예정이다.

존스홉킨스대는 노벨상 수상자 29명을 배출한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생리의학상 수상자다. 국제자기공명의과학회(ISMRM) 골드메달 수상자 5명이 몸담은 MRI 연구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신 교수는 물리학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뇌 속의 미세한 구조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뇌영상 기술을 개발해 왔다. 여러 뇌영상 정보를 결합한 다발성경화증 연구로 2024년 미주 다발성경화증 치료·연구위원회(ACTRIMS) 포럼에서 ‘신진 연구자상(Young Investigator Award)’을 받았다.

전기공학도, 뇌에 대한 호기심에서 연구의 길을 찾다

신 교수의 뇌 연구는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전기 신호로 소통하는 신경세포가 복잡하게 연결돼 작동하는 뇌는 전기·정보공학을 공부하던 그에게 늘 흥미로운 대상이었다. 학부 수업에서 MRI를 접하고 크게 매료된 그는 3학년 때부터 이종호 교수 연구실에서 뇌영상 연구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의대 교수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 공학과 의학은 서로 다른 분야여서 함께 연구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때도 있었다. 생각이 바뀐 것은 전 세계 공학자와 의사가 함께 모이는 ISMRM 학술대회에서였다. 그곳에서 목격한 두 분야는 질문하는 방식과 배경지식이 다를 뿐 결국 풀고 싶은 문제는 같았다. 의료진은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어도 필요한 기술을 찾지 못했고, 공학자는 기술을 개발하고도 활용처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신 교수는 두 분야를 연결하는 데 융합 연구의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에게 의대는 공학을 떠나는 곳이 아니라 공학 지식의 쓰임을 구체화하는 연구 현장이었다. 신 교수는 “제가 배운 공학 지식이 꽃피려면 결국 의학과 만나야 한다는 점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대학원 시절 주도한 ‘자성체 분리(susceptibility source separation)’ 연구는 공학 기초가 뇌영상 기술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뇌 속 철과 수초는 신경질환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다. 수초는 신경섬유를 감싸 신호 전달을 돕는 일종의 보호막으로, 철과는 정반대의 자기적 성질을 지닌다. 두 물질이 조직 안에 함께 존재하면 MRI 신호에서 각각의 영향을 구분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두 물질이 MRI 신호에 남기는 흔적을 각각 계산하는 물리 모델을 세워 철과 수초의 양을 따로 추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기공학에서 배운 전자기학이 뇌 조직이 만드는 미세한 자기장 변화를 읽는 도구가 된 셈이다. 신 교수가 주저자로 참여한 이 연구는 2021년 국제학술지 ‘뉴로이미지(NeuroImage)’에 실렸다.

기술 개발만큼 기억에 남는 것은 검증 과정이다. 신 교수는 이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뇌 조직 실험에 매달렸다. 익숙한 MRI를 넘어 생물학적 분석과 첨단 장비를 다뤄야 했다. 일본에 파견돼 실험하고 국내 여러 연구기관을 찾아다니며 필요한 방법을 익혔다. 끈질기게 실험을 이어가 끝내 결과를 얻어낸 경험은 이후 연구를 지탱하는 ‘근육’이 됐다.

공학자의 뇌영상 연구, 의학 학회에서 인정받다

연구는 뇌 조직의 개별 특성을 영상화하는 데서 나아가 여러 정보를 종합해 뇌질환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넓어졌다. 신 교수가 개발한 기술을 비롯한 여러 뇌영상 정보를 결합해 다발성경화증 병변의 유형을 구분하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다발성경화증은 뇌와 척수 같은 중추신경계에 염증이 생기고 수초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일반적인 MRI로도 병변의 위치는 알 수 있지만, 병변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까지 세밀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신 교수는 철과 수초, 신경섬유의 상태를 AI로 종합 분석해 겉보기에는 비슷한 병변 사이의 차이를 살폈다. 병변의 특성을 더 정확히 파악해 질병 경과와 치료 반응을 평가하는 데 활용하려는 연구다.

이 연구는 ACTRIMS 신진 연구자상 수상으로 이어졌으며, 공학에서 출발한 기술이 전문 의학 학회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에는 미국 다발성경화증협회(NMSS) 연구과제의 책임연구자로 선정돼 손상된 수초의 회복 가능성을 MRI로 예측하는 연구도 시작했다.

의학의 질문을 공학 기술로 풀고, 그 결과를 다시 의학의 눈으로 해석하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융합의 핵심이다. 신 교수는 “공학의 언어와 의학의 언어를 서로 번역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공학자로서 의학을 배운 사람, 의학자로서 공학을 배운 사람이 두 분야의 벽을 허무는 중요한 번역자가 된다”고 말했다. 이런 인재를 길러내고 협업과 교류를 넓히는 것이 융합을 앞당기는 길이라는 설명이다.

물리 법칙 담은 AI로 뇌영상 한계 넘어 정밀의학으로

신 교수가 앞으로 집중할 연구는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MRI 신호가 뇌 조직의 어떤 변화에서 생기는지를 물리 법칙으로 설명해 기존 영상으로는 알기 어려웠던 조직의 특성을 보여주는 연구다. 존스홉킨스 의료진과 긴밀히 협력해 의학적으로 중요한 정보를 찾고, 해당 조직의 물리적 성질을 이용한 새로운 영상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다른 하나는 ‘물리 법칙을 아는 AI’ 연구다. 의료영상에 AI를 활용할 때는 실제와 다른 결과를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환각’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신 교수는 영상이 만들어지는 물리 원리를 AI의 학습과 추론에 반영해 이런 위험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물리 법칙을 제약조건으로 활용하면서 AI의 처리 능력을 결합해 영상 획득과 분석의 속도·신뢰성을 함께 높이겠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목표는 정밀의학이다. 물리학과 AI를 접목한 기술로 뇌 조직의 변화를 수치화하고, 이를 임상정보 및 데이터 분석과 연결해 환자마다 다른 질병의 특성과 경과를 정밀하게 파악하겠다는 구상이다.

신 교수는 “공학의 강점은 의학적 질문을 측정할 수 있는 문제로 바꾸는 데 있다”며 “이렇게 얻은 데이터가 새로운 분석과 발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다발성경화증, 파킨슨병, 치매 등 신경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정밀의학을 통해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공학도에게도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수학·물리학·프로그래밍 같은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되 그 지식이 쓰일 현장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문제는 현장에서 찾고 해법은 공학에서 찾는다면 탄탄한 공학적 기본기가 새로운 분야에서도 무기가 될 수 있다”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뿐 아니라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대표논문1: χ-separation: Magnetic susceptibility source separation toward iron and myelin mapping in the brain, NeuroImage

- DOI: 10.1016/j.neuroimage.2021.118371

- 대표논문2: Association of iron deposition in MS lesion with remyelination capacity using susceptibility source separation MRI, NeuroImage: Clinical

- DOI: 10.1016/j.nicl.2025.103748

◆ 한눈에 보기

· 발행 기관 :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 분류 : 의학, 대학교,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 배포 : 2026년 10월 29일 오전 8시 55분

출처 :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보도자료(뉴스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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