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역 뒤편 옛 성매매 집결지에 조성된 전시관 '기억공간 잇-다'가 개관 5년 차에도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곳에서 여성 인권이나 집결지 역사를 다룬 전시는 2022년 8월 개관 이후 모두 7차례에 그쳤고, 나머지 기간에는 미술·회화 등 일반 작품 전시가 주로 열렸다. 올해 열린 전시 6건도 성매매 집결지 역사나 여성 인권을 직접 다루지 않았으며, 내년에도 취지에 맞는 전시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수원시는 2021년 5월 경기도 특별조정교부금 5억원을 지원받아 성매매 업소로 쓰이던 건물을 사들였다. 이후 리모델링을 거쳐 2022년 8월 연면적 54㎡ 규모의 단층 전시관을 열었고, 공간 구성 용역에도 1천800만원을 썼다. 개관 직후인 2022년 성매매집결지 아카이브전과 2024년 성매매방지법 제정 20주년 기념 전시가 대표적인 취지 부합 사례이며, 2023년 3회, 2025년 2회의 여성 인권 관련 전시가 더해졌다.
주제에 맞는 콘텐츠와 참여 작가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수원시미술협회 소속 작가 400명 가운데 여성·어린이·소수자 이미지를 작품에 담는 작가는 10여 명 남짓이다. 김대준 수원미술협회장은 “집결지 폐쇄 이후 형성된 주제성 때문에 일반 작가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수원시가 지역 예술인들과 기획전을 여는 등 전시관을 활성화하고, 다른 전시 공간과 차별화된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0월 30일 오후 현장에서 만난 시민 김승현씨(27)는 “카페나 가게인 줄 알았다”고 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여성 인권 전시공간이라는 조성 목적이 지금도 공식 운영 목적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관 신청률이 낮아 공고와 선정 과정에서 주제에 꼭 맞지 않는 일반 작가 전시와 문화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여성 인권 관련 전시가 신청되면 우선적으로 선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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