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소법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사진= 연합뉴스 제공)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 공포안이 8월 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대통령 서명과 관보 게재 절차가 마무리되면 72년간 유지돼온 형사사법체계가 근본적으로 바뀐다.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갈라지면서 검사의 직접 수사는 금지되고, '수사하는 검사'라는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 형소법 개정법률을 비롯한 관련 법률이 10월 2일 시행되면 검찰청은 폐지되고 후신인 공소청이 문을 연다. 모든 사건은 사법경찰관(경찰·중대범죄수사청)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맡게 되며, 고소·고발은 대부분 경찰이 접수한다. 공소청에 고소·고발장을 직접 내고 사건 처리를 요구하는 길은 막힌다.

개정 형소법은 사건 처리 지연을 막기 위해 처리 기한을 못 박았다. 사법경찰관은 고소 또는 고발에 따라 수사할 경우 수리일부터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끝내고 송치 여부를 정해야 한다. 사건을 송치받거나 송부받은 검사도 3개월 안에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해, 수사 착수부터 기소까지 총 6개월의 기한이 설정된 셈이다. 보완수사를 포함한 검사의 직접 수사는 전면 금지돼 피의자나 참고인을 직접 조사하거나 증거를 수집할 수 없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만 가능하다. 경찰은 1개월 안에 보완수사를 마쳐 결과를 검사에게 통보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최대 1개월까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불송치 사건에 대한 구제 절차도 정비됐다. 경찰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사건을 불송치하면 고소인 등은 3개월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공소청 검사가 이를 검토한다. 고소인·피해자·법정대리인 외에 무고죄 등 직접적 이해관계를 가진 고발인도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에서 이의신청이 가능하다. 경찰 수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6개월 이상 지연되거나 위법·부당하게 진행된 경우에도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고소인 등이 수사 기록의 열람·등사를 신청하거나 검사에게 면담을 요청해 의견을 밝히는 절차가 새로 마련됐고, 열람·등사한 기록을 허용된 목적과 다르게 외부에 제공하면 처벌하는 규정도 신설됐다. 경찰이 사건을 넘길 때 수사 과정에서 만들어지거나 확보한 자료의 목록을 작성하도록 한 의무도 추가됐다. 검사는 넘겨받은 기록을 검토하다 의문이 생기면 사건관계자를 불러 면담하거나 서면으로 의견을 들을 수 있으나, 이때 나온 진술은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 정부·여당은 추후 법 개정으로 아동학대·가정폭력·성범죄·아동 성범죄·스토킹·장애인 학대·노인학대 등 '7대 범죄'는 경찰이 송치 여부를 정하지 않고 모두 검사에게 넘기도록 할 방침이다.

공포 이후 시행까지 시차를 두는 조항도 있다. 수사기관 간 관할이 겹칠 때 이를 조정하는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 도입과 가정폭력범죄·노인학대 관련 범죄·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등의 재정신청 확대는 공포 후 6개월이 지나야 적용된다. 압수·수색·검증의 전 과정을 영상녹화장치로 촬영·녹화하도록 한 조항은 공포 1년 뒤부터 시행된다. 수사 과정에서 생산된 관계 서류와 증거물의 작성·보관·처리 내용을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시간 순서대로 빠짐없이 기록·등재하도록 한 조항은 공포 후 1∼3년이 지나야 실제로 적용된다.

사법경찰관의 범위를 기존 '경무관·총경·경정·경감·경위'에서 '경위 이상 경찰공무원'으로 넓힌 대목을 두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치안감 이상 고위 경찰'에게 직접 수사권이 새로 생겼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경찰은 계급 체계를 현실에 맞게 손질했을 뿐 권한에는 변동이 없다고 반박했다. 국가수사본부장과 경찰청 수사국장·형사국장, 시·도경찰청 수사국장 등 치안감 이상 지휘부는 그동안에도 수사를 지휘해왔다는 설명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이 처음 제정될 당시 경찰 계급이 경무관까지 밖에 없어서 그렇게 규정됐고, 그 조문이 이어져온 것"이라며 "원래부터 수사권을 경무관에게까지만 주겠다는 취지의 조문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치안감 등을 견제하려면 이들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행법에 수사권이 적시돼 있지 않아 한계가 있단 법조계의 지적이 있다"며 "이번 개정을 통해 권한과 책임이 명확해진 만큼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법적 근거도 강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당이 경찰청장, 국가수사본부장 등 경찰 고위 정무직에게 직접수사권을 주려는 의도로 조항을 고쳤다고 보고, 예고한 헌법소원에 이 조항을 포함해 위헌 여부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인 김태규 의원은 "경찰청장 등 정무직인 치안정감까지도 (수사권 부여)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은 공직 최고 수장 공무원이 자기 마음대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굉장히 정치적으로 외풍에 취약한 입법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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